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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땀, 술취한 듯 구토하는 엄마…높은 베개 써야하는 이 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 어느덧 3년 차입니다. 자주 뵙지 못한 부모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을지 모릅니다. 가족들의 달라진 모습, 무심코 지나쳤지만 알고 보면 심각한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 있습니다. 설을 맞아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챙겨봅시다. 의학적인 지식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의 분야별 명의 도움을 받아 ‘건강 이상 징후, 그냥 넘기지 마세요’ 체크리스트 5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강우석 교수의 도움을 받아 뜻밖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귀 질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최근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성 전정기능(신체 균형 유지) 장애를 앓는 이들이 늘고 있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이 최근 어지럼증을 자주 느낀다면 귀 건강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석증, 전정 신경염 등 귀에서 발생하는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어서다. 어지럼증은 누구나 일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하는 증상으로 단순히 피로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해 심각성을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어지럼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낄 수 있으며, 특히 노인은 평형 기능 문제로 부상을 입을 위험도 크다. 노인 낙상의 숨은 원인이 어지럼증일 수도 있다. 어지럼증은 50~60대 이후 신체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인 전정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크게 증가한다. 따라서 부모님이 어지럼증을 계속 느낀다면 원인을 찾아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세 바꿨을 때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증

이석증은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양성 돌발성 체위변환성 어지러움’이라고도 하는데 어지럼증 중에서는 가장 흔하다. 이석증이 생기면 급작스럽게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게 된다. 잠자리에서 돌아누울 때, 누웠다 일어날 때, 혹은 앉은 상태에서 누울 때 1~2분 정도 빙빙 도는 것 같은 회전성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또 구부렸다 일어설 때나 선반에서 물건을 꺼내려고 올려 볼 때, 머리를 감을 때, 급히 머리나 몸을 돌릴 때도 비슷한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다. 어지럼증은 일반적으로 아침에 더 심하고 어느 정도 활동한 이후인 오후에는 약해진다. 빙빙 도는 느낌의 어지럼증은 1~2분 이내에 끝나지만 이후에 신체에 움직임 변화가 있을 때 어지럼증을 반복적으로 느낄 수 있다. 어지럼증을 느낄 때 속이 미식거리거나 구토를 할 수도 있다.
이석증의 원인은 전정기관(귀의 안쪽에 위치하며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기관) 안에 존재하는 물질인 이석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세반고리관 내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때 고개를 회전하면 전정기관이 자극돼 어지럼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석증(출처 서울아산병원)

이석증(출처 서울아산병원)

이석증 치료는 이석 치환술이 대표적이다. 고개의 위치를 바꿔가며 세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을 전정기관으로 이동시키는 치료법이다. 문제는 이석증이 잘 재발한다는 것인데 재발할 경우 병원을 방문해 이석을 원위치로 이동시키는 치료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는 머리에 충격이 가해지는 행동이나 머리를 급히 젖히는 행동을 삼가고, 잠을 잘 때도 베개는 높은 것을 사용하며 귀가 편안한 쪽으로 눕는 것이 좋다.

심한 어지러움과 구토, 식은 땀 유발된다면

전정 신경염은 어지럼증 질환 중 이석증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하다. 증상으로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 식은땀이 유발된다. 몸이 돌고 있는 것 같은 어지럼증이 느껴지고 증상이 발생한 첫날 동안에는 어지럼증이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어떤 사람은 몸이 한쪽으로 쓰러지려는 느낌이 들거나 술 취한 느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전정신경은 눈의 운동을 조절해 안정된 시야 정보를 얻고 근육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갑자기 한 쪽 귀의 전정신경의 일부 또는 전부가 없어지는 전정신경염이 발생하면 자신도 모르게 몸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자주 넘어지게 되는 것이다. 원인은 정확히 증명된 바는 없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염 또는 말초신경에 혈액공급이 저하돼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노인은 근력이 저하되어 있다 보니 근력을 조절하는 전정신경계도 노화되어 전정신경계가 적절히 반응하지 못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몸이 많이 흔들리고 쉽게 넘어지게 된다.
전정 신경염은 여러 가지로 어지럼증을 표현하나 눈을 감고 누워있으면 편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정 신경염 환자들은 병이 온 쪽이 아닌 건강한 귀 쪽으로 눕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가 머리를 움직이면 어지럼증이 다시 심해진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강우석 교수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강우석 교수

진단은 한쪽으로 향하는 수평방향의 안진(안구 떨림 증상)으로 판단한다. 안진의 방향은 건강한 쪽을 향하게 되고 건강한 쪽을 바라볼 때 안진의 강도는 더욱 세진다. 반대쪽을 바라볼 때는 강도가 약해진다.
다행히 심한 어지럼증은 1주 이내에 70%정도 사라지며 4%만 2주 이상 지속된다. 전정기능의 한 쪽이 감소된 경우 시간이 지나도 그 기능 자체는 돌아오지 않지만 중추신경계에서 전정기능을 강화하는 작용을 통해 어지럼증이 점점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때는 병원에 방문하여 적절한 재활운동 방법을 익혀 어지럼증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 또 평소 산보나 배드민턴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하면 전정기능 재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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