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특허변리사가 내다본 NFT와 메타버스의 미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36)  

한동안 불어닥친 메타버스 열풍이 이제는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에까지 불고 있다. 그러나 최근 주목받는 이 기술들이 막상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메타버스를 생각해보자. 메타버스, 초월 우주(meta universe)라는 뜻이다. 당연히 실제 우주가 아닌 가상 세계를 말한다. 아바타가 돌아다니는 게임 환경이나 내비게이션의 맵도 메타버스라고 보는 견해가 있지만 세상을 바꿀 메타버스는 초실감의 가상 세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가상 세계에 접속하기 위해 현재로써는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와 같은 거추장스러운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거추장스러움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같은 메타버스의 대중화는 올 수 없다. 마우스 없이 손가락만으로 네트워크 접속이 가능했기에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사진 pixabay]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거추장스러움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같은 메타버스의 대중화는 올 수 없다. 마우스 없이 손가락만으로 네트워크 접속이 가능했기에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사진 pixabay]

만약 다른 행성을 방문할 안전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나 주저 없이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을 타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겠지만, 가상 세계로의 접속을 위해 별도의 장비를 기꺼이 착용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그 거추장스러움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같은 메타버스의 대중화는 올 수 없다. 마우스 없이 손가락만으로 네트워크로의 접속이 가능했기에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처럼 메타버스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하드웨어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메타버스에서 어떠한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당연히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그들이 메타버스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일례로 월마트는 가상의 매장에 유저가 접속하여 가상 카트에 물건을 담아가며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서비스 시나리오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런데 직접 매장에 가서 물건을 구매하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기 위해 온라인 스토어에서의 주문이 일상화된 요즘에 과연 소비자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굳이 과거의 체험을 다시 하려고 할지는 의문이다.

이런 정도의 서비스 시나리오로는 유저들을 그들이 구축한 메타버스로 유인할 수 없다. 결국 메타버스 기술의 성패는 가상 공간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 시나리오, 즉 비즈니스 모델에 달려 있는 것이다. 따라서 메타버스 우량주가 되길 바라는 기업은 그들만의 킬링 서비스를 개발하고 관련 BM 특허를 선점하기 위해 경주해야 한다.

이번엔 NFT를 살펴보자. 디지털 자산의 등기부등본에 해당하는 NFT는 메타버스 내에서 그 활용도가 매우 클 것이라는 예상으로 인해 몸값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 예술성을 찾기 어려운 디지털 이미지 파일이 그 희소성만으로 수억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그러나 본래의 가치가 없다면 희소하다는 것은 가치가 될 수 없다.

현재로써는 게임 아이템과 디지털 아트의 거래에서 NFT 기술이 비교적 유용해 보인다. 하지만 게임 아이템의 NFT를 취득했다고 해서 그 아이템의 유용성이 영구적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관련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면 게임 아이템은 무용해지는 것이다. 과시욕이나 소장 욕구의 충족 말고는 보장된 기능이나 가치가 없다.

NFT가 유용하게 활용될 디지털 자산은 장래 출시될 메타버스 서비스 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NFT가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서비스 시나리오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사진 pixabay]

NFT가 유용하게 활용될 디지털 자산은 장래 출시될 메타버스 서비스 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NFT가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서비스 시나리오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사진 pixabay]

디지털 아트의 NFT를 통한 거래는 이미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지만 디지털 아트의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이 비즈니스 모델도 그리 유망해 보이지는 않는다. 실물 예술품과는 달리 완전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아트의 원본 파일의 소유는 개인적 만족 이외의 효용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예술품의 원본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컬렉터들이 소장하기 위해 경쟁하는 이유는 그것이 원본이라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라, 복제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질감 등의 실물 고유의 예술성을 원본에서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디지털 아트는 디지털의 속성상 복사본이라도 원본과 동일한 예술성을 발산하는 것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달의 소유권이 판매된다고 해서 이를 살 사람은 없다. 그리고 달에는 생명체가 없어 주인이 없지만 디지털 아트는 저작권자가 따로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 디지털 아트의 소유자라도 그 이용에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이처럼 NFT가 잠재력을 발휘할 만한 디지털 자산은 아직은 불명확해 보인다. 정작 NFT가 유용하게 활용될 디지털 자산은 장래 출시될 메타버스 서비스 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NFT가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서비스 시나리오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것이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