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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차분함” 尹 “디테일” 安 “차별화” 토론 벼르는 3인의 3색

중앙일보

입력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뉴스1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뉴스1

1월31일 양자 토론 후 2월3일 4자 TV토론 시나리오가 떠오르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양측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양자 토론에선 “윤 후보측의 대장동 공세가 거셀 것”(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전망이다.

“자신있는 분야에선 상당히 논리적이지만 그 분야의 폭이 좁다”(박영선 전 중기벤처부 장관)는 상대측의 평가를 받는 윤 후보 입장에선 ‘학습된 영역’에서 이 후보의 예봉을 꺾는 게 급선무일 수 있다. 반면 이 후보는 윤 후보의 대장동 공세를 평정심을 유지한 채 방어하면서 경제 분야 등으로 전선 확대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해 차분한 매너와 태도로, 윤 후보는 숫자와 디테일로 이미지 반전을 준비중이다.

대장동 벼르는 윤석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국민공약 언박싱 데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국민공약 언박싱 데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 측은 양자 토론에 대비해 대장동 관련 질문을 약 100여개 준비해 놓았다고 한다. 이 후보의 거짓말 논란과 다른 의혹들도 추궁하면 양자 토론을 검증의 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토론 준비 관계자는 “각종 논란과 의혹을 집중 제기해 특히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이 후보의 실체를 드러낼 것”이라며 “국정감사 등에서 피해다니던 이 후보도 전국민이 지켜보는 일대일 토론에선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최근 토론에 대비해 정책 배경 지식과 현안을 공부하는 데 긴 시간을 써 왔다고 한다. 선대위 관계자는 “말만 번지르르한 것보다는 팩트와 진정성으로 승부할 예정”이라며 “디테일에 강한 윤 후보의 이미지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에게 따라붙는 ‘정치 초보’나 ‘실언’이라는 꼬리표를 이번 토론에서 떼겠다는 것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토론 대응팀이 정리한 분야별 이슈와 예상 답변 등을 윤 후보가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며 “26일 정책토론회에선 윤 후보가 연설문을 보지 않고 약 10분간 축사를 했다”고 전했다.

최근 윤 후보는 지지율이 상승세를 탄 만큼 이 후보는 물론 단일화 상대로 거론되는 안 후보의 공세도 염두에 두고 방어 전략을 준비중이다. 지난해 9월 경선토론 당시 효과를 봤던 모의토론 등을 통한 점검 등도 계획돼 있다. 다만 윤 후보는 최근 토론 실무단에 “이미 토론 연습을 많이 했는데, 예행 연습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너무 똑똑해 보여도 안돼” 태도 다듬는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매타버스(매주 타는 빈생버스) 일정으로 경기도 양주시 옥정로데오거리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2022.01.26 김상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매타버스(매주 타는 빈생버스) 일정으로 경기도 양주시 옥정로데오거리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2022.01.26 김상선 기자

지난 26일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한 이 후보는 대장동 공세가 쏟아져도 ‘무(無) 네거티브’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25일 방송 인터뷰에서 “김건희씨 녹취록을 토론에서 얘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윤 후보는 방어 준비를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대장동 의혹 공세에 대해선 이미 대응 경험이 많아 큰 걱정이 없다는 분위기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대장동 이야기는 이미 국정감사 등에서 수도 없이 해명했다. 토론에서 또 꺼내도 대응이 달라질 건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민주당 선대위에선 말 잘하기로 소문난 이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치가 높아 오히려 작은 실수나 감정 표출로 실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당내 경선 중 TV토론에서 이 후보는 여배우 스캔들과 관련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질문에 “제가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라며 감정을 분출해 곤욕을 치렀다. 무(無) 네거티브 기조가 자칫 맞대응 카드 빈곤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 토론 준비에 관여하는 선대위 관계자는 “분을 감추지 못하거나 지식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비호감을 줄 수 있다”며 “TV토론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장”이라고 말했다.

당에서는 윤 후보의 대역으로 검사 출신 인사를 모의토론에 투입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지만, 연일 빡빡한 지역 유세 일정을 소화 중인 이 후보 측에선 “리허설 한 번이라도 해보면 다행”이라는 말도 나온다. 선대위 공보팀 관계자는 “이 후보가 토론 내내 ‘태도가 생명’이라는 인식을 염두에 두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기업 운영해보고 군대도 다녀와” 자신감 보이는 安, 전통의 강자 沈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필승 전국결의대회에서 안철수 대선후보가 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필승 전국결의대회에서 안철수 대선후보가 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안 후보는 양자 토론의 부당성과 위법성을 계속 주장하면서 두 후보를 포퓰리즘, 비호감 후보로 몰아가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당 선대위 관계자는 “안 후보가 낀 4자 토론에선 두 후보의 포퓰리즘 정책이 제대로 부각될 것”이라며 “두 후보가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공적연금, 귀족노조 개혁 문제도 적극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최근 주변에 경제·안보 분야 토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직접 기업(안랩)을 운영해보고, 군 복무(해군 군의관 출신)를 한 사람은 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안 후보는 2017년 대선 토론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은 적이 있다. 이태규 본부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금태섭 전 의원, 오세훈 시장과의 토론만 봐도 안 후보가 선전했다”며 “두 후보는 안 후보의 강점을 어필하기 더 쉬운 상대”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최근 토론 준비팀과 둘러앉아 예상 질문과 답변을 반복하며 준비해 왔다고 한다. 2017년 대선 토론에서도 지지율 상승을 견인한 만큼 이번 토론이 반등의 기점이 될 거라는 기대가 당내에 상당하다. 심 후보 측은 “주 2~3회가량 후보와 실무단이 현안별 스터디를 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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