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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 기부하더니 이번엔 '행운 항아리'…어느 구두수선공의 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DMC상암이안2단지 오피스텔 1층 구두 수선점 앞 복도. 빈 장독대가 놓여 있고 ‘행운의 항아리’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항아리 안에는 10원부터 5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 수백여 개가 들어 있었다. 그 위에 1000원, 1만 원짜리 지폐 몇장도 보였다.

‘행운의 항아리’ 뒤편 벽에는 ‘희망을 나누세요’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어려움에 부닥친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분들에게 희망을 드리고자 동전 모으기 운동을 합니다. 집에서나 직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동전을 항아리에 후원하시면 큰 힘이 되겠습니다.’

서울 상암동 DMC상암이안2단지오피스텔 1층 구두수선점 앞 복도에 마련된 ‘행운의 항아리’. 전익진 기자

서울 상암동 DMC상암이안2단지오피스텔 1층 구두수선점 앞 복도에 마련된 ‘행운의 항아리’. 전익진 기자

김병록씨, 동전 모으는 ‘행운의 항아리’ 선보여

항아리를 설치한 주인공은 ‘기부 천사’로 유명한 구두 수선공 김병록(62)씨다. 김씨가 이번엔 이날부터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동전 모으기 운동’에 나섰다.

그는 “우리에게는 1997년 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이라는 국민적인 기부 운동을 계기로 국가적 경제위기를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뭉쳐 극복한 사례가 있다.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공동체 의식이 발휘한 게 위기 극복의 출발점이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번 동전 모으기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 상암동 DMC상암이안2단지오피스텔 1층 구두수선점 앞 복도에 마련된 ‘행운의 항아리’. 전익진 기자

서울 상암동 DMC상암이안2단지오피스텔 1층 구두수선점 앞 복도에 마련된 ‘행운의 항아리’. 전익진 기자

그는 “코로나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이 시점에 사회 각 분야로 동전 모으기 운동이 ‘제2의 금 모으기 운동’식으로 퍼지길 기대해 본다”며 “그러면 실의에 빠진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우리도 극복해낼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작은 희망 전하려”  

김씨는 “십시일반의 정성으로 5000만명 전 국민이 집이나 직장 등에서 잠자고 있거나 호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100원짜리 동전을 1개씩만 기부해도 50억원이라는 큰돈이 마련된다. 100원짜리 동전 10개씩을 기부하면 500억원이 금방 모이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은 동전 몇 개씩만 모아도 많은 국민이 동참하면 눈덩이처럼 기부금이 커지게 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전대미문의 큰 좌절에 빠진 영세 자영업자 등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희망이나마 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의 코로나19 극복 지원을 위한 ‘동전 모으기 운동’을 시작한 구두 수선공 김병록씨. 변선구 기자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의 코로나19 극복 지원을 위한 ‘동전 모으기 운동’을 시작한 구두 수선공 김병록씨. 변선구 기자

김씨는 “구두 수선 일을 50년간 해오면서 코로나가 온 나라를 덮친 지난 2년간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는 없었다. 그래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경제적 고통을 피부로 절감하고 있다”며 “동전 모으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많은 국민이 동참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2년 전엔 7억원 임야 코로나로 힘든 이웃 위해 기증  

김씨는 지난 2020년 초 50년 가까이 평생 구두를 닦아 모은 돈으로 장만한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마장리 땅 3만3000㎡(1만평, 임야, 시가 5억~7억원)를 코로나로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돕기 위해 아무 조건 없이 내놓았었다. 〈중앙일보 2020년 3월 12일자 1면〉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3월 3일 이런 공로로 김씨에게 ‘제10기 국민추천포상’ 국민포장을 수여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는 상암동 자신의 구두 수선점 인근 도로변에 ‘무인 구두 나눔 전시관’을 마련, 자신이 모아 깨끗하게 수선한 헌 구두 200여 켤레와 헌 가방 50여 개를 코로나로 인해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다.

김씨는 앞서 1996년부터 2017년까지 21년간 헌 구두 5000여 켤레를 수선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했고, 1997년부터는 이발 기술을 배운 뒤 매달 요양원·노인정 등을 찾아 이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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