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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 ‘맞짱’ 토론…31일 개최 접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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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3호 01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후보 간 토론이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루한 샅바 싸움 끝에 31일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양자 토론을, 다음 달 3일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까지 참여하는 4자 토론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좁혔다.

양자 토론에서 배제된 안 후보와 심 후보의 반발과 실무 협상 과정에서 번복 가능성 등의 변수가 남아 있지만 유튜브 중계든 TV 중계든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각 당의 대선후보가 선출된 뒤 후보 간 토론이 처음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국민의당이 지상파 3사를 상대로 낸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양자 TV 토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지난 26일 인용한 뒤 4자 토론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돼 왔다. 하지만 윤 후보 측은 “법원 판결은 ‘공영방송 스튜디오에 초청받아 하는 건 곤란하다’는 취지인 만큼 국회 등 다른 곳에서 양자 토론을 하자”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 후보 측이 이날 이를 수용하면서 ‘선 양자, 후 4자 토론’으로 일단 갈래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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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에서는 후보 간 토론이 지지율 흐름의 최대 변곡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빅2’ 후보의 지지율은 말 그대로 박빙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실시해 이날 발표한 조사에서도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은 35%로 같았다. 안 후보는 지난주보다 2%포인트 내려간 15%, 심 후보는 1%포인트 올라간 4%를 기록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사가 지난 27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24~26일)에서도 이 후보와 윤 후보는 35%와 34% 지지율을 보였다. 안 후보는 10%, 심 후보는 2%였다.

NBS에서는 향후 토론 결과에 따른 판세 변동 가능성도 뚜렷이 드러났다. 이 조사에서 부동층 가운데 과반(55%)은 “토론 결과에 따라 지지 후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지 후보를 밝힌 응답자 중에서도 33%는 “토론 결과에 따라 지지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고 답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결국 TV 토론의 승부처는 ‘어조와 태도’를 통해 보이는 대통령다움”이라며 “흔들리거나 당황하지 않는 안정감을 보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지 후보 있어도 33%는 “보고 결정”…TV 토론이 승패 분수령

한국에서 대선후보들이 직접 TV 토론을 벌인 것은 15대 대선이 처음이었다. 이회창·김대중·이인제 후보 간 3자 토론으로 세 차례 진행됐는데 평균 시청률이 50%를 넘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첫 정권 교체를 이루는 과정에 TV 토론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도 적잖게 나왔다.

2002년 대선에선 노무현·정몽준 두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 토론도 열렸고 TV 토론 이틀 뒤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이어 이회창·노무현 후보의 TV 토론에는 후보 간 상호 토론 방식도 처음 도입됐다. 두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 등 정책 공약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탄핵 직후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도 TV 토론 변수가 결정적이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펴낸 ‘2017년 EAI 대선 패널 2차 조사 주요 결과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TV 토론 이후 지지 후보를 바꾼 유권자가 16.4%에 달했다. 지지 후보가 없다가 새로 생긴 경우(4.3%)까지 합치면 전체 유권자 중 20.7%가 TV 토론을 지켜본 뒤 지지 후보를 결정한 셈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TV 토론은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배진석 경상국립대 교수는 “부동층 비율이 높고 선거 경쟁이 치열하며 정당 충성도가 약할 때 TV 토론이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인 점과 박빙의 판도, 높은 부동층 비율 등을 고려하면 이번 대선에서도 TV 토론의 영향력이 극대화될 가능성이 크다.

TV 토론이 선거 판세를 좌우하더라도 ‘논쟁 승리’가 반드시 득표율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던 오세훈 시장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벌인 토론이었다. 당시 네 차례 TV 토론에선 방송 경험이 풍부한 오 시장이 또박또박 답변하며 토론을 주도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해선 당시 당내에서조차 “제대로 된 답변조차 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최종 개표 결과는 오 시장 47.43%, 한 전 총리 46.83%로 0.6%포인트 차 접전이었다. TV 토론 개시 이전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이 20%포인트가량 앞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TV 토론 과정에서 오 시장 지지율이 크게 내려간 셈이다. 전문가들이 “TV 토론에선 달변이 능사가 아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실제로 2007년 대선과 2012년 대선에서도 최종 승리를 거머쥔 후보는 달변가가 아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TV 뉴스 앵커 출신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맞붙어 22.53%포인트 차이의 대승을 거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TV 토론에서 법률가 출신인 문재인 후보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후보의 맹공을 받았지만 결국 3.53%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박 전 대통령은 말이 어눌했어도 시청자들이 진솔하다고 인식했고 결국 대선에서 승리했다”며 “결국 TV 토론이 정하는 건 유권자가 인식하는 후보 이미지”라고 말했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태도나 자세가 아닌 후보의 발언 내용이 주목을 받을 때도 있다. 특히 시청자들은 TV 토론에서 나온 돌출적인 부정 발언엔 민감하게 반응한다. 2017년 대선 TV 토론을 분 단위로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후보자가 경쟁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할 때의 시청률은 15.2%로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언어를 쓸 때(13.0%)보다 2%포인트 높았다.

2017년 당시 문재인 후보의 “이보세요”나 홍준표 후보의 “동성애 반대하냐”, 안철수 후보의 “제가 MB(이명박) 아바타입니까” 등의 발언은 TV 토론 직후 SNS에서 빠르게 퍼져나가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안 후보의 ‘MB 아바타’ 발언은 대선 직후 국민의당 평가 보고서에서도 패인으로 기록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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