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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두목 변신한 한효주 "난 늘 진지한데, 그게 웃기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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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도깨비 깃발'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모험을 그린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해적: 도깨비 깃발'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모험을 그린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코미디 장르여도 저는 다 진지했거든요. 진지하게 요리하고 진지하게 액션하고 진지하게 화냈는데 그 부분을 재밌어하시더군요.”
코믹 액션 모험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감독 김정훈)에서 조선 시대 해적선 주인이 된 배우 한효주(35)가 14일 화상 인터뷰에서 밝힌 얘기다.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는 이틀간 16만 관객을 동원하며 설 극장가 흥행 1위로 출발했다. 스토리의 짜임새는 아쉽지만, 아이들과 유쾌하게 보기 좋은 가족 영화란 평가다.
특히 한효주의 변신이 눈에 띈다. 그가 맡은 해랑은 사라진 고려 왕실의 보물을 찾아 나선 해적단 두목. 바다에서 구해낸 의적 두목 무치(강하늘) 패거리와 티격태격 뭉쳐 왜구 선박을 격파하며 코믹‧액션‧로맨스를 넘나든다. 코미디 장르는 스크린 데뷔작 ‘투사부일체’(2006) 이후 16년 만이다.

설시즌 흥행 1위 '해적: 도깨비 깃발' 주연 #해적 두목 목소리 틔우려 발성 훈련 #검술·수중 액션 3개월 준비해 직접 소화 #"해적단 챙기다 개인적인 성향도 바뀌어"

손예진 계승한 해적 두목 "개인적인 성향 바뀌었죠"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주연 배우 한효주를 14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주연 배우 한효주를 14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BH엔터테인먼트]

해랑은 8년 전 866만 흥행을 거둔 ‘해적’ 시리즈 1편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손예진이 연기한 해적 두목 ‘여월’과도 닮은꼴 캐릭터다. 한효주는 “항상 응원하고 좋아하는 선배님이어서 영광이지만,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또 하나의 새로운 작품을 한다는 느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영화 ‘감시자들’(2013)의 천재적 기억력의 신참 경찰, ‘뷰티 인사이드’(2015)에서 외모가 바뀌는 연인 탓에 혼란에 빠진 여성 등 말수 적고 단정한 역할을 주로 맡아온 그가 우락부락한 해적 무리를 호령하게 된 것도 낯설다. 그는 “해랑이 무뚝뚝하면서도 해적 단원 한 명 한 명 잃지 않으려는 리더로서 모습이 좋았다. 역할을 맡다 보니 실제로도 그런 애정이 생겼다”면서 “평소 저는 개인적인 사람이라 주도적으로 밥 먹으러 가자는 얘기도 잘 안 해봤는데 이번 영화는 한 명 한 명 애틋하더라. 다 끌어주고 싶고 밥 한 끼라도 더 먹고 싶은 마음이 자발적으로 들어 신기했다”고 했다.

해적 호령한 목소리, 액션처럼 발성 훈련 

해적선을 호령하는 우렁찬 목소리도 특별 훈련 결과였다. 한효주는 “지금껏 이렇게 큰 소리로 연기해본 캐릭터가 없었다”면서 “부담이 돼서 액션 훈련하듯 발성 훈련을 일주일에 두세 번씩 받았다. 촬영장도 발성 연습을 하면서 출근했다”고 했다. “캐릭터에도 도움이 됐고 스스로 자신감도 쌓였다. 평소 얘기할 때도 예전보다 목소리가 커진 것 같다”며 시원스레 웃었다.

