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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진짜 은화' 못받는다…초대박 영남알프스 돌변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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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공한 영남알프스 9봉 완등 기념 은화. [사진 울주군]

지난해 제공한 영남알프스 9봉 완등 기념 은화. [사진 울주군]

“영남 알프스의 9봉우리를 모두 오르고 인증해주세요. 31g짜리 기념 은화를 드립니다.”

지난해 울산 울주군이 야심 차게 시작한 ‘영남 알프스 완등 인증사업’의 내용이다. 울주군 일대의 가지산(1241m) 등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9개의 봉우리를 모두 오르고 인증한 등산객에게 6만5000상당의 31.1g짜리 순은(Ag99.9%) 소재 기념 은화가 주어지는 사업이다.

지름 38㎜의 원형 형태 은화의 앞면에는 영남 알스프의 봉우리 중 하나인 가지산이 그려져 있다. 하단에는 ‘2021 영남알프스 9봉 완등’ 문구가 새겨졌다. 이를 받기 위해 지난해 한 해 동안 6만5000여 명이 도전했고, 3만2012명이 인증을 완료했다.

이 사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침체된 울주군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등 이른바 대박을 쳤다.

그런데 울주군은 돌연 올해부터 이 사업에 제한을 건 계획을 내놨다. 울주군 측은 28일 “올해부터 사업 내용이 달라질 방침이다”며 “미리 숙지하고 안전한 등산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바뀌는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이전과는 달리 하루 최대 3봉우리까지만 등산이 가능하다. 이를 기준으로 매년 1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9봉우리를 모두 완등하면 된다. 나이 제한도 생겼다. 등반일 기준 만 14세 이상의 개인만이 등산 인증이 가능해진다. 인증은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 모바일 앱에서 할 수 있다.

9봉우리를 모두 완등했을 때 주던 은화도 개당 4만원 상당의 은도금 메달로 바뀌었다. 3만개를 한정 제작할 예정이다. 거기다 울주군은 10년 연속 완등 인증자에게 주겠다던 금화도 없앴다.

영남알프스 간월재에서 본 울주 상북면 시내. 울산=백종현 기자

영남알프스 간월재에서 본 울주 상북면 시내. 울산=백종현 기자

울주군이 잘나가던 사업에 돌연 브레이크를 건 까닭은 무엇일까. 울주군 측은 예산 부족과 무리한 등산 경쟁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 기념 은화를 제공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등산객들이 전국에서 몰리면서 1만 명 인증자를 기준으로 잡았던 예산 7억 원이 순식간에 소진됐고, 추가 2만 명분의 은화 제작을 하는 데 13억 원가량이 더 투입됐다.

기념 은화를 받으려는 등산객들이 몰리면서 1박 2일 만에 9봉우리를 모두 완등하는 등산객이 나오는 등 안전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온라인에서는 ‘영남 알프스 9봉우리를 1박 2일 만에 완등하는 최단 코스를 공유한다’는 등의 글이 등장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사업 내용이 바뀌면서 일각에서는 지역 경제 침체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간월재 코스 입구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울주군의 체류형관광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은화 지급이 그대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며 아쉬워했다.

등산객들의 반발도 나온다. 울주군 홈페이지에는 “먼저 등산한 사람은 은화를 받고 나머지는 메달을 준다는데 뒤에 받는 사람들은 뭐가 되냐”는 불만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영남 알프스에 대한 관심은 감사하다”면서도 “예산 부족, 안전 문제 등으로 인증 방법을 일부 수정했으니 앞으로도 등산객들이 여유롭고 자연 친화적인 산악관광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울주군 간열재. 연합뉴스

울산 울주군 간열재. 연합뉴스

영남 알프스는 울산의 가지산(1241m), 운문산(1188m) 등 7개 봉과 인근 경북 경주의 문복산(1051m), 경남 밀양의 재약산(1108m)까지 9개 봉우리를 의미한다. 유럽 알프스의 경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해서 ‘영남 알프스’라고 불린다.

이 9봉우리를 모두 오르는 영남 알프스 완등 사업은 지난 24일 ‘2021 자치분권박람회 및 자치분권어워드’ 시상식에서 지역브랜드분야 도시브랜드 기반구축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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