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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잔칫날 또 재뿌리기? 미사일 10발 '소나기 발사'한 北 속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전날인 27일 지대지 전술유도탄을 시험발사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25일에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뒤늦게 공개했다. 사진은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조선 동해상의 설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9137초를 비행해 1800㎞계선의 목표섬을 명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뉴스1

북한이 전날인 27일 지대지 전술유도탄을 시험발사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25일에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뒤늦게 공개했다. 사진은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조선 동해상의 설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9137초를 비행해 1800㎞계선의 목표섬을 명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뉴스1

북한이 28일 대내외 매체를 통해 지난 25일과 27일 각기 장거리순항미사일과 지상대지상 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극초음속미사일 추정 미사일을 발사한 지 22일 만에 여섯 번째, 총 10발이다.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의 베이징 겨울 올림픽(2월 4일~2월 20일)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이 사나흘에 한 번꼴로 미사일을 쏘는 ‘소나기 발사’ 추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이 올림픽 기간 중이다. 올해는 정주년(5년, 10년 단위로 꺽어지는 해)인 80주년으로, 북한은 이를 대대적으로 기념하겠다는 계획이다. 군과 정보 당국에서 이미 열병식 조짐을 포착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 올림픽을 대내외적 리더십 회복의 기회로 삼으려는 중국을 고려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017년엔 中 잔칫날마다 재 뿌리기

일각에서는 북한이 정말 ‘2017년 어게인’을 의도하는 것이라면 중국의 이런 중요 행사도 개의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북한은 2017년 핵실험과 함께 미사일 발사만 24차례 감행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내부적으로 설정해놓은 시간표에 맞춰 국방력 ‘퀀텀 점프’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게 북한의 계획이라면,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북한은 당시 중국의 ‘잔칫날’에 맞춰 재 뿌리기를 반복했다.

2016년 9월에는 중국이 의장국으로서 주요20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기간 중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직후에는 핵실험을 했다. 2017년 4월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도 탄도미사일을 쐈다. 2017년 5월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 포럼’ 개막일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대외적 압박을 감수하며 핵무력 완성에만 몰두했던 당시와 지금은 상황적으로도 유사점이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국방 부문의 핵심 5대 과업을 제시했고, 지난 1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에서 북한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행위들을 확고히 제압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물리적 수단들을 지체 없이 강화‧발전시키기 위한 국방정책과업을 재포치했다”고 밝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요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군수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요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군수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뉴스1

다만 지금은 당시처럼 북‧중 관계 악화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2016~2017년 무렵에는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채택 등 미국의 대북 압박 드라이브에 동참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북한이 이런 식으로 표출하는 측면도 있었다.

중‧러, 제재 ‘비협조적’ 노린 듯

하지만 지금은 국제정세의 구도가 달라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최대의 외교적 위협으로 규정하며 미‧중 간 전략 갈등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또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로 충돌 직전이다.

최근 북한의 거침없는 미사일 도발은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다소 불만이 있다고 해도 대북 제재 문제에서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주지는 않을 것이란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실제 최근 미국이 북한 국적자 5명을 안보리 제재 명단에 추가하자고 요청한 것도 중국과 러시아의 ‘보류’ 결정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7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비공식 협의 및 각국과의 교신횟수 등이 과거보다 급감했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를 원인으로 꼽았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전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간 통화를 언급하며 “우리는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건설적으로 활용하길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구도인 셈이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강조하는 건 이 밖에는 미국이 북한에 쓸 수 있는 외교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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