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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믿었던 직원이 관둔다고 할 때…당황하지 말고 이렇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37)

사장은 신팀장과 면담하기 시작한 지 2시간이 되어가지만, 침묵의 시간만 길어질 뿐 사장이 원하는 대화의 진전이 없었다. 사장은 가장 바쁜 시기에 당장 퇴사를 고집하는 신팀장을 설득해서 퇴사를 막고 싶었고, 그것도 어렵다면 협상을 통해 퇴사를 늦추고 싶었다.

“사장님, 얼마 전에 전화로 퇴사 통보를 해서 괘씸하게 생각했던 김대리가 생각납니다. 제가 지금 사장님과 면담을 해보니 이런 과정이 너무 죄송하고 힘들어서 피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거듭 죄송합니다.”

핵심 직원의 퇴사는 팀원들에게 업무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 리더는 직원 이탈에 대한 구조적 제도적 안전장치를 사전에 마련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pixabay]

핵심 직원의 퇴사는 팀원들에게 업무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 리더는 직원 이탈에 대한 구조적 제도적 안전장치를 사전에 마련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pixabay]

입사한 지 1년 남짓 된 신팀장은 우직하고 성실하게 일했고, 부서의 직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의 직원들과 잘 어울렸다. 업무 적응도 빨리했으며, 다른 팀을 지원하는 업무를 할 때도 항상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퇴사에 대한 어떤 조짐조차 없었던 신팀장의 퇴사는 사장을 당혹스럽게 했을 뿐만 아니라 배신감마저 들게 했다.

사실 신팀장이 맡은 지원팀은 이번처럼 가장 바쁜 시기가 오면 늘 초과근무를 했다. 그동안 신팀장이 지속해서 요청했던 중간관리자급 채용은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과도한 업무량과 타 부서의 지원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그리고 팀장으로서 개인의 성장에 대한 고민 끝에 퇴사를 결심한 것이다.

신팀장의 퇴사가 팀원들에게 업무적으로 직접적 영향을 주었고, 다른 부서의 지원업무에 공백이 생기는 상황에서, 사장은 신팀장의 퇴사 이유를 생각조차 할 여력 없이 신팀장의 소속 팀원들과 대책 회의를 했다.

“신 팀장 업무를 백업할 수 있는 직원이 없다는 건가요?”
“네. 신 팀장님이 주니어 팀원들과 일하다 보니 실무까지 직접 챙기셨습니다.”
“다음 달까지 마감해야 하는 업무는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요?”
“.. 업무 대행을 위한 대행사를 구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그런데 비용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당장의 업무 인계가 원활하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장은 신속하게 후임을 위한 채용을 알아봤지만, 당장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신팀장의 퇴사로 사장과 직원들 모두 소위 ‘멘붕’에 빠졌다. 사장은 믿고 의지했던 팀장의 퇴사로 기운이 빠졌고, 직원들마저도 의기소침해진 분위기였다. 사장 눈에 보이는 직원들의 모습도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사장을 원망하거나 회사에 불만이 많은 듯한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다. 직원들의 불만, 회사의 안 좋은 분위기, 퇴사를 다시 생각해 달라며 설득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사장은 큰 허탈감을 느꼈다.

'평생직장' 대신 '평생직업'이 대세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에게도 '평생직원'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사진 pxhere]

'평생직장' 대신 '평생직업'이 대세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에게도 '평생직원'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사진 pxhere]

