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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쓰레기에 300원 챙겨주라니" 1회용컵 보증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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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몰려올 때 컵 가져와서 300원 달라고 하면 어떡하죠.”

경기 수원에서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는 이모(44)씨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벌써 걱정이다. 환경부는 6월 10일부터 일회용컵에 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반환 시 돌려주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이씨는 “다른 매장에서 사 먹은 컵까지 일일이 포스(POS·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로 찍어서 돈을 주라는 거 아니냐”며 “봉툿값 받는다고 하면 지금도 소리 지르는 손님이 있는데 컵값 받는다고 하면 얼마나 난리가 날지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6월부터 커피점, 제과점, 패스트푸드 업종 등에도 1회용 컵 사용시 보증금으로 일정 금액을 내고, 컵을 매장에 돌려주면 이를 돌려받는 '1회용 컵 보증금제'가 의무화된다. 뉴스1

6월부터 커피점, 제과점, 패스트푸드 업종 등에도 1회용 컵 사용시 보증금으로 일정 금액을 내고, 컵을 매장에 돌려주면 이를 돌려받는 '1회용 컵 보증금제'가 의무화된다. 뉴스1

27일 프랜차이즈 업계 등에 따르면 환경부 예고 이후 이씨와 같은 점주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매장마다 특성이 다른데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일괄 적용되기 때문이다.

①호두과자·핫도그 팔다가 보증금 반환

환경부는 매장 수가 100개 이상인 커피·아이스크림·제과제빵·기타음료·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전문점을 모두 보증금제 대상에 포함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전전년도에 가맹점이 100개가 넘으면 해당한다. 기준이 이렇다 보니 카페 형태와 거리가 먼 업종도 일부 들어갔다.

예컨대 전국에 매장이 155개인 호두과자 전문점이 포함되는 식이다. 패스트푸드점인 롯데리아·버거킹도 가맹점이 100개가 넘는다. 핫도그 테이크아웃을 주로 하는 명랑핫도그는 전국 매장이 651개고, 제빵업으로 분류돼있다. 음료를 취급하지 않으면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지만, 일부 명랑핫도그 매장에선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어느 매장이 해당하느냐를 놓고 혼란이 있어 조만간 이를 고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②소규모 테이크아웃 카페도 적용

공정위에 따르면 커피 프랜차이즈 중 매장 수 3위는 메가커피, 6위는 빽다방이다. 주로 오피스 상권에 위치해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한다. 상대적으로 싼값에 여러 잔을 파는 가맹점 특성상 점주들의 불만이 더 크게 나오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혼자 카페를 운영하는 심모(55)씨는 “오피스 상권에 있어서 회사원들이 몰릴 때는 계산할 정신도 없다”며 “커피가 1500~2000원인데 컵값 300원 주고 있어야 하냐. 반환 시간대를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24일 소상공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일회용컵 보증금 반환 관련 게시글. [네이버카페 캡처]

24일 소상공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일회용컵 보증금 반환 관련 게시글. [네이버카페 캡처]

'아프니까 사장이다' 같은 소상공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불만이 이어진다. 24일 한 작성자는 “이제 하다하다 남의 집 쓰레기를 돈 주고 사라고 한다”며 “누가 버렸는지도 모르는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인건비는 줄 거냐”고 썼다. “스타벅스 옆 프랜차이즈는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③각자 다른 컵 크기

가맹점마다 다른 일회용컵 크기도 문제다. 환경부는 플라스틱컵의 경우 윗면 지름 90㎜, 종이컵은 80㎜ 이상으로 규격을 맞췄다. 컵을 통일하는 게 불가능해 최소한의 제약만 둔 것이다. 이 때문에 일회용컵끼리 포갠다고 해도 가맹점마다 높이나 너비가 제각각이라 보관 시 부피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카페에서 판매된 컵에 대해서도 300원을 환급해준 뒤 이를 보관하고 있어야 해 매장 내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지난해 2월 16일 서울 시내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가 준비돼 있다. 뉴스1

지난해 2월 16일 서울 시내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가 준비돼 있다. 뉴스1

경기 고양에서 530㎡ 규모의 가맹 카페를 운영하는 전혜미(54)씨는 “휘핑크림이 들어간 음료는 깨끗이 닦아내기 쉽지 않아 냄새가 날 수 있다”며 “인건비랑 수도요금 나가는 일인데 다른 데서 쓴 컵을 닦는다 생각하면 불쾌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씨는 “일회용컵을 워낙 많이 쓰는 만큼 다소 불편해도 줄이기 위해 뭐라도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의 오해와 달리 손님에게 돌려주는 일회용컵 보증금 300원은 개별 매장에서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일회용컵 음료를 판매한 곳의 데이터를 관리해 어느 매장에서 이 컵을 회수하더라도 보증금은 판매처에서 지급되는 구조다. 각 가맹본부가 보증금관리센터에 선납부한 돈에서 출금이 이뤄진다. 환경부 측은 “가맹점의 불만을 알고 있어 다음 달 중 간담회를 가지고 개선점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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