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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역발상'…종이잡지만 파는 서점 성공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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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디지털 시대에 ‘종이잡지만 파는 서점’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이 서점에는 요즘 동네 서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음료 메뉴도, 북토크 모임도 없습니다. 대신 온·오프라인 구독서비스를 합니다. 서점이 추천하는 잡지를 ‘믿고 보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죠. 그 뿐만이 아닙니다. 여러 글로벌 기업과 협업도 하고 있습니다. 이 서점, ‘종이잡지클럽’이 추구하는 역발상 전략은 무엇이고, 글로벌 기업들이 종이잡지라는 ‘올드 미디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이 직접 만나 물어봤습니다.

※ 이 기사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21세기 신인류, 구독인간”의 4화 중 일부입니다.    

서울 합정동 종이잡지클럽 입구의 간판. ⓒ폴인

서울 합정동 종이잡지클럽 입구의 간판. ⓒ폴인

'디지털 시대'에 '잡지'만 읽는 공간 창업, '역발상'

Q. 종이잡지클럽은 어떤 공간인가요?
2018년 10월에 오픈한 잡지 전문 공간이에요. 합정 1호점을 시작으로, 2021년 5월엔 제주에도 공간을 오픈했습니다. '종이잡지클럽 제주 with 세가방'이라는 이름인데요. 대교그룹, 제주 도시재생·문화도시와 협업했죠. 매거진 열람뿐 아니라, 매거진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Q. '종이잡지클럽'이라는 브랜드명이 직관적이고 독특합니다.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 제안한 이름인데요. 솔직히 나머지 멤버는 다 반대했어요. '종이잡지'는 한국어고, '클럽'은 영어인데 두 단어를 조합하는 게 어색하다든가, 히트한 브랜드는 대개 다섯 글자 이내인데, 종이잡지클럽은 여섯 글자라든가 다양한 이유로요. (웃음)

공간이 실체화되기 전에는 이름이 '촌스럽다'고 생각했죠. 정작 공간을 오픈하고 나니 모두가 이 이름을 매력적이라 하더군요. 그보다 딱 맞는 네이밍도 없었죠. '종이잡지'를 다루는 곳이자, 사람이 모이는 '클럽'이니까요.

Q. 디지털 시대에 '종이잡지'만 다루는 공간을 만든 역발상의 계기는 뭔가요?
회사를 다니다 보면, 정기구독으로 배송받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잡지나 신문을 접하게 되잖아요. 양질의 콘텐트가 그대로 버려지는 게 아쉬웠어요. 잡지가 비주류로 전락했더라도, 사실 가장 최신의 콘텐트를 다루고, 다들 정말 열심히 만들고 있잖아요. 양질의 콘텐츠와 좋은 콘텐츠를 찾는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을 만들면 어떤 가능성이 펼쳐질까 고민했죠. 그 '연결'만 된다면 사업적으로도 가능성이 있다 생각했고요.

Q. 그 '가능성'이란 뭔가요?
솔직히 엄청난 확신이 있진 않았어요. 다만 '책'이 아닌 '잡지를 읽는 경험'이 더 뾰족하고 마이너하다 여겼기에, 선점 효과는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나아가 공동 창업자의 말도 굉장히 현실적이었어요. 이걸로 '떼돈을 벌 수 있다'가 아닌, '2년만 실험해보고 멋있게 망하자'라고 했어요. 전 극단적 현실주의자라 그 말에 더 끌렸던 것 같아요. '불확실한 가능성'을 실험해보고 싶었죠.

'최선을 다해 잡지를 만드는 제작자'와, '잡지를 낯설게 여기는 세대'가 만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궁금했어요.

Q. '종이잡지클럽'에서 다루는 매거진 양이 상당한데요.
국내, 해외잡지 통틀어 약 500종을 취급해요. 계속 늘려갈 계획이고요. 많은 분들이 '진짜 이걸 다 읽냐?' 물으시는데요. 네, 다 읽어요. 종이잡지클럽에서 커피를 팔거나 홍보행사를 하지 않아 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잡지 '모노클'을 만든 타일러 브륄레(Tyler Brûlé)는 "모노클을 기존 매거진 문법의 반대로 만들었다"고 했는데요. 종이잡지클럽도 기존의 서점 문법을 따르지 않았어요.

커피를 팔거나 북토크를 하는 B2C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거기에 '반대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인건비, 임대료 등 서점의 보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일이죠. 하지만 제가 과거 서점에서 일하며 음료를 팔고, 북토크를 기획해본 경험을 돌이켜봤어요. 아이러니하지만 정작 '책 읽을 시간'이 없었죠. 누구보다 '서점인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었고, 못하는 건 과감히 하지 말자 생각했어요. 다행히 2년간 버틸 돈도 모아둔 상태였고요.

종이잡지클럽의 매니저는 '누구보다 잡지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생각해요. 그게 업의 핵심이니까요. 다행히 잡지는 매체 성격상, 몇몇 피처 기사를 읽으면, 그 잡지의 특성이 어느 정도 파악돼요. 확실히 흐름을 따라가기 쉽죠.

