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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 모두 낮추자는 촉법소년 나이…한 교사의 걱정

중앙일보

입력

[JTBC 캡처]

[JTBC 캡처]

지난 25일 강원도 원주에서 청소년 7명이 고교생 1명을 내려앉을 정도로 집단 폭행했다며 '촉법소년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처럼 ‘촉법소년 연령 낮춰주세요’ ‘소년범죄도 엄하게 처벌해 주세요’ 등의 게시물이 빈번히 올라온다.

문방구에서 600만원어치 학용품을 훔친 초등학생, 경찰을 집단 폭행한 아이들, 성폭행을 한 중학생 등 범죄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인 촉법소년 사건은 매년 증가 추세다. 대법원에 따르면 촉법소년 사건 접수 건수는 2016년 7030건에서 2021년 1만1208건으로 증가했다. 2016~2020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살인, 강도, 성추행·성폭력 등 강력범죄도 총 2168건으로 적지 않다.

"청소년 범죄, 수법·잔혹성이 성인 못지 않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페이스북 캡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페이스북 캡쳐.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청소년 범죄를 좀 더 엄하게 처벌하려는 움직임이 정치권과 정부 당국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모두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공약으로 내건 점이 눈에 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7일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느 나이까지 낮춘다고는 밝히지 않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2세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이제는 청소년들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상태가 성인과 큰 차이가 없고, 범죄 수법과 잔혹성이 성인 못지않은 경우가 많다”며 “국가 사회적으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공약 취지를 설명했다.

교육부도 국회와 함께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추진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법안이 다양하게 발의돼 있는 만큼, 해당 내용을 검토하며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의 소년법 개정안을 여야 모두 발의한 상태다.

지난달 18일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현행법은 소년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거의 모든 형사절차에서 일반 성인이 저지른 범죄와 달리 보호하고 있다”며 “일부 청소년은 이 점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소년의 나이를 19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낮추고, 촉법소년 나이 상한선을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것을 제안했다.

'초범, 반성문 감경' 양형기준 개선 추진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게시글. 소넌볌죄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게시글. 소넌볌죄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이 외에도 교육부는 2022년 부처간 협업 신년 계획 중 하나로 ‘폭력예방’을 선정해 사회적 문제가 되는 특정범죄에 대해서는 감경사유를 지나치게 적용하는 양형 기준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가해자가 초범이거나 진지한 반성을 하면 형을 감경해줬는데, 심각한 범죄인 경우 그런 점을 받아들이지 않게끔 하겠다는 취지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폭력, 청소년 범죄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가 초범이거나 반성했다는 이유로 감경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양형사유를 올해 안에 개선하기 위해 법무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계적이고 엄격한 교정·교화 프로그램 필수"

하지만 여전히 ‘엄벌주의’가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해당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당은 이재명 후보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공약을 내 놓자 “아동인권을 후퇴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오승재 대변인은 “국가인권위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추는 행위가 소년범죄 예방을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며 “소년사법 제도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표를 얻기 위해 내세운 공약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처벌도 필요하지만, 교화 프로그램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요즘 초등학생들을 보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그 아이들의 재범을 막기 위한 아주 엄격하고 체계적인 교정·교화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 같다”며 “그런 장치 없이 연령만 낮추면 범죄자만 더 많이 양산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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