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감기 수준…감염돼 면역 얻는게 낫다" 이 말의 진실

중앙일보

입력 2022.01.29 05:00

업데이트 2022.01.29 23:36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해 방문한 시민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뉴스1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해 방문한 시민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뉴스1

“자연면역이 더 낫다던데 차라리 한 번 걸려서 면역을 얻는 게 나은 거 아닌가요.”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인 김모(31)씨는 최근 전파력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증상은 경미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이런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방역패스에 걸려 식당이나 카페 등을 이용하지 못하면서 집에서만 두문불출하며 생활하고 있던 터라 차라리 한번 감염된 후 방역패스 예외 대상자에 포함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는 비단 김씨 같은 백신 미접종자들만의 생각은 아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는 ‘3개월마다 추가 접종을 하느니 오미크론에 한 번 걸려 자연면역을 획득하는 게 낫다’ ‘걸려봤자 감기 수준 아니냐. 2차 백신 접종도 맞았겠다 이참에 방역을 풀고 전 국민이 한 번씩 가볍게 앓고 지나가자’는 내용의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돌파감염 비율이 늘자 백신 무용론과 함께 설득력을 얻고 있는 주장이다.

오미크론, 치명률 낮아졌지만 독감과 비교 무리 

2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게소(인천방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2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게소(인천방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자연면역을 얻을 경우 백신을 한 차례 맞는 것 이상의 면역을 보유하게 되는 건 맞지만, 일부러 감염되기에는 감수해야 할 위험이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방역당국은 국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의 치명률은 0.16%로 인플루엔자(계절 독감) 치명률보다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치명률 숫자만 강조하며 가볍게 치부하곤 하는데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아직 독감 수준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 사용되는 백신은 오미크론처럼 새롭게 등장한 변이에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변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백신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감염됐을 경우 타미플루같이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면역이 더 낫다는 것도 감염된 이후 살아남았을 때 이야기 아니냐"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중증화율이 그나마 감소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백신 접종 때문인데 미접종자의 경우 그런 방어막이 없기 때문에 위중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9일 가디언에 따르면 체코의 여성 포크송 가수 하나 호르카(57)는 백신 패스를 발급받기 위해 일부러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안티백서(Anti-vaccer)였던 호르카는 감염을 통해 얻는 자연면역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호르카는 가족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일주일간 함께 격리하며 자연 감염됐지만 갑작스레 상태가 악화되며 숨졌다.

대규모 환자 발생 시 의료대응 여력 떨어져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보건소 관계자가 방역물품보관실에 입고된 신속항원검사를 위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보건소 관계자가 방역물품보관실에 입고된 신속항원검사를 위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정재훈 교수는 한 번에 대규모의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의료 여력에도 한계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전파력이 매우 세고 독감보다 치명률이 높은 상태라 잘못하다가는 의료 대응 역량을 넘어설 수 있다"며 "이런 위험에 있어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기본 접종 완료자의 경우 위중증으로 갈 가능성은 적지만 너도나도 감염되다 보면 의료 체계 부담이 커져 제때 치료를 못 받게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언젠가는 방역 완화에 들어가 자연스럽게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상황을 맞게 되겠지만, 그 시기는 유행의 정점이 지나간 이후가 돼야 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해외 전문가들도 유사한 의견을 내놨다. 지난 11일 미국 CNN 방송은 전문가 의견을 통해 “일부러 감염돼 면역력을 획득하려고 시도해선 안 된다”고 보도했다. 노스웨스턴대 의대의 로버트 머피 글로벌 보건연구소장은 일부러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는 건 "다이너마이트를 가지고 노는 것과 같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외에 전문가들은 후각·미각 상실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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