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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레인지 배신···몇분만 켜도 오염기준 초과, 끄면 메탄 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스레인지 불꽃. AFP=연합

가스레인지 불꽃. AFP=연합

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가스 레인지와 가스 오븐을 사용할 때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질소산화물 등이 배출되지만, 사용하지 않을 때도 온실가스인 메탄이 적지 않게 누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지구시스템과학과 연구팀은 27일(현지 시각)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국 가정의 가스 스토브에서 배출되는 메탄이 휘발유 자동차 50만 대에 해당하는 온실 효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美 가정 누출 메탄. 車 50만 대 온실효과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연구원이 가스스토브에서 누출되는 메탄 가스를 채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연구원이 가스스토브에서 누출되는 메탄 가스를 채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는 가스레인지나 가스 오븐 같은 가스스토브에서 직접 누출된 메탄의 온실 효과만 따진 것이다. 천연가스의 연소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는 누출된 메탄의 3배가량 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전체 가정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000만 가구 이상이 천연가스 연료를 사용해 조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가스의 90% 이상은 메탄(CH4) 성분이고, 메탄은 20~100년의 시간 범위에 따라 이산화탄소(CO2)보다 25~86배의 온실 효과를 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내 53개 가정의 가스레인지에서 누출되는 메탄을 조사했고, 이 중에서 40곳에서는 가스 오븐에서 누출되는 메탄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가스스토브에서는 꺼놓은 상태에서도 시간당 평균 57.9㎎의 메탄이 누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스토브를 켜서 사용할 때에는 시간당 259㎎의 메탄이 누출됐다. 또 가스스토브를 켜고 끌 때 순간적으로 평균 45.9㎎의 메탄이 누출됐다.
가스스토브가 꺼져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어서 메탄 누출량 가운데 76%는 꺼져 있을 때 발생했다.

연구팀은 가스스토브가 연간 평균 649g의 메탄을 누출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가정용 가스스토브에서 연간 사용하는 가스 양의 1.3%에 해당한다.
이를 미국 가정 전체로 확대하면 매년 281억 그램, 2만8100톤이 누출되는 셈이다.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휘발유 자동차 50만 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다는 것이다.

가스 사용 몇 분 내 실내공기 기준 초과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의 주방 가스 스토브의 메탄 누출과 공기 오염 조사 장면. AP=연합뉴스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의 주방 가스 스토브의 메탄 누출과 공기 오염 조사 장면. AP=연합뉴스

한편, 가스스토브에서 천연가스를 태우면 이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 폼알데하이드 등 대기오염 물질도 배출된다. 이들 물질은 천식과 기침, 호흡 곤란 등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가스스토브를 사용할 때 질소 산화물 배출량은 천연가스 연소 속도와 비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스 오븐을 사용하면 몇 분 내에 이산화질소 농도가 100ppb에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가스스토브를 오래 사용하거나 한꺼번에 많이 사용하면 가정 실내 공기 중의 이산화질소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

캐나다에서는 주거 공간의 이산화질소 기준치를 1시간 기준은 90ppb, 24시간 기준은 11ppb로 정하고 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지난해 실외 대기 중의 이산화질소 24시간 기준치를 13ppb로 강화한 바 있다.
국내 다중 이용 시설의 실내 공기 질 권고 기준은 100ppb다.

주방에서 가스스토브를 사용할 때 환기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가정에서는 주방 환기를 위해 후드를 사용할 필요가 있지만, 실제 후드를 사용하는 것은 전체 조리 시간의 25~4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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