왜구를 단칼에 무찌르는 검술부터 수중 촬영까지 액션도 대부분 직접 소화했단다. “검 쓰는 게 처음이라 어색해 보일까 봐 걱정도 됐고 잘하고픈 욕심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먼저 훈련을 시작해 3개월간 열심히 했다”면서 “액션을 거의 다 제가 소화했다”고 자부했다. 악역으로 호흡 맞춘 권상우는 언론 시사 후 간담회에서 그를 두고 “제가 본 여성 배우 중 가장 속도감 있고 힘 있는 몸놀림이 어울렸다”며 칭찬하기도 했다. 질세라 한효주도 동료 배우들 칭찬에 나섰다. 상대역 강하늘에 대해 “영화 보니 정말 잘하더라. 호탕한 무치만의 매력이 가득했다”고, 해랑의극 중 오른팔을 연기한 아이돌 그룹 엑소(EXO) 출신 세훈에 대해선 “큰 무대에 계속 서봐선지 긴장을 안 하더라. 영화가 처음이면 어색할 수 있는데 유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들과 함께한 게 자신도 “특별한 경험이었다”면서다. “짐벌 기계(배를 움직이는 장치)를 살살 기울이면 실제 배를 탄 것 같이 움직이거든요. 밤 장면은 그린매트(컴퓨터그래픽 후반 작업을 위해 촬영 세트 주변 배경을 가리는 녹색 스크린)도 잘 안 보이고 밤하늘 아래 선상 파티에서 배우들이 ‘와하하’ 육고기 뜯는 걸 바라보는데 실제 그 시대 해적단주가 된 느낌이어서 신기했죠.”

흥행·비평 성패 떠나 쉼없는 도전에 에너지 얻죠

'해적: 도깨비 깃발' 촬영 당시 현장 모습이다. 짐벌 위에 올려놓은 해적선에 해적단 역 배우들이 다음 촬영을 의논하고 있다. 뒤쪽으로 컴퓨터그래픽(CG) 후반 작업을 위한 그린매트가 쳐져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해적: 도깨비 깃발' 촬영 당시 현장 모습이다. 짐벌 위에 올려놓은 해적선에 해적단 역 배우들이 다음 촬영을 의논하고 있다. 뒤쪽으로 컴퓨터그래픽(CG) 후반 작업을 위한 그린매트가 쳐져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로서도 최근 한효주는 새로운 도전을 거듭했다. 오디션을 통해 USA 네트워크 10부작 첩보 드라마 ‘트레드스톤’(2019) 주연을 맡아 미국 진출한 데 이어 변요한과 함께 일본 액션 영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2020)에도 출연했다. 지난해엔 감염병이 일상화된 사회의 계급차별을 그린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해피니스’로 OTT 작품도 첫 시도했다. 다만 해외 진출작의 경우 작품성 면에서 크게 화제가 되진 못했다. 그간 한국에서도 시대극 멜로 ‘해어화’(2016), 사회파 드라마 ‘골든슬럼버’(2018), 판타지 액션 ‘인랑’(2018) 등 다채로운 장르에 뛰어들었지만, 흥행 부진을 겪어온 터다. 이에 한효주는 다부진 마음을 내비쳤다. “흥행이나 비평의 성패를 떠나 시도하는 데 큰 의의를 둔다. 쉼 없이 하는 도전들이 저의 동력‧자산이 돼서 경력으로 남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해외작품은 거의 1년간 타지 사람들과 일해보며 거기서 온 새로운 에너지, 영감이 있었다. 배우라는 직업의 즐거움을 다시 얻었다. 일하면서 에너지를 쓰는 게 아니라 좋은 에너지를 받아 더 강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한효주는 액션장면 대부분을 직접 소화했다고 자부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한효주는 액션장면 대부분을 직접 소화했다고 자부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요즘 그가 인스타그램 계정에 적어둔 ‘Traveler, Actress(여행자, 배우)’란 자기소개엔 바로 이런 생각들이 담겼다. “삶을 좀 여행하듯 살고 싶은가봐요. 여행을 가면 항상 낯선 곳이 주는 설렘이 있잖아요. 익숙한 데서 오는 여유와 즐거움이 있겠지만 그런 설렘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 하며 재밌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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