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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車 10대 중 3대는 이 색깔...연비도 좋고 사고율도 낮다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세대 쏘나타는 겨자색을 대표색으로 내세우며 화제를 모았다. 무채색이 많이 팔리는 국내서 드문 자동차 색상이다. [사진 현대차]

8세대 쏘나타는 겨자색을 대표색으로 내세우며 화제를 모았다. 무채색이 많이 팔리는 국내서 드문 자동차 색상이다. [사진 현대차]

설 연휴 전날인 28일부터 전국의 고속도로는 정체가 시작했다. 극심한 귀성길 정체 때 자동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소소한 놀이 중 하나가 주변 차량 구경하기다. 특히 자동차 색깔은 사고율이나 연비, 판매량과 관련이 있는 데다 차주의 취향까지 보여주기도 한다.

한국선 무채색 인기…흰색>회색>검정 순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동차 색상은 무채색이다. 29일 글로벌 도료업체 액솔타가 발표한 ‘세계 자동차 색상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서 팔린 차 10대 중 3대는 흰색(32%)이었다. 단일한 흰색 차종이 19%, 반짝이는 진주색 안료가 섞인 흰색 차종이 13%였다.

다음으로 많이 팔린 색상도 회색(21%), 검정(16%), 은색(11%) 등으로 모두 무채색 계열이었다. 한국의 도로 풍경이 다른 국가에 비해 ‘심심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무채색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 흰색과 회색, 검정색, 은색 차량 구입 비율이 압도적이다. [중앙포토]

무채색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 흰색과 회색, 검정색, 은색 차량 구입 비율이 압도적이다. [중앙포토]

업계에선 국내에서 무채색 계열 차종이 잘 팔리는 이유가 중고차 가격과 관련이 깊다고 풀이한다. 무채색은 딱히 취향을 타지 않는 색깔인 데다 차량 관리도 상대적으로 쉽다.

예컨대 같은 빨간색도 미세하게 음영과 광택, 색상 등이 달라 완벽하게 동일한 색상을 만들기 쉽지 않은데, 이에 비해 무채색은 상대적으로 같은 색을 내기 쉽다. 소소한 접촉 사고나 흠집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의미다.

액솔타 관계자는 “자동차는 특성상 한 번 사면 최소 수년 이상 타는 경우가 많은데, 흰색은 유행을 타지 않고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에도 어울리는 색상이라는 점에서 많은 소비자가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바스프가 발표한 ‘바스프 컬러 리포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무채색 차량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사진 바스프]

바스프가 발표한 ‘바스프 컬러 리포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무채색 차량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사진 바스프]

북미선 빨간색, 남미에선 파란색 인기 

국가별 통계를 보면 선호하는 색상에서 차이가 난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가 최근 발표한 ‘바스프 컬러 리포트’에 따르면,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팔리는 차량의 27%가 유채색이었다. 바스프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20년 만에 가장 높은 비율이다.

마크 구트야르 바스프 유럽∙중동∙아프리카 자동차컬러 디자인팀장은 “파란색이 가장 인기가 있고 빨간색과 녹색도 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 인기”라며 “유채색은 차량 소유주의 개성을 드러내고 자동차를 역동적이면서 대담하게 보이게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유채색도 대륙별로 선호도에 차이가 있다. 남아메리카에선 빨간색보다 파란색 자동차가 상대적으로 더 인기가 있다면, 북아메리카에선 빨간색 차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폴 초르네이 바스프 북미 자동차컬러 디자인팀장은 “남아메리카에서 지난해 파란색 차종의 점유율이 상당히 상승했고, 북아메리카 소비자는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선호 색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상대적으로 무채색이 인기다. 대륙별로 보면 중국(58%)·일본(35%) 등 흰색 차 선호도가 가장 높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으로 보면 48%로, 남미(42%)·북미(29%)·유럽(25%)보다 높다.

지난해 제네시스G80을 구입한 소비자의 17.3%가 파란색을 선택했다. [사진 현대차]

지난해 제네시스G80을 구입한 소비자의 17.3%가 파란색을 선택했다. [사진 현대차]

조금씩 ‘개성’ 드러내는 분위기 

비록 무채색이 대세지만, 최근 국내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말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 사전 예약 결과를 분석했더니 가장 많은 사람이 산 색깔은 카키색이었다(45.4%). 흰색(23.8%·2위)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아이보리색(15.4%)을 주문한 소비자도 회색(10.1%·4위)보다 많았다.

이런 분위기는 고급 세단에서도 드러난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준대형 세단 G80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제네시스 G80을 구매한 소비자의 17.3%가 파란색을 택했다. 제네시스의 중형 SUV GV70도 초록색(4.8%·4위)과 파란색(4.6%·5위)도 인기가 있었다.

파란색 사고율 높아…실제보다 더 멀리 보여

자동차 색깔은 사고율과도 유관하다. 경찰청이 공식 블로그에서 공개한 차량 색상별 사고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파란색(25%)이나 녹색(20%) 차량 사고율은 노란색(2%)이나 밤색(3%) 사고율보다 높았다. 회색·흰색도 시안성이 좋아 사고율이 낮은 편이다. 검정색은 반사 효과가 좋지만, 야간 사고율이 다소 높았다.

이처럼 차량 색상별로 사고율이 달라지는 건 눈의 굴절률과 초점 기능 때문이다. 파란색은 빛의 굴절률이 커 망막보다 앞쪽에 상이 맺힌다. 이때 망막은 초점을 맞추려고 수정체를 오목하게 만든다. 쉽게 말해, 파란 물체는 실제보다 더 멀고 작게 느껴진다는 의미다. 파란색 차의 사고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다.

자동차 색상별 교통사고 발생률. 파랑색과 녹색차는 상대적으로 사고 발생 비율이 낮다. [중앙포토]

자동차 색상별 교통사고 발생률. 파랑색과 녹색차는 상대적으로 사고 발생 비율이 낮다. [중앙포토]

반면 노란색은 색수차에 의해 빛의 굴절률이 달라져 사람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다. 어린이집이나 통학 차량이 노란색을 선호하는 배경이다. 색수차는 빛의 파장에 따라 렌즈의 초점이 달라지고, 상의 전후 위치가 달라지는 현상이다.

연비는 흰색 차량이 가장 뛰어나 

차량의 색상이 연비와 관련이 있다는 통계도 있다. LG화학에 따르면, 검정색보다 흰색 차량의 연비가 대체로 좋은 편이다. 이돈익 LG화학 엔지니어링소재사업부 컬러개발팀장은 “여름철 에어컨을 가동하면 차량 에너지 효율은 5~20%가량 하락하는데, 햇빛을 반사하는 흰색 자동차는 태양열을 잘 흡수하는 검정색에 비해 실내 온도가 낮아 연비를 5%포인트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겨울에는 검정색이 연비에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돈익 팀장은 “하지만 에어컨보다 히터의 연료 소모율이 훨씬 적기 때문에, 연간 효율을 종합적으로 보면 검은색보다 흰색이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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