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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성모 마리아가 18번 발현한 가톨릭 성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연경의 유럽 자동차여행(22)

피레네 산맥 북쪽 기슭 해발 400m 지점에 위치한 루르드는 가브드포(Gave de Pau)강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작은 마을이다.

1858년 이 마을에 사는 베르나데트 수비루라는 소녀에게 성모님께서 18번이나 발현했고 소녀가 성모님과 만났던 동굴을 찾는 이들에게 치유의 기적이 일어나면서 이곳은 1862년 정식으로 교황청의 인정을 받았으며 세계적인 성지가 되었다.

베르나데트(우리나라에서는 벨라뎃다)는 ‘나는 원죄 없이 잉태된 자(Que soy era Immaculada Counceptiou)’라고 밝힌 성모님의 존재를 세상에 용기 있게 전했으며 성모님의 요청에 따라 파낸 동굴 속의 샘물은 치유의 기적을 일으켜 교황청의 공식 인정을 받은 건만도 70건이나 된다.

가톨릭 성지 루르드는 피레네 산맥 깊숙한 곳에 있다. 어떻게 가야할까! 대략 난감이다. 항공으로 간다면 파리에서 국내선으로 공항을 갈아타야 한다(샤를 드골공항에서 오를리공항으로 이동). 기차로 간다면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서 루르드 행 기차를 탄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루르드에서 다시 택시나 버스를 이용해서 성지에 가야 되기 때문에 자유여행자는 정보를 많이 찾아야 한다. 루르드 역에 도착한다면 성지가 멀기는 해도 천천히 걸어갈 만한 거리이기는 하다.

자동차 여행자는 그나마 주차장만 찾아서 가면 되기 때문에 비교 불가일 정도로 편안하게 루르드에 도착한다. 가는 도중에 멀리 보이는 장엄한 피레네 산맥을 보면서 말이다. 가는 도로가 험하지는 않을까, 걱정할 일도 없다. 겨울에 이 길을 달렸는데 도로는 시원하게 잘 뚫렸고 풍경 또한 좋았다.

주차는 묵는 호텔에 하고 도보로 다니면 된다. 만약 지나면서 루르드를 본다면 아래 주차장이 가깝기는 한데 성수기라면 비는 자리를 기다리던지 조금 먼 주차장을 찾아야겠다.

주차장
미리 주차요금 정산해 놓고 돌아본다.

① 좌표 43.099043267708964, -0.052266736867459924
② 좌표 43.09593312501706, -0.05603255814547481

루르드 성지(Sanctuaires de Lourdes)

루르드 대성전. [사진 연경 제공]

루르드 대성전. [사진 연경 제공]

강을 건너 성지로 들어서면 큰 광장이 있고 멀리 웅장한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오른편으로 보이는 동그란 건물이 인포메이션 센터다. 성전은 하나의 건물로 보이지만 서로 다른 세 개의 성당이 있음을 알고 봐야겠다. 1층은 1901년 세워진 로사리오 성당이고 2층의 성당이 원죄 없이 잉태된 자의 성당이고 그 사이에 최초의 성당인 크립트라고 불리는 동굴 성당이 있다.

좌로부터 동굴성당,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마리아 대성당. [사진 José Luiz on Wikimedia commons]

좌로부터 동굴성당,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마리아 대성당. [사진 José Luiz on Wikimedia commons]

① 동굴 성당(Crypt)

루르드에서 첫 번째로 지어진 성당. 이 성당은 위아래로 큰 성당이 있어 놓치기 쉽다. 2층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성당 정문 계단 중앙 교황의 초상 아래 위치해 있다. 모르면 크립트를 찾으면 되겠다. 1862년 착공해 1866년 완공됐고 축성식에서는 베르나데트도 참례했다. 마사비엘 동굴 바로 위에 지어졌고 제대는 발현 장소 위에 설치됐다. 소박하고 단순하게 꾸며졌고 성체가 현시되어 있어 순례자들은 성체 조배 할 수 있다.

