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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혁당 사건' 13년 복역한 한명숙 남편, 53년만에 재심 무죄

중앙일보

입력

박성준 전 성공회대 교수(가운데).[중앙포토]

박성준 전 성공회대 교수(가운데).[중앙포토]

박정희 정권 당시 '통일혁명당(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13년을 복역한 한명숙 전 총리의 남편이 53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2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산 박성준(82) 전 성공회대 교수의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 질서를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회합하고 내란을 음모했다고 인정하기에는 사실관계가 너무나 부족하다"며 "피고인은 무죄"라고 판결했다. "피고인은 당시 정치와 사법의 희생자"라고 하면서다.

재판부는 이어 "그 당시 기준에 의하더라도 영장 없는 구금, 임의성 없는 자백들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공소사실 자체로만 봐도 이 법으로 처벌하고자 하는 어마어마한 국가적 위협이라고 보기에는 현저히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대가 바뀌고 전향적 판결을 해 결론이 달라진 게 아니다"라며 "그때 당시 법에 따라서도 유죄 판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통혁당 사건은 1968년 당시 중앙정보부가 "김종태 등이 월북해 북한의 지령을 받고 돌아온 뒤 통혁당을 결성해 정당으로 위장, 남한에서 반정부·반국가적 활동을 했다"고 발표한 사건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당시 육군사관학교 교관이었던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역시 통혁당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1·2심에선 사형,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20년 만인 1988년에 석방됐다. 같은 해 펴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그의 옥중서신을 모은 책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생이던 박 전 교수도 당시 연루돼 구속된 뒤 이듬해 징역 15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그는 13년을 복역하고 1981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박 전 교수는 2018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52년 만인 지난해 재심이 개시됐다.

이날 재판에는 박 전 교수와 한 전 총리가 직접 나왔다. 한 전 총리 부부는 재판이 끝난 뒤 함께 온 이들과 박수를 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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