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쿠데타로 쫓겨난 남편 대신…첫 女 대통령 된 前 영부인

중앙일보

입력 2022.01.28 14:20

업데이트 2022.01.28 15:25

온두라스 첫 여성 대통령인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이 27일 테구시갈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온두라스 첫 여성 대통령인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이 27일 테구시갈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부인에서 첫 여성 대통령으로-. 온두라스의 시오마라 카스트로(62)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취임했다. 카스트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인 테구시갈파 국립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우리의 독립이 선포된 지 200년이 지났다”며 “우리는 이제 사슬을 끊어내고 전통을 깨고 있다”고 선언했다.

카스트로는 지난 2009년 남편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축출된 이후 세 번의 도전 끝에 집권했다. 그는 좌파 자유재건당 소속으로 지난 2013년과 2017년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고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51% 득표율로 당선됐다. 약 1000만 인구의 온두라스 사상 최다 득표(170만표) 기록이다. 중도 성향의 구원자당과 손잡고 내건 부정부패 척결과 빈곤 완화, 낙태 금지법 철폐 등 공약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9년 남편 실각하자 野 지도자로 부상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이 27일 취임식에서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과 함께 있다. AP =연합뉴스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이 27일 취임식에서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과 함께 있다. AP =연합뉴스

카스트로는 19살에 사업가이자 정치인이던 마누엘 셀라야와 결혼해 아이 넷을 키우며 가족 사업에 관여했다. 온두라스의 카타카마스 로터리 클럽 회원 배우자협회에서 편부모 가정 아이들을 돌보는 일일케어 센터를 설립하는 등 봉사활동을 활발히 했지만, 남편이 2005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정치 전면에 나선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2009년 남편이 실각하자 저항 운동을 이끌면서 야권 지도자로 부상했다.

온두라스에선 여성계를 중심으로 첫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온두라스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낙태와 긴급 피임약 판매를 금지하는 유일한 국가다. 이 때문에 성폭행 당한 여성은 암시장에서 긴급 피임약을 찾는 실정이다. 카스트로 역시 강간을 당한 경우,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태아 생존 가능성이 없을 경우 낙태를 합법화하겠다며 여성 표심을 공략했다.

하지만 카스트로의 앞날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취임 전부터 여당이 국회의장을 놓고 극심한 내홍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카스트로는 러닝메이트인 살바도르 나스라야 부통령이 이끄는 구원자당의 루이스 레돈도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당 일부 의원들이 지난 21일 여당 소속 호르헤 칼릭스를 의장으로 선출하면서 ‘한 국회 두 의장’ 사태가 벌어졌다. 카스트로는 이들을 “배신자”라고 비난했다.

취임 전부터 여당 분열…국회 협조 관건

27일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지지자들. 이날 취임식엔 외국 대표단 등 3만여명이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27일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지지자들. 이날 취임식엔 외국 대표단 등 3만여명이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공약 이행을 위해선 국회의 협조가 절실한 카스트로 대통령 입장에선 취임 전부터 가장 큰 걸림돌을 맞닥뜨린 셈이다. 더구나 보수파 의원들은 지난해 낙태 금지법 수정을 위해선 의원 75%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헌법 개정을 주도해 통과시켰다. 지난 2017년 비슷한 내용의 낙태 금지법 개정안이 상정됐을 때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128명 중 8명뿐이었다.

국가 빈곤 문제도 심각하다. 세계은행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 중 하나로 온두라스를 꼽았다. 지난해 온두라스 국립자치대학(UNAH)에 따르면, 온두라스 빈곤율은 2019년 59.3%에서 2020년 약 70%로 증가했다. 빈곤 문제는 미국 불법 이민으로 이어져 외교 문제로도 비화하고 있다. 이달 초엔 이틀 동안 미국 이민을 위해 과테말라에 입국한 온두라스인만 8000명에 달한다고 CNN은 밝혔다.

한편 이날 취임식엔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부총통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온두라스는 14개 남은 대만의 수교 국가 중 하나로, 카스트로 대통령은 선거 기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겠다고 밝혔다가 당선 후 입장을 번복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초청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모습을 보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카스트로 대통령과 온두라스인의 미국 불법 이민 방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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