내가 갔던 그 겨울 이곳에 단체 성지 순례 오신 부산 교구 신부님들의 미사를 이 크립트에서 볼 수 있었는데 작고 소박한 경당이지만 의미 있는 곳이라는 점을 기억해야겠다. 개인적으로 아들이 오랜 냉담을 푼 장소여서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벅찬 곳이다.

②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마리아 대성당(Basilica of the Immaculate Conception)

13세기 풍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으로 1866년에 착공 1871년에 완공됐고 절벽 꼭대기에 지어졌다. 제대 위 3개의 스테인리스 창에는 성모 마리아의 일생이 그려져 있고 나머지 23개의 스테인리스 창에는 성모 발현과 성녀 베르나데트의 일생이 그려져 있다.

세계 각 교구에서 봉헌한 성모마리아 깃발을 보고 중앙 제대 왼편 경당에 있는 조선 제6대 교구장 리델(Redel)주교의 봉헌판도 찾아본다. ‘셩총을 가득히 닙우신 마리아여 네게 하례ᄒᆞ나이다.’ 라고 한글로 쓰여 있고 아울러 ‘조선 반도의 선교사들이 바다에서 심한 풍랑으로 고생하던 중 원죄 없으신 동정 마리아의 도우심으로 구원되었음을 기념해 서약에 따라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루르드 대성전에 이 석판을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③ 로사리오 대성당(Basilique Notre-Dame-du-Rosaire)

황금 관이 올려진 로사리오 대성당. [사진 연경 제공]

황금 관이 올려진 로사리오 대성당. [사진 연경 제공]

순례자가 너무 많아 새로 지은 성당으로(1889년 봉헌) 기둥이 없어 한 번에 2천여 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대성당의 외관은 물고기와 밀알 모양으로 장식됐고 돔 위에는 황금 천상 모후의 관이 모셔져 있다. 발현하신 성모님께서 항상 묵주를 지니고 계셨다는 베르나데트트의 증언대로 환희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를 묵상하는 15개의 경당이 있다.

마사비엘 동굴(Grotte de Massabielle)

동굴성당 미사. [사진 연경 제공]

동굴성당 미사. [사진 연경 제공]

발현된 위치에 발현 모습 그대로 성모상이 안치되어있고 그 아래 아홉 번째 발현 시 명하신 대로 베르나데트가 땅을 파내자 솟구친 기적의 샘물이 있다. 환자와 순례자들로 붐비는 장소가 됐다. 대성당을 보고 오른편으로 돌아가면 성수대가 있고 그다음 동굴이 바로 나온다.

루르드 침수(Going to the Baths)
주소 1 Route de la Forêt, 65100 Lourdes

루르드 성수 체험. [사진 홈페이지]

루르드 성수 체험. [사진 홈페이지]

동굴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침수처가 있다. '가서 마시고 그곳에서 씻어라' 말씀하신 대로 전 세계 사람들이 치유의 은총을 구하며 모여들고 있다. 성수기에는 새벽부터 줄 선다고 하는데 코비드 상황에서는 다른 체험으로 바뀌었다.

성체거동 행렬과 로사리오 촛불기도

성체행렬. [사진 연경 제공]

성체행렬. [사진 연경 제공]

성체 행렬은 매일 오후 5시 마사비엘 동굴에서 시작한다. 기수단, 환자와 장애인, 복사단, 사제단, 성체 순으로 움직이는데 야외 제대에서 성체현시를 하고 광장 지하의 비오 10세 대성당으로 행렬이 움직이고 로사리오 촛불 기도는 밤 9시 로사리오 대성당 앞에서 시작한다. 루르드를 그냥 보러 가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프랑스 남쪽, 피레네 산맥 기슭 아주 깊숙한 오지까지 찾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은 가톨릭 신자일 텐데 은총 가득한 이곳에서 침수도 하고 성체행렬도 따라가 보고 로사리오 촛불기도에도 참여해보면 좋겠다.

