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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라이온 킹'…코로나 뚫고 해외입국자 100명 무대 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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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이온 킹'의 첫 장면. [사진 Joan Marcus/Disney]

뮤지컬 '라이온 킹'의 첫 장면. [사진 Joan Marcus/Disney]

9일에서 26일로, 26일에서 28일로. 개막을 두 번 연기한 뮤지컬 ‘라이온 킹’의 공연이 시작됐다. 2018년 한국 공연 후 4년만에 막을 올린 디즈니 오리지널 팀의 무대다.

개막 두 번 연기한 디즈니 뮤지컬 '라이온 킹' #28일 첫 무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3월까지 공연

개막이 처음 연기된 이유는 자가격리 연장. 오미크론에 대한 특별방역대책으로 자가격리가 열흘로 늘어나면서 무대 장치를 한국에 들여오는 데 문제가 생겼다. 공연을 위한 해외 입국자 100여명도 예정했던 첫 무대에 서기 힘들어졌다. 이렇게 다시 잡혔던 개막인 26일 하루 전 공연 관계자 중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 27일까지의 공연이 취소됐다.

우여곡절 끝에 28일 막을 올린 ‘라이온킹’은 대형 뮤지컬의 고전다운 면모를 보였다. 미국ㆍ캐나다ㆍ남아공ㆍ영국·호주 출신의 배우들이 무대에 서는, 코로나 시대의 진귀한 무대였다. ‘라이온 킹’은 1994년 히트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1997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시작해 지금껏 21개국, 100여개 도시에서 1억1000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거대한 탈을 쓴 심바. [사진 Deen van Meer/Disney]

거대한 탈을 쓴 심바. [사진 Deen van Meer/Disney]

무대 규모도 크다. 200여개의 인형과 탈이 사용되고 조명은 700여개다.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총괄이사 펠리페 감바(Felipe Gamba)는 “공연하는 도시가 달라져도 똑같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 옮겨야 할 장비, 이동하는 인력은 ‘마을 하나를 통째로 옮기는 것’과 같다”고 할 정도다. 이런 대형 공연 ‘라이온 킹’은 이번에 서울을 포함해 뉴욕, 런던, 파리, 함부르크, 도쿄, 마드리드 등 10개 도시의 투어를 용감하게 계획하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시작된 이번 공연은 한국 관객을 위한 ‘현지화’ 전략이 눈에 띄었다. 1막에서 코뿔새인 자주는 대형 천으로 뒤덮인 무대를 바라보며 “꼭 동대문 시장에서 파는 샤워커튼 같구먼(Looks like a shower curtain from Dongdaemun Market)”이라는 대사로 청중의 폭소를 끌어냈다. ‘라이온 킹’의 이지혜 번역가는 “공연하는 도시마다 다른 시장 이름을 쓴다. 마닐라에서는 ‘로빈슨’ 백화점, 대구에서는 ‘서문시장’ 부산에서는 ‘광장시장’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림자, 인형, 탈을 조합해 아프리카의 거대한 자연을 표현한다. [사진 Joan Marcus/ Disney]

그림자, 인형, 탈을 조합해 아프리카의 거대한 자연을 표현한다. [사진 Joan Marcus/ Disney]

뿐만 아니라 2막에서 억지로 잡혀있던 자주가 ‘아리랑’을 부르고, 품바는 심바가 왕이라는 소식을 듣고 한국어로 “대박”을 외친다. 품바는 “난 번데기 샌드위치”를 먹겠다는 대사를 읊었다. 배우들이 영어로 말하거나 노래할 때도 자막은 최고라는 뜻의 ‘존엄갑’, 아웃사이더라는 뜻의 ‘아싸’를 사용하면서 한국 관객과의 거리를 좁혔다.

25년 전 뉴욕에서 시작된 혁신적 무대는 그대로였다. 천재 연출가로 불리는 줄리 테이머가 디즈니 제작자들을 안심시켰던 아이디어가 바로 이 무대다.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배경인 사바나의 웅장함, 또 개미부터 새, 물고기, 코끼리, 물소 떼까지 표현할 해결책으로 테이머는 가면, 인형, 대형 천, 그림자를 이용했다. 동물의 탈을 쓰거나 인형을 조정하는 사람은 의도적으로 노출되고, 물소 떼와 같은 거대한 자연 배경은 오히려 후경으로 축소해 관객의 상상력을 끌어냈다. 여기에 아프리카 본연의 질감을 살린 옷감과 거대한 천, 아프리카 언어를 사용한 대사로 ‘라이온 킹’ 원작보다 아프리카에 더 가까이 갔다.

‘라이온 킹’은 3월 18일까지 서울에서 공연하고 4월부터 부산의 드림씨어터로 무대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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