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안경테, 베이지색 옷, 포마드 헤어…이미지 제고 경쟁

중앙선데이

입력 2022.01.29 00:23

업데이트 2022.02.0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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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3호 06면

대선후보들 스타일 변신

“정치인의 변신은 무죄.”

3·9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들이 너도나도 이미지 변신에 나서고 있다. 헤어스타일은 물론 의상·화법·표정에 걸음걸이까지 교정하며 조금이라도 유권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후보들은 선대위 내부 인력은 물론 이미지 컨설턴트와 광고·미디어·예술계 전문가들에게도 두루 조언을 구하며 과감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대선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TV 토론이 임박하면서 후보들 모두 이미지 제고를 위한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후보가 내세울 공약 못지않게 화면을 통해 전달될 후보의 ‘시각적·청각적’ 이미지가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에서다. 대선이 종반전을 향하면서 여의도 정치권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스타일 전쟁’에 돌입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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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경기지사 시절의 각진 안경테를(사진 왼쪽) 최근 부드러운 이미지의 라운드형으로(오른쪽) 바꿨다. [중앙포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경기지사 시절의 각진 안경테를(사진 왼쪽) 최근 부드러운 이미지의 라운드형으로(오른쪽) 바꿨다. [중앙포토]

대중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인기 연예인은 의상과 헤어스타일만 살짝 바꿔도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는 데 비해 차기 국정을 이끌 대선후보는 선택의 폭이 그리 크지 않다. 무게감과 안정감을 유지하는 동시에 젊고 신선한 이미지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급격한 이미지 변신보다는 액세서리나 소품 등을 활용해 은은하게 분위기 변화를 시도하는 게 특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서며 안경테부터 바꿨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라운드형의 얇은 은색 안경테를 선택했다. 경기지사 시절엔 각진 형태의 검은색 반무테 안경을 착용하며 유능한 행정가 이미지를 부각했지만 날카로운 느낌이 든다는 지적이 일자 곧바로 변신을 결심했다고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넥타이 패션’이 눈에 띈다. 윤 후보는 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에도 한동안 다소 흐릿하고 투박한 색상의 넥타이를 맸다. 대부분 검사 시절부터 착용하던 넥타이였다. 하지만 당 안팎의 조언이 잇따르자 최근엔 폭이 얇고 색감이 뚜렷한 넥타이를 통해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LAB&PSPA 대표는 “대선후보는 자연스러움을 놓치지 않는 선에서 변화하는 게 기본 원칙”이라며 “연예인처럼 화려한 변신을 시도할 경우 자칫 후보의 정체성이 흔들릴 뿐 아니라 유권자들의 거부감만 초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검은색 정장(사진 왼쪽) 대신 밝은 색상 재킷을(오른쪽) 즐겨 입으며 정갈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중앙포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검은색 정장(사진 왼쪽) 대신 밝은 색상 재킷을(오른쪽) 즐겨 입으며 정갈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중앙포토]

의상에도 꼼꼼히 신경 쓰고 있다. 이 후보는 만나는 시민들의 연령대를 고려한 맞춤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기성세대가 많이 찾는 전통시장을 방문할 때는 점퍼와 목폴라 상의로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앞세우는 반면 2030세대와 소통하는 자리에선 비즈니스 캐주얼인 슬랙스 바지와 스니커즈 운동화로 ‘꽃중년’ 이미지를 강조하는 식이다. 머리 색깔도 백발→어두운 회색→검은색으로 바꾸며 젊은 느낌을 한층 끌어올렸다. 선대위 관계자는 “TPO(time·place·occasion), 즉 시간·장소·상황에 맞게 콘셉트를 달리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청년 세대를 만날 땐 젊은 보좌진에게, 격식을 갖춘 자리에 참석할 땐 경험이 많은 50대 전문가들에게 미리 의견을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정장 차림을 고수하면서도 스타일 코디 의견을 적극 수용하며 한층 정갈해진 ‘모범생’ 이미지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에 즐겨 입던 검은색 상의 대신 베이지·네이비색 재킷으로 한층 밝은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지지를 호소하는 자리에선 셔츠와 얇은 소재의 니트를 함께 착용하며 유연한 느낌을 더한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정치 이력이 짧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치인의 상징인 양복 정장을 갖춰 입고 있다”며 “윤 후보 체격에 딱 맞고 반듯한 수트 차림새를 통해 검찰총장 시절과 대비되는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최근 가지런한 오른쪽 가르마와 앞머리를 뒤로 넘긴 ‘포마드 스타일’로 변신했다. 2017년 대선 포스터에선 8대2 왼쪽 가르마였는데, 아무래도 머리를 오른쪽으로 넘기고 앞머리를 들어올리는 게 호감도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TV 토론을 앞두고는 이목구비를 보다 뚜렷이 드러내는 메이크업에도 신경 쓸 계획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최근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칩거한 뒤 대선 행보를 재개하면서 머리를 짧게 자른 ‘숏컷’ 스타일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심 후보는 “숏컷은 평생 처음 해봤는데, 그만큼 마음을 다 비우고 대선에 임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스피치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최근 ‘숏컷’ 스타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나섰다. [중앙포토]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최근 ‘숏컷’ 스타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나섰다. [중앙포토]

대선후보의 연설 능력도 유권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미국 심리학자인 앨버트 메라비언이 내놓은 ‘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연설자의 인상이나 호감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제스처 등 시각적 이미지가 55%, 화법과 톤 등 청각적 이미지가 38%를 차지했다. 눈에 보이는 ‘보디랭귀지’ 못지않게 귀로 들리는 요소도 최대한 챙겨야 하는 이유다.

