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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순금메달 달라" 법정싸움 된 퇴직 공무원 분노,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순금 이미지 [중앙포토]

순금 이미지 [중앙포토]

“친목계 폐지에 순금 7돈 받은 권리 박탈” 

충북의 한 전직 공무원이 퇴직 기념 선물로 7돈짜리 순금메달을 받지 못하자 “현금으로 돌려달라”는 취지의 지급명령 신청을 법원에 냈다.

29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사무관(5급)으로 퇴직한 A씨(61)는 지난 10일 청주지법에 충북도를 채무자로 한 210만원 규모의 지급명령 신청을 제출했다. 충북도청에서 퇴직한 4·5급 공무원에게 주던 순금메달을 도가 일방적으로 중단해 손해를 봤다는 이유에서다.

A씨가 요구한 210만원은 순금 7돈 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법원은 A씨의 논리를 받아들여, 최근 충북도에 지급명령을 했다. 지급명령은 채권자가 법원을 통해 채무자에게 변제를 청구하는 독촉 절차다. 채무자 소명 없이도 명령이 가능하다.

“순금메달을 받아야 한다”는 A씨 주장은 수년간 이어져 온 충북도청 내 관행에서 비롯됐다. 충북도 4·5급 공무원들은 퇴직하는 선배에게 순금메달을 선물하는 ‘친목계’를 운영해 왔다. 이 친목계는 회칙이나 규칙·규약이 없다. 언제 생겼는지도 불분명하다.

퇴직자가 있을 때마다 4·5급 직원 명단을 추려 돈을 걷고, 메달을 제작했다. 사무관 경력 1년이면 금 1돈을 주는 방식이다. 근무연수에 따라 금 1돈씩을 추가해 최대 10돈까지 줬다.

하지만 “돈을 안 내고, 메달을 받지 않겠다”는 직원이 점차 많아지면서, 금메달 제작에 차질이 생겼다. 5급 공무원 중 친목계 미참여자는 2019년 16명, 2020년 53명, 2021년 8월 104명으로 대폭 늘었다.

충북도청 전경. [사진 충북도]

충북도청 전경. [사진 충북도]

충북도 “친목계 자율로 운영…지급근거 없다” 

충북도 관계자는 “기금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친목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도는 지난해 10월 진행한 직원 설문조사를 근거로 친목계 폐지를 결정했다. 당시 도청 4·5급 공무원 399명 중 277명(70%)이 메달 지급 폐지에 찬성했다.

A씨는 퇴직 전까지 6년 8개월간 5급으로 근무한 만큼 순금 7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한다. 그는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에서 “충북도가 퇴직공무원에게 위로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친목계 조직을 입안·시행했으나, 후배 공무원 부담을 이유로 반대 여론이 나오자 위로금 지급 폐지를 결정했다”며 “그동안 퇴직 메달 제작용 돈을 성실히 납부한 사람에게 손해를 감수하라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충북도는 친목계가 강제사항이 아니었던 만큼 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충북도 관계자는 “친목계는 먼저 퇴직하는 선배를 예우하기 위해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했던 것”이라며 “순금메달 지급이 예산을 수반한 사업도 아니어서 도가 책임져야 할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물어내야 한다면 그 주체는 순금메달을 받은 퇴직 공무원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북도는 법원의 지급명령을 거부하고 조만간 이의신청을 하기로 했다. 이의제기에 A씨가 정식 재판을 원하면 민사소송이 시작된다. 재판을 원하지 않으면 이 지급명령은 없던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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