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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클래식 선율로, 나만의 힐링 느끼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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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3호 22면

[유주현의 비욘드 스테이지] ‘클래식계 아이돌’ 대니구·박현수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2022의 고정 MC 박현수(왼쪽)와 첫 무대를 연 바이올리니스트 대니구. 신인섭 기자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2022의 고정 MC 박현수(왼쪽)와 첫 무대를 연 바이올리니스트 대니구. 신인섭 기자

지난 12일 정오 무렵, 롯데콘서트홀에 모여든 머리 희끗희끗한 중장년 여성들은 슈만과 브람스의 서정적인 선율을 타고 단체로 소녀로 돌아갔다. 이날 열린 올해의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이하 ‘크클클’) 첫 무대의 테마가 ‘첫사랑’이었던 까닭이다. 지난해 시작된 ‘크클클’은 클래식 초심자를 대상으로 클래식 음악과 공연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컨셉트의 시리즈 음악회로, 7·8월을 뺀 매월 둘째 주 수요일에 열린다.

지난해에는 클래식 전문가들이 해설하는 렉처 콘서트 형식이었다면, 올해는 훨씬 달콤해졌다. 만능 아티스트 박현수(29)가 고정 MC로 나섰고, 주제를 ‘러브송’으로 정해 1년 내내 ‘세상의 모든 사랑 노래’를 들려줄 태세다. 해금 연주자 천지윤과 함께 하는 ‘편지’(2월)부터 테너 존노의 ‘시인의 사랑’(6월), 카운터테너 최성훈의 ‘연모’(9월), 첼리스트 홍진호의 ‘사랑의 길’(10월) 등, 달달한 프로그램으로 가득 채워 여성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20%에서 올해 40%로 껑충 뛴 패키지 구매자 중 여성이 96.5%를 차지한다.

패키지 구매자 중 여성이 97%

첫 무대의 막을 연 ‘클래식계 아이돌’, 바이올리니스트 대니구(31)와 박현수를 함께 만났다. TV 음악방송에서 낯익은 두 사람은 ‘크클클’의 상징적인 얼굴들이다. 고급스런 포장지에 싸인 클래식의 달달한 알맹이를 부담없이 맛보라며 포장지를 벗겨주는 사람들이랄까.

“첫 무대라 많이 떨었어요. 작년에 객석에서 봤을 때 보다 훨씬 꽉 차 보이고, 굉장히 집중하고 계셔서 더 긴장됐죠. 이번에 처음 시도한 아티스트 토크가 정말 좋았어요. 연주자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잘 없는데, 관객 입장에서는 인간적인 면도 볼 수 있는 기회였을 것 같아요.”(현수) “시리즈로 1년을 구독할 수 있어서 아주 좋은 시스템이에요. 그래야 관객도 섞일 수 있거든요. 현수, 대니 팬들이 1년을 다니면서 다른 아티스트까지 만나게 되니까요.”(대니)

두 사람은 언뜻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클래식계 마당발’ 대니의 그물망은 웬만해선 빠져 나올 수 없다. 늘 기분좋은 에너지가 넘치는 대니에겐 누구라도 친해지고 싶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 “작년에 제 콘서트에 형이 게스트로 와줘서 생긴 인연인데, 형이 워낙 유명하잖아요. 바이올린만 잘하는 게 아니라 엄청 재밌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라 늘 힘이 돼요. 곧 나올 제 앨범에도 피처링을 해주셨죠.”(현수) “저도 이번 공연에 현수의 진행으로 자연스럽게 얘기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사실 작곡가가 어느 시대 사람이라든지 그런 해설 보다, 어떤 생각으로 이 음악을 썼을까 하는 감성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위대한 작곡가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서 곡을 썼을 테니까요. 앞으로 현수와 함께 크클클이 그런 면을 많이 보여주겠죠.”(대니)

미국 교포인 대니는 2016년 앙상블 디토 멤버로 처음 한국 무대에 섰을 때 “축구장에 온 줄 알았다”고 했다. 클래식 관객도, 공연장 분위기도 한국이 훨씬 활기차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보통 공연장에 프로그램을 보고 곡을 들으러 오거든요. 한국은 아이돌 문화 때문인지 아티스트 보는 걸 좋아해 주셔서 교포로서 너무 감동받았어요. 내 음악도 좋아해 주지만 나를 좋아하고 키워주고 싶어하는 분들이 계신 게 감사하더라구요.”(대니)

크클클에 모인 관객도 그런 사람들이다. 위대한 작곡가의 마스터피스를 감상하려고 왔다기 보다 응원하는 아티스트 중심으로 모인 팬덤이다 보니 다소 치우친 면이 없지 않다. 크클클이 ‘클래식계의 백종원이 되자’는 방향성을 세우고 박현수를 MC로 세운 이유다. “사실 고민이 많았어요. 마티네 공연이 20대 대학생도 충분히 올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다양하게 어필해 보려고 트렌디한 홍보 영상도 만들고 있는데, 숙제인 것 같아요. 셰프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미식의 세계를 열어준 백종원씨처럼, 특정집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 속에서 클래식을 즐길 수 있게 하자는 목표랄까요.”(현수)

‘일상 속의 클래식’을 논할 때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다.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백작부인과 수잔나의 이중창이 울려 퍼질 때 노역을 하던 죄수들이 일제히 일손을 놓고 힐링에 젖는 유명한 장면이다. 그 곡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들과 같은 감동이 덜할 터. 모건 프리먼의 나레이션이 마치 ‘클래식이란 아무 지식이나 이해 없이도 감동을 주는 음악’이라고 말하는 듯한데, 그렇다면 음악 감상에 있어 지식이란 쓸모없는 걸까.