이 후보는 최근 ‘천천히 말하기’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말과 말 사이에 잠시 휴지기를 갖는 게 대표적이다. 발언 전에 메모를 한 번 더 살펴보는 모습도 잦아졌다. 목소리 톤도 전에 비해 훨씬 차분해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경기지사 신분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할 때만 해도 의원들 질문을 ‘노 타임’으로 되받아쳤던 그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듣는 이를 배려하려는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 후보는 센 어휘에 감정을 실어 말하는 편이었지만 최근엔 ‘나도 그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는 식의 표현을 자주 사용하며 ‘준비된 후보’ 이미지 전달에 힘쓰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윤 후보도 단기간 내 화법이 변한 사례로 꼽힌다. 특히 불필요한 단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윤 후보는 당내 경선이나 각종 간담회 때 습관적으로 “음…” “어…” 등을 붙이거나 명확하지 않은 조사와 술어를 사용해 메시지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당내 경선 TV 토론 때 원희룡 후보가 “그래서 윤 후보의 입장은 뭐란 말이냐”고 되물었을 정도였다.

최 원장은 “윤 후보는 전형적으로 단답형으로  답변하는 스타일이었다”며 “오랜 검사 생활에 익숙해진 화법이겠지만 최근 들어 원인과 결과를 분명하고 논리 정연하게 설명하려는 모습이 부쩍 늘었다”고 분석했다.

포즈&표정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왼쪽 가르마를(사진 왼쪽) 오른쪽으로 바꾼 뒤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중앙포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왼쪽 가르마를(사진 왼쪽) 오른쪽으로 바꾼 뒤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중앙포토]

이 후보는 자세도 교정하고 나섰다. 젊은 시절 잘못된 습관으로 목과 얼굴이 미세하게 틀어져 있다 보니 “앉은 모습이 건방져 보인다”는 비판까지 받게 되자 이 후보 스스로 교정을 자처하고 나섰다. 한 측근은 “이 후보가 집과 차 안에서 매일 한 시간씩 어깨를 펴고 턱을 당기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윤 후보는 걸음걸이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유의 팔자걸음에 양손으로 뒷짐을 지고 걷는 모습이 검찰총장 때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호감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한 관계자는 “걷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보폭 간격도 좁히면서 안정감 있는 대선후보 이미지를 쌓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지난해 눈썹 문신을 했다. 상대적으로 눈꺼풀이 처진 약점을 상쇄하고 강렬하면서도 총기 있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상시화돼 유권자의 시선이 자연스레 후보들의 눈으로 쏠리면서 눈썹 문신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후보들의 바뀐 표정과 자세는 사진에서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선거 포스터 촬영 전문가인 주용철 손스튜디오 대표는 “이 후보는 손을 다양하게 쓰는 게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이라며 “두 손으로 악수하거나 양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이 부쩍 늘었다”고 짚었다. 또 “윤 후보는 웃는 표정이 잦아진 게 눈에 띈다”며 “지난해 올백 머리를 선보였을 때도 무뚝뚝한 표정은 별로 바뀌지 않았는데 최근엔 치아까지 보이며 함박웃음을 지으려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대선후보의 이미지 변신은 실제 선거 결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1960년 미국 대선이 대표적이다. 당시 존 F 케네디 민주당 후보는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부각한 옷차림과 화장으로 TV 카메라를 응시하며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초조한 인상의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대선후보의 말투나 표정·제스처가 점점 더 호감도와 비호감도를 결정하는 주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과도하게 활용할 경우 오히려 반감을 불러올 수도 있는 만큼 때와 장소에 따라 얼마나 적절하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로잡습니다〉
본지 1월 29일~30일자 6면 ‘대선후보들 스타일 변신’ 기사에서 신지영 고려대 교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말하기에 대해 “윤 후보는 공적인 자리에서 말하는 경험이 적었을 뿐 스피치 자체가 미숙한 편은 아니다”며 “본인 노력을 통해 ‘어떤’ ‘이런’ 등 구체성이 떨어지는 단어를 크게 줄인 게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는 대목은 신 교수의 TBS 뉴스공장 인터뷰라는 출처를 밝히지 않고, 내용 또한 잘못 인용한 것이기에 바로잡습니다. 신 교수는 해당 인터뷰에서 “윤 후보는 사적 말하기에 굉장히 익숙하고 공적 말하기 훈련은 적게 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어떤, 그, 뭐 등 구체성이 떨어지는 발언을 한다” 등의 말을 했습니다. 신 교수의 발언을 정리해 보도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습니다. 신 교수의 발언을 정확히 인용하지 못한 데 대해 신 교수와 독자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위 디지털 기사는 당초에 신 교수의 평가라고 보도했던 대목을 삭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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