예상치 못한 직원의 퇴사는 리더와 조직에 많은 부담이 된다. 직원 이탈로 생기는 업무 공백은 같은 팀 내 다른 직원에게 가중되어 업무 불균형이 생기거나, 직원들 간에 갈등이 생길 우려가 있다. 또 업무 공백이 길어질수록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일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편, 급히 직원을 채용해야 할 때 적합한 인재를 빠르게 구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고민과 검토를 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직원 고용을 할 때도 있다. 직원 채용이 어려울 경우, 대안으로 직원 간 업무와 역할을 조정하기도 하고, 보직 변경을 통해 공백을 메우기도 한다. 회사와 대표가 인력 채용에 쏟는 시간, 비용, 조직의 에너지는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평생직장’ 대신 ‘평생 직업’이 대세가 되고 있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에게도 ‘평생 직원’은 없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는 의미다. 갑작스러운 인력 이탈이 생길 경우,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평소에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반복되는 업무는 업무량, 역할 분담을 고려해 아웃소싱파트너사에게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지원팀처럼 조직의 모든 부서를 지원하는 일이나 인사, 회계 업무처럼 사내 공통으로 적용되는 업무는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직원 이탈로 공백이 생기면 조직 전체가 영향을 받는 중요한 업무다. 따라서 꼭 조직 내부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반복적인 업무,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하는 업무들은 담당 직원의 유무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아웃소싱 파트너사와 함께 일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또한 리더는 직원의 이탈 경우를 대비하여 ‘업무 백업에 대한 플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평상시 업무와 프로젝트에 대해 주 담당자, 부 담당자 등의 역할을 맡겨서 필요한 교육이나 업무 관련 중요한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등은 부 담당자와 업무 백업이 가능한 모든 직원이 인지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직원의 갑작스러운 이탈을 막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안도 있다. 조직 내 다른 직원에게는 말하기 어려운 고민을 외부 컨설턴트나 코치에게 상담받고, 이를 취합해 조직 성장과 발전을 위해 직원들이 고민하는 지점들을 리더에게 ‘현명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와 협력하는 것이다. 리더의 입장에서 모든 직원의 퇴사를 막기는 어렵지만, 갑작스러운 직원 이탈로 생길 수 있는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하나의 예방법이라 할 수 있다.

리더에게 필요한 회복 탄력성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란,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은 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이다.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뿐만 아니라, 리더 개인에게도 필요한 것이 바로 회복 탄력성이다. 특히 갑작스러운 직원 이탈은 업무 공백, 직원 간 역할 재조정 등 조직 차원의 고민거리이기도 하지만 리더에게는 감정적인 상처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때 리더에게 필요한 ‘회복 탄력성’은 곧 리더 내면의 근육을 기르는 힘이다.

회복탄력성은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은 후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이다. 조직이 위기에 처한 상황일수록 리더의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 [사진 pxhere]

회복탄력성은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은 후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이다. 조직이 위기에 처한 상황일수록 리더의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 [사진 pxhere]

최근에는 직장보다 내 일에 더 가치를 두고, 개인의 성장을 중시하며 다른 직장으로의 이직, 커리어 전환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일하는 곳을 평생직장으로 여기기보다 본인의 가치관, 환경, 목표하는 바에 따라 회사를 그만두기도 한다. 따라서 직원에게는 떠날 조직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과 매너, 즉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인수·인계 잘하기, 조직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일도 관계도 잘 마무리하기 등의 성숙한 맺음이 필요하고, 리더는 직원 이탈에 대한 구조적·제도적 안전장치를 사전에 마련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조직이 해결할 수 없는 개인 사정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비슷한 이유로 직원들이 갑작스럽게 퇴사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오히려 리더에게 명확한 해결 방법이 생긴다. 직원을 떠나게 하는 조직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에 집중해서 다른 직원들의 갑작스러운 이탈을 예방하는 것이다.

한 번쯤 내 사업을 하는 사장님들에게도,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도 ‘다 내려놓고 퇴사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리더의 자리가 가지는 무게감과 책임이 워낙 커서, 계속 마라톤을 하듯 달려야 했을 때가 더 많았을 것이다. 너무 지쳐서 포기하고 싶을 때, 힘껏 달렸는데 넘어졌을 때, 자책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보다 ‘그래, 그럴 수 있어’라는 마음으로 다시 일어서서 걷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오뚝이처럼 내면의 근육을 기르고, 다시 일어서서 달릴 모든 사장님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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