12일 공연에서 아티스트 토크 중인 두 사람(왼쪽에서 두 사람). [사진 크레디아]

12일 공연에서 아티스트 토크 중인 두 사람(왼쪽에서 두 사람). [사진 크레디아]

“예술은 정답이 없잖아요. 살아온 삶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음악을 똑같이 느낄까요. 다만 자꾸만 빨라지는 세상에서 누구한테 문자 보내고 10분만 답장이 안 와도 화가 나는데 50분짜리 교향곡을 즐길 여유가 점점 없어지는 게 아쉬워요. 우리 세대도 그런 여유를 갖고, 힐링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힙합, 트로트와는 다르게 클래식은 자기만의 해석이 가능하니까 자기만의 힐링도 받을 수 있거든요.”(대니)“예술이란 모르고 느낄 때와 알고 느낄 때, 둘 다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저는 전시회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잘 몰라도 받는 영감이 있거든요. 모르고 봐도 좋지만 궁금해서 찾아보면 더 재밌는 경우도 있구요. 아는 만큼 보일 때도 있지만, 너무 아는 대로만 보려고 하면 감동이 덜하죠. 그게 병행됐을 때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현수)

하지만 클래식을 자유롭게 즐기기에 아직 한국의 문화는 교육부터 감상까지 경직돼 있는 게 사실이다. ‘열려있는 연주자’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이유다. “한국에 와서 가르쳐보니 입시생들이 다 똑같은 곡을 하면서 완벽을 추구하더군요. 테크닉적인 완벽함이란 건 죽을 때까지 추구하는 건데, 어린 감성에서 나오는 음악적인 부분을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음악회에서 악장 사이 박수 못치는 문화도 비슷해요. 악장 사이가 바로 이어지는 베토벤 소나타는 박수를 칠 수도 없지만, 모차르트 시대에 카덴자가 생긴 이유는 박수를 유발하려고 더 화려하게 만든 것이니까요. 와인 한잔 하고 편하게 와서 피곤하면 졸아도 되는 게 공연장이거든요. 제 공연에선 눈치보지 말고 언제든 박수쳐도 되요.(웃음)”(대니) “요즘 전시회는 가고 싶어도 예매가 안되서 못가거든요. 미술을 잘 몰라도 한번 가보는 것처럼, 음악회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클래식을 고귀하게만 지키려는 선생님들도 있지만, 문화가 변하려면 아티스트부터 열려있어야겠죠.”(현수)

내달부터 나란히 앨범 발매도

물론 열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대니조차 지난해 ‘슈퍼밴드’ 출연을 앞두고 울고불고 했단다. 클래식계에서의 명성을 내려놓고 신인으로 오디션에 나서는 두려움이 컸다. “저도 말로는 무한도전한다고 하면서도 주변에서 말리니 두렵고 고민이 됐는데, 고민 자체가 건방졌던 것 같아요. 두려움을 넘어서니 배움이 있더군요. 몇 달 동안 너무 많이 얻었어요. 사람을 얻고 노래를 배웠고, 내가 작·편곡도 할수 있다는, 그런 길을 활짝 열어준 거죠. 음악군대를 간 느낌이랄까요.(웃음) 덕분에 연말 제 공연 때는 한국 활동 6년 만에 뭔가 나만의 길을 만들고 있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 1부는 클래식, 2부는 재즈로 꾸며 정신없었지만 너무 재밌고 행복했죠.”(대니)

크클클은 매회 주인공이 프로그램과 협연자를 직접 꾸리는데, 2월 공연(9일)은 유일하게 한국적 색깔이 물씬한 특별한 무대다. 국악 연주자가 주인공이고, 박현수도 한국 가곡으로 협연한다. “국악과 가곡, 재즈가 어우러지는 재밌는 공연이 될 거예요. 11월 공연은 제 차례인데, 진행도 하면서 원맨쇼를 해야 하죠. 대니형이 스페셜 MC로 나와줘도 좋겠네요.(웃음)”(현수)

두 사람은 앨범 발매도 앞두고 있다. 2월 8일 대니의 신보가 먼저다. “지금 제가 들려주고 싶은 음악을 다 담았어요. 재즈에 펑키, 민요, 자작곡에 노래도 부르는데 바흐 샤콘은 왜 넣었냐고 하겠지만, 그게 저니까요. 뭘 하더라도 제일 굵직한 클래식곡은 들어가야 하죠.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야 하는 LP판처럼 제 이야기를 온전히 들려 드리고 싶어요.”(대니) “3월 나올 제 앨범도 이것저것 짬뽕이에요.(웃음) 신곡도 받고 좋아하는 커버곡도 있고, 팬들을 위한 자작곡도 있죠. 제가 지금의 저를 그린 그림이 아마 이렇지 않을까요.”(현수)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활짝 열린 두 사람의 자화상은 틀림없이 무지갯빛일 것 같다.

중앙SUNDAY 15주년 X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2022 독자 이벤트

큐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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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창립 15주년을 맞아 매월 둘째주 수요일 ‘크클클’ 공연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QR코드를 찍어 중앙SUNDAY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인터뷰 영상에 댓글을 남기시면 15분을 선정해 2월 9일 공연 ‘편지’ 티켓을 2매씩 증정합니다. 매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연별로 초대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며, 자세한 사항은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7·8월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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