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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장서 운 李, 김혜경도 울었다 "남편 위기에 강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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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도 그곳에서 어머님 생각이 제일 많이 났을 거예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는 이 후보가 눈물을 흘린 ‘상대원시장 연설’ 을 떠올리면서 자신도 눈물을 훔쳤다. 지난 26일 경남 통영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다. “어머님께서 돌아가신지 2년 가까이 됐는데…. 저희가 신혼 때 어머님이 주신 국자가 있다. 그 때 ‘내가 사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저는 그 국자를 아직도 쓰고 있다”고 말할 때부터 김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김씨는 “남편 얘길 듣고 저도 울었다”며 “펑펑 우는 목소리를 들으면 저도 자꾸 울까 싶어서 그 뉴스가 나오면 TV소리를 낮췄다”고 말했다. 2020년 3월 별세한 이 후보의 어머니 구호명 씨는 성남 상대원시장에서 공중화장실을 지키며 요금을 받고 휴지를 파는 일을 했다. 지난 24일 그 시장에서 가족사를 이야기하던 이 후보는 “어머니께서 화장실에 출근하기 전 제 손을 잡고 공장에 바래다 줬다. 그래도 행복했다. 밤 늦게 야간 작업이 끝나고 나면…”이라고 한 뒤부터 한참 말을 잇지 못한 채 흐느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26일 경남 통영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26일 경남 통영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26일 경남 진주→사천→거제→통영 등으로 200㎞ 이상 이어진 김씨의 강행군에 동행했다. 지역경제인·이주여성·사회적기업가 등을 만난 뒤 통영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마주한 김씨는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지만 제 손을 꼭 잡고 ‘꼭 되어야 해’라는 분들이 많았다. 더 열심히, 더 잘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전국 구석구석을 찾기 시작한 건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집에서 어때요’라고 묻는 분들도 있다. 주로 여성분들”이라며 “저는 ‘이재명은 인간적으로 따뜻하고 저보다 눈물도 많아요’라고 답한다”고 전했다.

전국을 돌면서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지난해 11월 현장실습 중 사망한 고3 학생 홍정운 군의 49재에 참석했을 때다. 그 날이 홍군의 생일이었다. 정말 아무 말도 못 하고 어머님을 한번 안아드리고 왔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사찰 20여곳 찾았는데 (정청래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 이후 김씨는 성난 불심 달래기에 애를 쓰고 있다)
“제가 기독교 신자여서 처음엔 불교 예법을 잘 몰라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런데 스님들이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잘 될 거라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김씨는 각계각층을 만나 들은 말을 노트에 꼼꼼히 적은 뒤 주말이면 남편에게 전한다. 지난 25일 발표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확대 실시’는 김씨의 ‘욕심’이 담긴 대표적 공약이다. 김씨는 “여성 농업인들이 특히 근골격계 질환을 많이 앓는다는 사연을 듣고는 밤에 남편을 붙잡고 ‘꼭 넣자’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김혜경 씨가 26일 경남 사천 한 비닐하우스농장에서 이주여성과 함께 공심채를 수확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김혜경 씨가 26일 경남 사천 한 비닐하우스농장에서 이주여성과 함께 공심채를 수확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여성층의 지지를 크게 못 얻고 있다 
“그렇다. 여론조사를 보면 좀 답답하긴 하다. 저는 ‘이대남’(20대 남성), ‘이대녀’(20대 여성)…. 사실 이렇게 표현하기도 싫다. 여성·남성 정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워킹맘 정책이 여성만의 정책이 아니지 않나. (이 후보가) 끝까지 소신을 지켜서 (여성·남성을) ‘갈라치기’하고 나누는 정치인이 아니라 통합하고, 함께 잘 살게 하는 그런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다. 진심을 보여드리면 국민들께서 판단하시지 않을까 싶다. 표도 물론 중요하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녹취록’ 방송은 들어봤나
“저도 들어보긴 했다.”
어떤 느낌을 받았나
“제 느낌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국민들이 들어보고 판단을 하실 것 같다. 저희는 판단을 받는 입장이다.”
대선후보의 배우자도 검증 대상이라고 보나
“대통령이 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본인이 그리는 영부인의 역할은
“배우자가 참 어려운 위치다. 남편이 성남시장이 됐을 때 선거운동을 하며 듣는 게 많다 보니 남편에게 전달했는데 남편이 ‘행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굉장히 예민하게 잘랐다. 처음엔 서운해서 ‘다음 선거운동은 혼자 하라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남편 입장에선 전임 성남시장들이 친·인척 비리로 다 구속됐기 때문에 더 예민했던 거였다. 이재명 후보가 했던 일 중 손꼽아주고 싶은게 (친·인척 비리를 방지하는) 노력을 정말 철저하게 한 것이다.”

김씨는 이 후보가 친형 고(故) 이재선 씨와 갈등을 빚었던 얘기를 먼저 꺼냈다. 김씨는 “형님과의 문제도 그때 (형님의 성남시정과 관련한 요구를) 남편이 한마디 들어줬어도 되는 거였다”며 “남편이 그때는 시장이 된 게 처음이라서 ‘스킬’(대응방식)이 좀 모자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26일 경남 통영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26일 경남 통영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형수욕설 녹음파일로 야권 공세가 거세다
“그게 사실 여러가지 복합적인 게 있다. 당시 1~2년간 있었던 일이 아니라 수십년간의 것들이 쌓여서 생긴 일이다. 하지만 죄송한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남편이 계속 책임져야 할 일이기도 하다.”
이 후보의 선거운동 중 보람을 느낄 땐 
“처음 출마할 때는 ‘빨갱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분당의 노인정엔 들어가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2014년 남편이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뒤에 가보니 ‘태어나서 민주당 처음 찍어봤다’는 분들이 계셨다. 저도 ‘이런 맛에 정치하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명이 왜 대통령이 돼야 하나 
“이재명은 위기에 강한 사람이다. 올해로 31년째 같이 살아보면서 느낀 것은 삶의 파도가 올 때, 가정적인 일이나 정치적인 위기일 때 오히려 차분해진다.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을 잘 구분한다. 사람들은 그걸 ‘실용적’이라고 판단하시더라. 그런 점 때문에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대선후보까지 국민들이 키워주셨다. 그래서 위기의 대한민국을 좋은 방향으로 대전환시킬 사람은 이재명밖에 없다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다. 저도 거기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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