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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토론은 이래서 OOO이 이긴다"[막오른 대선토론]

중앙일보

입력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선거에서 토론은 종합예술이다. 말만 잘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말투나 태도 등이 종합적으로 점수에 반영되는 게임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제 막을 올리는 20대 대선 토론에 대한 전망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토론에서 보여지는 각 후보의 장점과 단점이 유권자에게 종합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일반적으로 토론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남시장·경기지사를 역임하며 쌓은 행정 전문성과 특유의 달변, 전달력 등은 그의 장점으로 꼽힌다. 민주당 경선 토론회 당시 정세균 후보의 사생활 관련 공격에 “바지를 내릴까요?”라고 맞받아치는 등의 순발력도 눈에 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에게 “빨리 토론을 하자”며 압박해온 것도 토론이 이 후보의 강점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10월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OBS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10월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OBS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후보의 매끈한 말솜씨가 TV토론을 보는 유권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 후보는 말을 굉장히 매끄럽게 잘한다. 하지만 유권자에 따라서는 이 후보에 대해 ‘말만 잘 한다, 입만 살았다’는 평가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준한 교수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을 잘 해서 당선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TV토론은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클린턴 후보의 완승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트럼프 후보의 승리였다.

정치 경험이 짧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현재까진 토론이 약점으로 평가돼 왔다. 국민의힘 경선 토론에선 손바닥의 ‘왕(王)자 논란’과 말할 때 고개를 젓는 ‘도리도리’ 등 구설이 계속 됐다. 또 “집이 없어서 한 번도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지 못했다”는 발언은 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준한 교수는 “윤 후보가 특정 이슈에 대해서는 청산유수여도, 다른 이슈에는 버벅이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당 경선 TV토론회 당시 손바닥 한가운데에 '왕(王)'자를 그려놓은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당 경선 TV토론회 당시 손바닥 한가운데에 '왕(王)'자를 그려놓은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연합뉴스

다만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들은 “윤 후보의 습득력이 굉장히 빠르다”며 토론에서 다른 후보에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윤 후보의 토론 테크닉이 떨어지긴 하지만, 경선 토론을 거치면서 콘텐트를 많이 채웠고 이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솔해 보이는 태도가 시청자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대장동 이슈 등 자신이 유리한 문제는 적극적으로 발언하면서 다른 이슈에는 말을 아끼는 방식으로 말실수를 줄이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3일 4자 토론에 등판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권토중래(捲土重來)의 자세다.
2017년 대선에서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던 안 후보는 TV토론에서 “내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라고 발언했다가 지지율이 하락세로 전환되는 역효과를 거뒀다. 국민의당 선대위 관계자는 “안 후보가 그동안 메시지를 가다듬는 등 토론 준비를 충실히 해왔다. 5년 전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윤종빈 교수는 “안 후보가 그동안 공부를 많이 해서 콘텐트는 채운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달력이나 사회과학적 논리 전개 등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율 교수는 “안 후보는 토론에서 진정성이 우러나는 편이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대선에 두 번째 출마하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토론에서는 베테랑이다. 채진원 교수는 “논리적인 측면이나 집요하게 물어보는 능력에서는 심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단연 우수하다”고 평했다. 하지만 언변의 노련함과 별개로 진보 진영에서 나오는 ‘노회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어떻게 TV토론에서 불식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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