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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마다 갈아엎는 '단절적 개혁'...민주주의는 위기다[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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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정치의 시대 
송호근 외 지음

나남

최근 실시되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를 선호하는 응답이 절반을 넘고 있다. 반면 '정권 재창출'을 원한다는 답변은 30%대를 맴돌고 있다. 이른바 '촛불 혁명'으로 탄생해 한때 80%의 지지율을 얻었던 문재인 정부가 왜 이런 성적표를 받게 됐을까.

이 책의 저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권력을 독점하고 사유화하는 과정이 이전 권위주의적 정부와 다르지 않았다고 본다. 오히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징후도 드러났다. 각종 매체가 동원된 유별난 팬덤 정치, 캠프 인사가 권력을 휘두르는 독선 정치, 치고 빠지는 무책임 정치 등은 한국 민주주의를 정상궤도에서 이탈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회적 견제를 벗어던진 '리바이어던(LEVIATHAN)'이 탄생했다는 것.

2016년 12월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모습 [뉴스1]

2016년 12월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모습 [뉴스1]

한 달가량 앞둔 대선을 바라보는 시선도 안타까움이 배어있다. 미래에 대한 담론보다는 네거티브와 복수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한국 정치의 특징으로 '단절적 개혁'을 꼽는다. 기존 정권의 노선과 정책을 모두 폐기하고, 질적으로 전혀 새로운 정책을 구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5년 뒤에 다시 폐기되고 또 새로운 '개혁'이 시작된다. 왜냐하면 신정부의 정당성은 이전 정부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위 문민정부의 시대가 본격화된 21세기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도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착착 진행됐다.

그렇다면 대선 때마다 반복되고 정권이 교체돼도 바뀌지 않는 한국 정치의 막장 드라마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언제까지 이어질까. 또 찾아볼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그리고 20대 대선은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진 '리바이어던'에 족쇄를 채우고, 정상적 민주주의를 만들어나가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까.

송호근 포스텍 교수, 강원택·이준웅 서울대 교수, 손병권 중앙대 교수 등 학자 9명은 이 책에서 대한민국의 제왕적 대통령제, 정치 양극화, 박제화된 의회의 타협 문화, 언론 및 검찰개혁, 시민 사회, 지방 분권 등 각 분야에 걸쳐 현재 직면한 문제점을 짚어나가면서 향후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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