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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짓이긴 시신으로...와우아파트 참사 52년, 바뀐게 없다 [현장에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8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광주광역시 고등학교학생의회 의원들이 현대산업개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를 애도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8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광주광역시 고등학교학생의회 의원들이 현대산업개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를 애도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8일 오후 HDC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 14명의 광주광역시 고등학교 학생의회 소속 학생들이 섰다. 뒤로는 상층부 모퉁이가 함부로 부서져 내린 처참한 모습의 아파트가 보였다.

학생들은 “안전 관련 법령의 개정과 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7개월 전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주택재개발 철거 참사를 목도한 바 있다. 이날 학생들은 희생자를 애도하며 고개를 숙였다. 함께 아팠다. 기성세대로서 미안하고 한없이 부끄러웠다.

27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건물 고층부에서 구조대원들이 인명 수색활동을 벌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7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건물 고층부에서 구조대원들이 인명 수색활동을 벌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금까지의 경찰수사 내용을 종합해보면 근로자 6명이 실종된 붕괴 원인은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다. 붕괴는 지난 11일 오후 201동 39층 콘크리트 타설 도중 23층까지 연쇄적으로 이뤄졌다. 그나마 22층이 상대적으로 견고한 피난층이라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의 하중을 버텨낸 것으로 추정된다.

39층 아래는 PIT층(여러관이 지나는 설비층)이다. 현대산업개발은 PIT층 일부에 무게가 상당한 ‘ㅗ’자 형태의 수직벽, 역보를 세웠다. 그런데도 PIT층을 아래에서부터 떠받쳐 줄 지지대는 없었다. 경찰은 비용을 아끼고 공사기간을 단축하려 지지대를 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쿵! 쿵! 쿵! 쿵! 쿵!’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원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원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광주 학생들이 경계한 “인명보다 물질을 중시하는 세태”의 결과가 얼마나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지는지 또 드러났다.

1970년 와우아파트 압사사건 현장. [중앙포토]

1970년 와우아파트 압사사건 현장. [중앙포토]

52년 전인 1970년 4월 8일 서울 마포구 와우지구. 준공 석 달여 만에 5층짜리 와우아파트 한 동이 무너졌다. 콘크리트 더미 등에 매몰돼 입주민만 33명이 사망하고 38명이 다쳤다. 새벽 시간이라 피해가 더 컸다. 당시 경찰수사 결과, 사고 원인은 날림 부실시공으로 밝혀졌다.

와우아파트는 경사가 상당한 와우산에 지었다. 그런데도 철근 70개가 들어가야 할 각 기둥에 실제 쓰인 철근은 10개도 되지 않았다. 콘크리트 핵심 재료인 시멘트도 적게 섞었다. 이에 설계상으로는 1㎡당 900㎏의 하중을 견뎌야 할 와우아파트는 실제론 3분의 1 이하 수준인 280㎏만 버티는 게 가능했다. 더욱이 착공 6개월 만에 지었다.

와우아파트와 아이파크. 52년의 시간 동안 초대형 참사는 잇따랐다. 아침에 “출근한다”고 멀쩡히 나간 가족이 돌아오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짓이겨지거나 찢기고 터진 육신만 올 때도 있었다. 그런데도 달라지지 않았다. 늘 그때뿐이었다.

16일 오전 붕괴사고가 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 대표가 이날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6일 오전 붕괴사고가 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 대표가 이날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들은 “다른 사람이라도 이런 피해를 안 입게 해달라”고 절규한다. 정부는 중대사고를 반복적으로 낸 원청에 무거운 책임을 지워야 한다. 기업은 중대재해 방지 대책 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젠 정말 바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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