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을 도발이라 못한 與…北 미사일 6번째 만에 '규탄' 급선회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2.01.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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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해 성공시켰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해 성공시켰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유지혜 외교안보팀장의 픽 : 민주당의 北 대선개입 비판

지난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의 인터뷰. 평소 “북한에도 할 말은 하겠다”고 해온 그에게 직전인 5일 이뤄진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추정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매우 유감스럽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공존에 과연 도움이 되느냐”고 말했다.

“우려한다”에 그쳤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 입장보다야 수위가 높은 표현이었지만, 하겠다는 ‘할 말’이 고작 이 정도를 뜻하는 것이었는지 갸우뚱했다. 특히 이 후보 특유의 사이다 화법을 고려했을 때 말이다.

보름만에 “매우 유감”→“강한 규탄”

그랬던 이 후보가 북한이 올해 들어 여섯 번째 미사일을 발사한 27일 밝힌 ‘할 말’은 달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군사적 도발”로 규정했고, “강력한 유감과 규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달라진 건 이 후보뿐만이 아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북한의 거듭된 군사적 정치적 도발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관련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 역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원칙적이고 엄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대화를 강조한다고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약속은 북한이 깨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이 후보와 민주당의 이런 입장 변화는 놀랍다.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한 뒤 열린 지난 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이를 ‘도발’로 규정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하자 여당이 엄호에 나섰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적대와 공존 양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정부 입장을 도발이다 뭐다,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야당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8일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해병대 2사단을 방문, 망원경으로 북한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8일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해병대 2사단을 방문, 망원경으로 북한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직후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북한이 장거리미사일과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어떤 면에서 불행 중 다행”이라며 “오히려 대화의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고 했다.

3개월 전에는 “대화 더 필요해”

그랬기에 이 후보와 민주당의 변화는 놀랍다 못해 당황스럽다. 물론 그사이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며 긴장을 높였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인한 위협의 본질이 단기간에 달라진 것은 아니다. 불과 지난해 10월만 해도 국책연구원장이 앞장서서 “단거리 미사일 정도의 실험은 묵인할 수 있는 관용을 보여야 한다”(홍현익 국립외교원장, NK포럼)고 하지 않았나.

그사이 달라진 건 대선이 임박했다는 점 뿐이다.

실제 이 후보는 27일 “대통령 선거에 매우 안 좋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대한민국 내정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야당 대선후보들에게 북한의 긴장 조성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선언'을 하자고 제안했다.

훌륭한 제안이다. 하지만 사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가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무렵부터 선거 개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북한 우리민족끼리TV가 공개한 화천대유 관련 영상. 유튜브 캡처

지난해 10월 북한 우리민족끼리TV가 공개한 화천대유 관련 영상. 유튜브 캡처

지난해 10월 북한 선전 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은 국힘 게이트라 불러야 마땅한 줄 안다”고 했고, 비슷한 시기 우리민족끼리TV는 “누리꾼 민심이 전한다. 화천대유는 국힘당 것”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보수 후보들에 대한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北 야당 공격 땐 별말 않더니…

이는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내부 문제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남북 합의의 기본 원칙을 명백히 위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의도적으로 보수진영을 맹폭하는 북한의 ‘대선병’이 또 도진 데 대해 당시에는 지금 같은 여당의 '공동선언' 제안 같은 건 없었다.

이제 와서 여당이 도발이니, 규탄이니 전에 없던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판하며 여야 공동대응까지 들고나오는 것도 결국 대선에 미칠 악영향, 그 순간의 어려움을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그래서 나온다. 북한이 가하는 미사일 위협의 본질에 주목하기보다는 매서운 정권 심판 여론을 달래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관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답은 간단히 나올 것이다. 대선이 지난 뒤에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민주당이 이렇게 벌떼 같이 들고 일어날지를 보면 된다. 진정성 있는 대북 규탄이었는지는 40일만 지나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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