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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하고 빈틈있는 동물의 유쾌한 복수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중앙일보

입력 2022.01.28 06:00

업데이트 2022.03.02 13:42

· 한 줄 평 : 작은 두더지는 자기 머리에 똥 싼 범인을 가만 두지 않는다!

· 함께 읽어보면 좋을 베르너 흘츠바르트의 다른 그림책
『너와 함께 있을게』 죽음과 이별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드물고 귀한 그림책.
『나는 다른 동물이면 좋겠다』 스즈키 노리타케의 『천만의 말씀』 기억하시나요? 그 책과 함께 읽어도 좋을 그림책입니다.

· 추천 연령 : 4세 정도부터 8~9살까지 즐겁게 읽습니다. 8~9살 어린이에게 쉬운 책이라고 책장에서 치우지 마세요. 이렇게 짧은 책을 스스로 읽다가 긴 책도 읽게 되는 법이니까요.

오늘은 퀴즈로 시작해보겠습니다. 다음 동물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공룡, 사자, 호랑이, 치타, 토끼, 다람쥐, 햄스터, 강아지, 고양이…’

정답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은 대강 세 종류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힘이 세거나 덩치가 큰 포식자류, 깜찍함과 귀여움으로 승부하는 초식동물류, 인간 가까이에 사는 친근한 반려동물류. 여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동물이 오늘 책의 주인공입니다. 바로 두더지입니다.

배도 나오고 엉덩이도 뭉툭한, 그래서 귀여울 법도 한데 신기하게 귀엽지 않은 동물이 두더지죠. 귀여운 동물의 포인트, 큰 눈이 없는 게 결정적일 겁니다. 두더지의 눈은 살 속에 파묻혀 거의 안 보이죠. 깜깜한 땅속에선 별다른 기능을 할 수 없어 퇴화한 탓입니다. 눈이 있긴 있는데, 잘 못 보는 셈이죠. 땅속에서야 전혀 그렇지 않겠지만, 땅 위에 사는 인간 입장에서 보면 어딘가 모자란 구석이 많은 캐릭터입니다.

그런 두더지 머리에 누가 똥을 쌌습니다. 두더지는 안 보이는 눈으로 더듬더듬 온갖 동물을 찾아다니며 따집니다.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갑작스러운 두더지의 방문에 당황한 동물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이렇게 말하고요.
“나? 아니야. 내가 왜?”
그러면서 두더지 앞에 똥을 눕니다. 자기 결백을 주장하는 거죠.

두더지가 염소를 찾아가 따지자 염소는 새알 초콜릿 같은 똥을 오동당동당 눕니다. 이 똥이 아니네요! 이 책은 2008년에 1쇄가 발행됐는데요, 그만큼 오래된 책이라 출판사 측도 텍스트가 앉혀진 이미지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사의 이미지는 모두 텍스트가 없습니다. 그 정도로 오래된 책인데 얼마나 사랑 받는지 느낌이 오시죠?

두더지가 염소를 찾아가 따지자 염소는 새알 초콜릿 같은 똥을 오동당동당 눕니다. 이 똥이 아니네요! 이 책은 2008년에 1쇄가 발행됐는데요, 그만큼 오래된 책이라 출판사 측도 텍스트가 앉혀진 이미지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사의 이미지는 모두 텍스트가 없습니다. 그 정도로 오래된 책인데 얼마나 사랑 받는지 느낌이 오시죠?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는 자기 머리에 똥을 싼 범인을 찾아다니는 두더지의 여정을 다루는 이야기책인데,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동물의 똥 모양이 다 다른 걸 알게 됩니다. 어지간한 논픽션 책 못지않게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알려주죠. 비둘기 똥은 하얀 물 같아서 철썩 떨어지고, 말똥은 까만 사과 같아서 쿠당탕탕 떨어지고, 까만 콩 같은 토끼 똥은 타타타타 떨어지고, 누런 쇠똥 무더기는 쫘르륵 쏟아지고, 묽은 죽 같은 돼지똥은 뿌지직 떨어집니다. 방금 꿈을 꾸고 난 듯한(염소의 눈을 이렇게 묘사하다니, 놀랍지 않나요?) 염소는 새알 초콜릿 같은 똥을 오도당동당 누고 말입니다.

두더지 힘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가 않습니다. 두더지는 어떻게 했을까요? 놀랍게도 자기보다 더 보잘것없어 보이는 존재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바로 파리죠. 파리들은 말합니다.

“이건 바로 개가 한 짓이야!”

두더지는 자기보다 더 보잘 것 없고 힘 없는 파리의 도움으로 자기 머리 위에 똥 싼 범인을 찾아냅니다. 그건 바로 정육점 집 개 뚱뚱이 한스였죠.

두더지는 자기보다 더 보잘 것 없고 힘 없는 파리의 도움으로 자기 머리 위에 똥 싼 범인을 찾아냅니다. 그건 바로 정육점 집 개 뚱뚱이 한스였죠.

작은 두더지는 제 몸의 10배, 아니 20배쯤 되는 정육점 집 뚱뚱이 한스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개집 지붕 위로 올라가 시원하게 똥을 누죠. 작고 까만 곶감 씨 같은 두더지의 똥이 곧 한스의 널따란 이마 위로 떨어집니다. 두더지는 그제야 기분 좋게 땅속으로 사라지고요.

베르너 홀츠바르트는 유독 약하고 빈틈 있는 동물들에 애정을 보입니다. 『나는 다른 동물이면 좋겠다』의 주인공은 온종일 오른쪽, 왼쪽, 앞쪽을 두리번거리는 겁 많은 미어캣이고, 『너와 함께 있을게』는 덩치만 컸지 달리기조차 힘에 부쳐하는 늙은 코뿔소와 그의 등에 붙어 공생하는 찌르레기가 주인공으로 나오죠. 하지만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다들 자신의 문제를 풀어가며 행복합니다.

눈도 잘 안보이는 작디 작은 두더지는 자기 몸집의 10배 아니 20배는 족히 되는 뚱뚱이 개에게 통쾌하게 복수를 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 하죠!

눈도 잘 안보이는 작디 작은 두더지는 자기 몸집의 10배 아니 20배는 족히 되는 뚱뚱이 개에게 통쾌하게 복수를 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 하죠!

아이들은 아마 알 겁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자신이 얼마나 힘없는 존재인지를요. ‘노키즈존’이란 이름으로 자신들을 거부하는 어른들에게 아이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죠. 그저 거부를 당하는 것 외엔 말입니다. 하지만 두더지가 그랬듯, 미어캣이 그랬듯, 찌르레기가 그랬듯 아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나름의 방법으로 풀며 자라날 겁니다. 어른들이 어떻게 하든 말입니다. 부디 아이들이 자신이 어리고 약한 존재였다는 걸 기억하길 바랍니다. 어른들은 비록 그러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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