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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동양대 PC 증거 인정…“No”했던 조국 재판부도 돌아설까 [法O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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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사건의 1심 재판부가 대법원의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상고심 판결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조 전 장관 사건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을 부인하고 증거로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대법원이 이와 정반대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대법 "3년간 휴게실 방치…PC 처분권은 정경심 아닌 동양대"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은 전날 업무방해와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15개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 "검찰이 동양대 PC에 저장된 전자 정보에 대해 탐색·추출하는 과정에서 피압수자 측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중앙포토·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중앙포토·연합뉴스]

동양대 강사휴게실에 있던 PC에선 딸 조민씨와 관련한 7대 스펙 위조 혐의 중 핵심인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된 총장 직인 파일 등 핵심 증거가 무더기로 나왔다. 이 PC는 표창장 위조 시점인 2013년 6월엔 정 전 교수가 사용하긴 했지만 2016년 12월 이후 3년 가까이 동양대 강사휴게실에 방치되면서 조교인 김모씨가 관리해왔다. 김씨는 2019년 9월 10일 휴게실 한켠에 먼지가 덮인 채 있던 PC를 수사 과정에서 이를 발견한 검찰 수사관에 임의제출했다.

정 전 교수 측은 이를 문제삼아 증거 조사 과정에서 정 전 교수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 PC의 포괄적인 관리처분권은 정 전 교수가 아닌 동양대 측에 있다고 판단했다.

전합 판례 참고해 동양대PC 증거에서 뺀 조국 재판부 

천대엽 대법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천대엽 대법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당초 법조계에선 정 전 교수 확정판결 이전인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 때문에 대법원이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당시 대법원 전합이 대학교수 A씨의 준강제추행 사건을 심리하면서 "수사기관이 피해자로부터 임의로 제출받은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 별건 범죄 혐의가 추가로 발견됐어도 피의자 참관 없이 디지털 증거 조사가 진행됐다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건의 주심도 천대엽 대법관이어서 정 전 교수 사건의 동양대 PC 쟁점이 이때 함께 검토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실제 조 전 장관 사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부장판사 마성영·김상연·장용범)도 지난해 12월 24일 이 판례를 근거로 동양대 PC 등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검찰 측이 "전합 판례의 취지를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발하며 재판부 기피(변경) 신청까지 한 상태다.

대법 "정경심 사건은 전합 사건과 달리 봐야" 

하지만 대법원은 27일 정 전 교수 사건 상고심에서 "이 전합 판결의 법리를 따르더라도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동양대 측이 3년 가까이 강사휴게실 내에 PC를 보관하면서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이를 공용 PC로 사용하거나 임의처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객관적인 사정에 비춰 동양대 PC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반에 관해 당시 동양대 측이 포괄적인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보유·행사하고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하면서다.

그러면서 "PC나 거기에 저장된 전자 정보가 정 전 교수의 소유·관리에 속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며 "피압수자(김씨) 측에게는 참여권이 보장됐다"고 밝혔다.

검찰의 재판부 기피 신청에 따라 조 전 장관 재판부가 계속 심리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다만 재판부 기피 신청이 인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기각될 확률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럴 경우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증거 미채택 결정을 번복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있더라고 재판부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며 "재판부도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 ‘7대 허위스펙’ 1·2·3심 재판부 판단 그래픽 이미지.

조민 ‘7대 허위스펙’ 1·2·3심 재판부 판단 그래픽 이미지.

조민 '7대 허위 스펙' 일부는 조국도 가담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정 전 교수 사건에서 조 전 장관이 공모한 혐의까지 유죄를 확정하면서 조 전 장관도 본인 재판에서 유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모두 허위로 판명된 부부의 딸 조민씨의 '7대 스펙' 중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와 부산 호텔 아쿠아펠리스 실습수료증과 인턴십 확인서는 조 전 장관이 직접 작성·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경심 가족비리 의혹 주요 일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경심 가족비리 의혹 주요 일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 전 교수가 자산관리인 김경록씨에게 자택의 하드디스크 등을 따로 보관하게 한 증거은닉교사죄가 유죄로 확정된 점도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하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조 전 장관도 향후 수사에 대비해 자택·동양대의 PC를 은닉하기로 결심하고 김씨에게 은닉을 지시했다고 판단한 부분을 수용했다.

정 전 교수의 사모펀드 코링크 PE와 관련한 업무상 횡령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지만 정 전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에게 건넨 10억원을 '대여금'이 아닌 '투자금' 판단한 점이 확정된 건 조 전 장관에게 난감한 대목이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이 10억원을 '대여금'으로 신고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조 전 장관이 가짜 재산 신고를 했다며 공직자윤리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도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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