종이잡지클럽에서는 국내외 500여 종의 잡지를 취급한다. ⓒ폴인

종이잡지클럽에서는 국내외 500여 종의 잡지를 취급한다. ⓒ폴인

"잡지에 광고 '붙는' 시대 아닌, 잡지가 광고 '되는' 시대"

Q. 현재 온·오프라인 구독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첫 시작은 오프라인 회원 서비스였어요. '종이잡지클럽'이란 이름처럼 열람 경험을 통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도록요. 종일 이용권 5000원만 내면 종일 종이잡지클럽 오프라인 공간을 이용할 수 있었죠. 그 외 3개월권은 2만 5000원, 6개월권은 4만원에 판매했습니다. 무척 싸죠? (웃음) 요즘은 '돈'이 정보의 격차를 만드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진짜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이 '커피 한 잔 비용'을 아껴서 종일 잡지를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종이잡지클럽을 주로 찾으시는 분들은 소위 MZ세대예요. 대학생부터 실무자급 사회초년생이 많고, 디지털 세대이지만 아날로그적인 것에 관심이 많죠. 그런 분들이 레퍼런스를 찾으러 왔다가 다른 잡지들도 자연스럽게 열람하시는 것 같아요.

온라인 구독서비스는 그 후에 시작했어요. 종이잡지클럽이 선정한 잡지를 한 권씩 받아보는 방식인데요. 하나의 잡지를 구독하는 게 아니라 종이잡지클럽이 큐레이션한 잡지를 구독하는 셈이죠. 거기에 저희의 리뷰와 추천할 만한 피처를 소개하고, 잡지를 읽고 더 고민해볼 만한 질문을 던져요. 그 질문을 기반으로 잡지 편집장과 온라인으로 대화도 나누고요.

Q. 재구독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멤버십 재구독률은 60% 정도 돼요. 재구독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은 '자연스러운 넛지'인 것 같아요. 다른 말로 하면, 너무 애써서 팔려고 하지 않는다? (웃음) 얼마 전 저희 고객 중 한 분이 그러더라고요. '종이잡지클럽엔 알 수 없는 여유가 흐른다'고요. '이걸 사라', '이걸 읽어라' 강요 없이, 매거진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종이잡지클럽의 매력을 만드는 것 같아요.

Q. 코로나로 오프라인 공간 운영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어떤 전략으로 돌파했나요?
요즘 많은 분들이 "이젠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이 중심이다" 말하더라고요. 전 오히려 '오프라인의 양극화'가 시작되었다 봐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지 못하니, 진짜 '마음을 줄 수 있는 공간'에만 방문하죠. 그만큼 취향을 세분화하고 큐레이션 해 제시해야 하죠.

요즘은 '잡지에 광고 붙는 시대'가 아닌 '잡지가 광고되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지면 매체가 강세이던 시절에는 독자들이 글을 읽기 위해 광고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시대였잖아요. 지금은 영상 매체가 비슷한 상황이죠. 대부분의 시청자가 영상을 보기 위해 광고를 보잖아요.

현재의 잡지는 고유의 만듦새와 기획, 편집, 디자인 능력을 최대한 보여주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매력을 극대화하여 독자로 하여금 집어 들고 싶게끔 만들죠. 종이잡지클럽을 찾는 많은 분이 잡지에 대한 애정보다 그들이 만드는 기획과, 편집 등에서 흥미로운 레퍼런스를 찾기 위해 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종이잡지클럽은 잡지들의 '브랜드 쇼룸'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해요.

Q. B2B 성과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기업들은 종이잡지클럽을 통해 어떤 가치를 전달하려 하나요?
종이잡지클럽의 B2B 비즈니스는 모두 잡지에서 출발했는데요. 먼저 라이브러리 큐레이션 서비스가 있어요.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그룹과 협업했어요. 기업과 다양한 CSV 활동도 함께 하고 있고요. '종이잡지클럽 제주 with 세가방'도 그런 사례고요. 사회적기업이나 공공기관과 잡지 읽기 수업을 열어 정보격차를 줄이려는 교육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케즈가 만든 'BLUE' 매거진, 블랭크 코퍼레이션이 만든 'TOOLS', 유니클로가 만드는 'LifeWear' 등의 브랜드 매거진 마케팅도 했는데요. 트렌드 캐치와 선점이 중요한 이들 업계에서 저희와 협업했다는 건, 여전히 잡지가 다양한 사람들이 영감의 창구로 이용된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어요.

종이잡지클럽과 브랜딩 협업을 진행한 케즈의 블루 매거진. ⓒ종이잡지클럽

종이잡지클럽과 브랜딩 협업을 진행한 케즈의 블루 매거진. ⓒ종이잡지클럽

종이잡지클럽이라는 아이템이 뾰족하다 보니, 기업이 원하는 공간의 방향과 일치할 때 결과가 좋은 것 같아요. 또 기업은 종이잡지클럽의 주요 독자층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 공간에는 유독 트렌드에 예민한 MZ세대가 많이 오거든요.

'마이크로 브랜딩'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사요. 그게 곧 '브랜드 가치'이기도 하잖아요? 그 가치를 전하는 방식으로 '휘발성이 높은 '온라인 광고'보다는 '매거진'을 선호하는 것도 있어요.

매거진은 브랜드 가치를 주기적으로 아카이빙하기에 좋은 매체니까요. 나아가, 요즘 기업들은 젊은 세대에게 '콘텐트 자체'로 어필하려다 보니, 그 콘텐트를 젊고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곳을 많이 찾으시는 것 같아요.

Q. 점점 공간 중심의 브랜드저널리즘으로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후략)

※ 이 기사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21세기 신인류, 구독인간”의 4화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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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크리에이터 ‘김짠부’, 전통주 구독서비스 ‘술담화’, 매거진에서 출발해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영역을 확장한 ‘종이잡지클럽’, 블록체인 코리빙 스페이스를 건설한 ‘논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전파하며 수많은 팔로워를 이끄는 ‘구독인간’들을 폴인이 만났습니다. 이들이 건네는 팁이 ‘미래의 구독인간’을 꿈꾸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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