그러자면 숙박을 해야 하고 또 치유의 목적으로 루르드를 찾는다면 오래 묵어가야 한다. 자원 봉사자로도 참여할 수도 있다. 혹자는 이 거대한 성지를 불편하게 바라볼 수도 있지만 침수하면서 이토록 온화하고 따스한 봉사자를 만난 일이 있었던가, 나는 나에게 또 누구에게 그러한가를 물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루르드 성수는 성수대에 수도 시설을 만들어 놓아 마음껏 담아갈 수 있는데 담을 용기를 가지고 가야 한다.

베르나르테의 집. [사진 연경 제공]

베르나르테의 집. [사진 연경 제공]


십자가의 길 대성당을 등지고 오른편 언덕에 있다.
1처 위치 / 좌표 43.096430219096455, -0.05640823373085061

이제 강을 건너 베르나데트가 태어난 볼리 방앗간(Maison Natale de Bernadette-Moulin de Boly)과 뮤지엄을 본다. 1박 하는 여행자는 침수 시간만 잘 맞춘다면 여기까지는 볼 수 있겠다. 운이 좋다면 루르드에 상주하며 한국 순례자들을 돕는 수녀님(예수 성심 시녀회 소속)도 만날 수 있다. 현재 이분들은 한국으로 철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는 시절에 코비드 상황이 나아진다면 아마도 계실 것이다.

까쇼(Le Cachot)

옛 감옥인 까쇼에 삶이 어렵게 된 베르나르테 가족이 2년을 살았었다. 방앗간 집 육남매 중 첫째로 태어난 베르나데트는 몸도 약하고 집안은 가난했으며 글도 배우지 못했다. 이 소녀가 땔감을 주우러 동굴 쪽으로 간 어느 날 흰 옷을 입은 여인이 눈앞에 나타나 첫 날은 묵주 기도를 알려 주었고 둘째 날에는 "하느님에게서 왔다면 남아있고 아니면 사라져라"는 요청에 여인은 더 가까이 다가와 준다. 세 번째 날에는 소녀에게 15일 동안 이곳에 와 주겠느냐고 묻더니 샘으로 가서 마시고 씻으라고 분부하기에 이른다.

베르나데트는 바닥을 긁어 파서 진흙물을 발견했고 씻었다. 여인은 이제 신부님께 가서 경당을 하나 세우고 행렬을 오게 하라고 요청하기에 이른다. 16번 째 만남에서야 여인은 자신이 ‘임마꿀라다 꼰셉시온(원죄 없이 잉태 된 이)’임을 밝혔다. 베르나데트의 알림으로 성모님의 메시지와 요청은 세상에 알려졌으며 숱한 곡해와 의심의 눈초리 속에서도(왜 너처럼 하찮은 이에게 그처럼 고귀한 여인이 나타나느냐고 질시와 의혹이 넘쳤지만) 베르나데트는 자기 할 일을 했다. 세상에서 제일 긴 순례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루르드를 찾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프거나 건강하거나 부자이거나 가난한 자이거나 성인이거나 좌인이거나 당신은 세상의 빛입니다’ (루르드 벨라뎃다 성녀 전시관 영문 브로셔/윤유섭 비오 역 참고)

이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루르드 성지다.

루르드 호텔(Hotel Villa Plaisance)
루르드에 호텔은 넘쳐 난다. 극성수기만 아니면 루르드에서 숙소 못 구할 일은 없겠지만 한국 수녀님들의 추천 숙소가 있어서 올려 본다. 가족이 경영하는 호텔이고 성지와도 가깝다. 주차는 도로 주차나 공영주차장에 하면 되겠다. 3식을 제공하는 가족호텔로 식사도 무난하고 호텔 컨디션은 좀 오래되었다. 침대 상태가 별로이다는 평이 있다. 공동욕실을 써야 하는 점도 불편한 점 중 하나겠다. 루르드에서 오래 머무실 분 중에 숙박비를 줄여보고 싶은 분들에게 좋겠고 가족 같은 분위기의 호텔을 경험해 보고 싶은 분에게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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