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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이방원'뿐 아니다…"3~4초 위해 동물 죽인다" 촬영 관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BS1 드라마 ‘태종 이방원’ 동물 학대 논란과 관련해, 드라마 업계의 오랜 촬영 관행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말 학대 논란에 휩싸인 KBS1 드라마 ‘태종 이방원’. [동물자유연대 인스타그램 캡처]

말 학대 논란에 휩싸인 KBS1 드라마 ‘태종 이방원’. [동물자유연대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30일 JTBC는 전기충격기를 써 말을 넘어트리는 등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동물 학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말 대여업체 관계자 A씨는 JTBC에 “카메라 앵글이 잡히는 곳에서 전기충격을 주는 순간에 말이 발을 뻗지 못하고 구부리면서 쓰러지는 것”이라며 “제 입장에서는 그런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부 제작비와 연관이 되기 때문에, (드라마 제작사 측에서) 말 한 마리가 쓰러지는 장면 3~4초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안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동물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업체 대표 B씨는 2년 전 개가 등장하는 촬영 신과 관련해 드라마 제작진과 갈등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제작진은 외형이 특이한 개를 원했고, B씨는 적합한 개를 찾았으나 이 개는 남성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촬영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B씨는 “절대 (촬영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제작진과 (개) 주인에게 말했다”며 “하지만 제작진은 개 주인과 연락을 취해 촬영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촬영장에서) 개가 무서워서 도망가는데, 스태프들이 보면서 ‘하하’ 웃더라”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미디어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답변자의 약 60%는 ‘동물들이 촬영 시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고 답했다.

새나 물고기 등은 스트레스로 죽는 사례도 있었다. 촬영 시 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했다는 응답은 8%, 사고로 죽거나 다친 적 있단 응답도 13%였다.

동물 대여업체 등 관계자들은 드라마 촬영 시 동물을 대하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동물을 소품이나 물건으로 취급하는 제작 현장의 문제”라며 “일부가 아닌, 거의 다 그렇게 여긴다”고 지적했다.

국동물보호연합 구성원들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별관 앞에서 'KBS의 관행적인 낙마(落馬) 추가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동물보호연합 구성원들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별관 앞에서 'KBS의 관행적인 낙마(落馬) 추가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카라와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지난 19일 ‘태종 이방원’ 촬영장에서 제작진이 낙마 장면을 위해 말을 강제로 바닥에 쓰러트리는 모습을 공개해 논란이 됐다.

문제가 된 장면은 ‘태종 이방원’ 7회 방영분으로 이성계(김영철 분)가 낙마하는 장면이었다. 이를 찍기 위해 제작진은 말의 발목에 와이어를 묶었고 달리는 말에게 제동을 걸어 강제로 넘어뜨렸다. 넘어지며 바닥에 고꾸라졌던 말은 촬영 후 1주일쯤 뒤에 사망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최근 동물학대 혐의로 ‘태종 이방원’ 제작진을 경찰에 고발했다.

논란이 일자 KBS는 “드라마 촬영에 투입된 동물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 시청자 여러분과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동물 안전과 복지를 위한 제작 관련 규정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촬영장 동물 보호를 위해 나섰다. 지난 2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영화, 드라마, 광고 등 영상 및 미디어 촬영에 출연하는 동물에 대한 보호·복지 제고를 위한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동물의 생명권을 존중하고 소품으로 여겨 위해를 가하지 않아야 하며, 동물보호법상 관련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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