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사생활도 다 까더니...'순방중 확진' 은폐한 靑 이중잣대[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2.01.29 05:00

업데이트 2022.01.29 13:35

뉴스 ONESHOT’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전문기자의 촉: 청와대는 왜 숨겼을까 

2020년 1월 20일 코로나19 확진자 첫 발생 이후 대구에서 31번 환자가 나올 때까지 한명 한명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질병관리본부(지금의 질병관리청)는 PCR 검사에서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 한밤중에도 기자들에게 알렸다. 마감 시간에 쫓기는 기자들의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그래서 모아서 정해진 시간에 발표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국민의 알 권리 침해"라는 지적을 넘어서지 못했다. 나중에 환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오전 9시 30분에 발표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변이 바이러스 발생, 백신 도입, 혈전증 발생 등도 거의 실시간으로 공개해왔다.

이런 노력 덕분에 코로나 발발 2년 동안 '은폐 의혹'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판단 착오로 인해 늦게 공개하는 바람에 늑장 공개라는 지적을 받은 게 더러 있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22일 6박8일간의 중동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22일 6박8일간의 중동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방역 당국의 이런 태도는 값비싼 과거 경험의 산물이다. 2003년 사스가 발발했을 때 추정환자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고 며칠 뒤 언론에 노출되면서 비판을 받았다. 2009년 신종플루 때는 멕시코를 다녀온 수녀가 기거하는 수녀원을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2015년 메르스 때는 환자가 발생한 병원 이름을 18일만에 공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반면 확진자 발생은 즉각 공개했다. 새벽 1시, 새벽 6시대에도 신규 환자 발생을 알렸다. 호된 비난을 받은 후 확진자가 발생한 병원 이름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때는 이런 메르스 때의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확진자 정보와 동선을 너무 자세히 공개해 오히려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을 정도다. 지금은 동선이나 영업장 정보는 최소한으로 공개하거나 익명으로 처리한다.

물론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 입국자 제한이나 영업 제한, 방역 패스 등을 논란에 휩싸인 것도 적지 않다. 화이자·모더나와 백신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에도 시달렸다. 하지만 조건 미공개는 백신 늑장 도입에 따른 '을의 한계'일 수도 있다. 핵심 정보를 은폐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문 대통령도 그동안 투명한 정보 공개를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을 숨긴 게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럴만한 말 못 할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숨길 이유가 없어 보인다. 오미크론은 세계 어디에나 좍 퍼져있다. 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모두 최근 확진이 급증하는 나라이다. 세 나라를 돌았으니 감염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감염되지 않았다니 천만다행이다. 그러면 그냥 쿨하게 "몇 명 감염됐고 어떻게 조치했다"고 했으면 쉽게 넘어갔을 일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감염병의 승패는 소통에 있다고들 한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병 소통의 대원칙으로 '조기 공개(early announcing)'를 권고한다. "잠재 위험을 빨리 알려라" "불완전한 정보도 알려라"라고 강조한다. WHO는 "공개가 늦어질수록 정부의 질병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다"고 지적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위기, 위험, 그리고 소통』이라는 위기대응 안내서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6개 원칙을 제시한다. 가장 먼저 정보를 제공하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 신뢰를 확보하라, 공감하라 등이다.

이 책을 편역한 한성대 행정대학원 박기수 특임교수(전 질병관리본부 대변인)는 "세계 정상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이 다반사인데 청와대가 숨기는 바람에 K방역의 투명성을 의심받게 됐다"며 "모범을 보여야할 곳이 이렇게 하면 그 의도와 관계없이 오히려 신뢰 자본을 갉아먹는다. 앞으로 문 대통령이 나서 코로나19 방역을 얘기하면 의혹의 눈초리를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