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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장례 2번, 결혼 3번, 출생 3명…2년새 몰아친 관혼상제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현정의 부암동 라이프(11)

임신 6개월쯤 오랫동안 암으로 치료를 받고 계셨던 형님이 돌아가셨다. 남편이 세세하게 애기를 하지 않아 그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돌아가실 줄 몰랐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소식을 접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미 돌아가신 후였다. 형님을 둘러싸고 모두들 울고 있었다. 삶은 아이러니 하다. 누군가 죽는 순간에도 나는 또 태어날 아기를 배속에 안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또 결혼을 한다.

동생이 결혼을 하겠다고 했다. 나보다 10살이나 어렸던 여동생은 아빠의 빈자리가 컸는지 만나던 사람과 결혼을 하겠다고 했다. 동생은 내가 결혼한 그 해 12월에 결혼을 했다. 동생 결혼식장에서 펑펑 울었던 것 같다. 정작 나는 아빠 없이 씩씩하게 결혼을 했는데 동생이 결혼을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딸이 결혼하면 이런 느낌일까. 동생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 엄마도 아니고 언니도 아닌 중간 역할을 해가며 동생에게 마음을 줬었는데, 그 아이가 커서 결혼을 한다니 마음이 복잡했다. 게다가 난 딸을 임신하고 있었고 참 인생 모를 일이다 싶었다.

우리는 때때로 지나간 사람과 삶들을 추억하고 아파하고 털어내다가 다시 붙잡고 그러며 새로운 생명을 맞아들이고, 그렇게 삶은 계속 된다. [사진 pxhere]

우리는 때때로 지나간 사람과 삶들을 추억하고 아파하고 털어내다가 다시 붙잡고 그러며 새로운 생명을 맞아들이고, 그렇게 삶은 계속 된다. [사진 pxhere]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동생은 결혼한 후 얼마 뒤 임신했다. 나보다 몇 달 앞서 결혼한 동서, 나, 나의 여동생은 같은 해에 아이를 차례로 낳았다. 1월에 동서가 5월에 내가, 그리고 9월에 여동생이 아이를 낳은 것이다. 2년 사이 우리 부부는 양가 관혼상제를 몰아쳐서 했던 것 같다. 장례식 2번, 결혼식 3번, 그리고 새로운 생명 3명이 태어나는 걸 겪었다. 감정과 생각을 정리할 여유도 없이 지나갔던 일들에 정신도 없었지만, 사는 게 참 그랬다. 살아내는 게 참 그렇다고 해야 하나.

몰아쳤던 시간들이 정리가 되지 않아 그 시기를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울렁였다. 묵묵히 서서 그것을 지켜보고 정리하기도 전에 다음 삶의 과제가 있고 풀어야 하고, 또 다시 그 다음 과제가 오고 역할을 해야 했던 그 때를 그저 그렇게 보낼 수밖에 없었음을…. 그 시간과 그 때의 나를 애도하고 떠나 보내준다. 꽤 오랫동안 지켜보고 묵상하고 물어보고 구하며 안아주고 보내줬다.

어떻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자식과 깊이 정 든 엄마라는 ‘나’가 있다. 자식을 사랑한다는 건 연애하는 상대와도 달랐고, 부모나 형제와 가지는 마음과도 달랐다. 아이와 시간을 가지고 부대낄수록 사랑은 어떻게 더 깊어만 갔다. 문득, 우리 시어머니는 무슨 마음으로 살까. 암으로 첫째 딸과 둘째 딸마저 잃어버린 어머니 가슴은 헤집어 있을까. 맨 정신으로 살기 힘든 어머니는 약이 없으면 잠을 잘 못 주무셨고, 심장이 벌렁 벌렁거려 수술도 하셨다. 어린 자식을 두고 먼저 간 자식을 보는 엄마의 심정은 어떨까.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우린 밥을 먹고 웃고 떠들며 지낸다. 때때로 지나간 사람과 삶들을 추억하고 아파하고 털어내다가 다시 붙잡고 그러며 새로운 생명을 맞아들이고, 그렇게 삶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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