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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두고 '비건 만두' 완판? MZ 이번엔 명절선물 바꿔버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 직장인 최유정(31)씨는 설을 앞둔 지난 21일 한 식품제조업체가 출시한 ‘비건(채식) 만두 선물세트’를 사러 대형마트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재고가 다 팔려 온라인으로 주문해야 한다”는 점원의 말을 듣고서다. 올해로 3년 차 비건인 최씨는 “명절 선물세트가 지나치게 육류 위주라 소비하기 꺼려졌는데, 완판 소식을 듣고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던 사람이 많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명절선물을 고르던 직장인 홍모(33)씨는 재생용지 상자에 담긴 과일 선물세트를 집어 들었다. 홍씨는 “선물세트 포장이 눈에 띄게 간소해졌다. 내용물보다 버리는 쓰레기가 더 많아서 선물을 주고받는 게 죄책감이 느껴지곤 했는데 긍정적인 변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서울의 한 백화점 설 선물세트 판매대.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서울의 한 백화점 설 선물세트 판매대. 연합뉴스

명절선물 세트 키워드는 ‘친환경’

명절선물의 ‘겉과 속’이 변하고 있다. 소비를 통해 환경·동물권 보호 등 공익적 가치를 표현하는 이른바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가 떠오르면서다. 특히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실천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명절선물 풍속도가 달라지는 추세다.

유통업계에선 이런 흐름에 발맞춰 명절선물 세트가 친환경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명절 단골 선물인 과일 바구니가 나무 소재인 라탄으로 제작돼 재활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종이로 바구니를 만들고, 플라스틱 포장재 대신 분해가 쉬운 재생용지를 사용하는 식이다.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한 비건 제품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기후위기 같은 이슈에 특히 민감한 MZ 소비자들을 고려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명절선물. 사진 셔터스톡

명절선물. 사진 셔터스톡

완제품 사는 대신 ‘수제 선물’ 인기

기업의 완제품을 구매하는 대신 취미를 살려 손수 명절선물을 만드는 이도 늘고 있다. 기업이 대규모로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 등 공해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직장인 장유진(27)씨는 고향에 있는 부모님에게 직접 만든 유자청을 선물할 계획이라고 한다. 장씨는 “소비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자 작년 추석부터 시작한 작은 습관이다. 직접 만든 선물이라 부모님도 더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전문가에게 하루 동안 요리나 제빵 등 기술을 배우는 ‘원데이 클래스’는 명절을 앞두고 더 붐빈다고 한다. 특히 가족이나 지인에게 명절을 맞아 비건 먹거리를 소개하고자 하는 MZ가 주 고객층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비건 제빵사 문혜원(34)씨는 “명절 직전엔 어르신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비건 화과자 만들기’ 수업을 여는데 20~30대 직장인이나 대학생 신청자가 특히 많다”고 했다.

“MZ세대가 유통업계 움직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의 원인에 소비를 통해 긍정적인 가치를 전파하고자 하는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돼 있다고 해석한다. 지난해 9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친환경 행동을 잘 실천할 수 있는 분야로 전체 응답자의 55.6%가 ‘소비’를 골랐다. 특히 MZ세대는 ‘업사이클링’(새활용)과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배출 최소화) 등 소비 키워드에 대해 윗세대보다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온라인으로 활발하게 소통하는 MZ세대의 움직임에 유통업계가 동조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흐름이 윗세대까지 아우르는 사회적인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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