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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유죄에 "아직 판결문 읽나"…고대생들 분노 넘어 자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젠 정진택 총장도 답변하실 때가 됐습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에 고려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에 고려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지난 27일 고려대학교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입학취소 처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날 대법원은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해 징역 4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해당 글은 28일 오전까지 1만 2000여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430건 이상의 추천을 받았다.

조민 ‘7대 허위스펙’ 1·2·3심 재판부 판단 그래픽 이미지. 신재민 기자

조민 ‘7대 허위스펙’ 1·2·3심 재판부 판단 그래픽 이미지. 신재민 기자

고려대, 원론적 입장…6개월째 진전은 없어

고려대는 지난해 8월부터 조씨 입학 취소 여부를 논의 중이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고려대는 이날도 “입학취소처리심의위원회에서 규정과 절차에 따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고려대 규정은 입학 사정을 위해 제출한 전형 자료에서 중대한 흠결이 발견될 경우 입학취소처리심의위에서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고 돼 있다.

조씨의 고려대 입시 업무방해 의혹은 공소시효가 지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과 달리 정 전 교수 재판에서 직접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다만 조씨의 이른바 ‘7대 허위 스펙’은 대법원에서 모두 유죄가 확정됐다. 이 중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활동 및 논문 등은 조씨의 고교 생활기록부에 반영돼 고려대 입학에 활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 캡처]

[고려대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 캡처]

‘아직도 판결문 읽나’ 자조 섞인 반응 나와

일부 고려대 학생들은 온라인상에서 댓글 등을 달며 ‘쪽팔린다(창피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직도 판결문을 읽고 있나’‘이 정도면 (판결문을) 외우겠다’는 등의 댓글도 있었다. 앞서 정진택 고려대 총장이 지난해 6월 국민의힘 교육위원회 측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정 전 교수) 2심 판결 이후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두 달 뒤인 2심 판결 직후 고려대도 “판결문을 확보·검토한 후 본교의 학사운영규정에 따라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려대 출신인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번에는 ‘대법 판결문을 읽고 조치하겠다’는 황당한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려대 재학생 김모(22)씨는 “상대적 박탈감은 이미 옛날에 느꼈다”며 “학생들은 ‘아직도 학교가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선 “고대(고려대)가 ‘고대’한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고 한다. 학교의 결정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는 데 따른 실망감에서다. 또 다른 고려대 재학생 A씨는 “이럴 때마다 학교는 매번 원론적인 입장만 얘기한다”며 “언제까지 정치권 등의 눈치만 보고 있을 것인가”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8월2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고려대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입학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 2019년 8월2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고려대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입학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학생 불신만 키워…학교는 책임 통감 필요”

일부 고대생들의 반응은 ‘조국 사태’ 이후 공정성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교육 주체에 대한 불신이 늘어난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등 교육 주체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학생들이 요구의 목소리를 내거나 기대 등을 할 텐데, 조씨 경우와 같이 교육 주체가 ‘예외’를 두게 되면 불신만 더욱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가장 바라는 미래 가치는 공정성으로, 이를 위해 대학 등 교육 주체는 ‘기회의 공정’이 확고하다는 믿음의 발판이 돼줘야 한다”며 “학교는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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