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찍은적 없는 내 벗은 사진이…대기업 남사친의 배신

중앙일보

입력 2022.01.28 05:00

업데이트 2022.01.28 08:28

아이패드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아이패드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수년간 알고 지내던 여성 지인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진을 음란 사진과 합성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됐다. 피고소인은 대기업 사원으로 알려진 20대 남성이고, 고소인은 그의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이다.

“지인 사진 음란물로 조작”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대 여성 A씨 등은 남성 B씨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경찰에 냈다.

A씨에 따르면 이들은 대학생이던 2016년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분을 쌓았다. 사회인이 된 뒤에도 자연스레 연락을 이어왔다고 한다. 그러던 A씨는 우연히 B씨 아이패드에 자신과 다른 여성들을 음란물에 합성한 사진이 있다는 걸 전해 듣게 됐다. 확인해보니 중요 부위를 드러내는 등 수위가 상당했다고 한다. A씨는 “나 말고도 B씨 아이패드에 나온 다른 여성들의 사진이 200장 정도 된다”며 “합성사진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합성됐다”고 말했다. A씨가 파악하고 있는 피해자는 4명이라고 한다. 모두 과거 B씨와 아르바이트를 같이 했던 경험이 있다는 게 A씨 등의 주장이다.

B씨가 만든 허위 음란물은 피해자들이 카카오톡이나 지인 공개로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기반으로 했다고 한다. A씨는 “휴대전화에서 지운지 3년이 지난 사진도 있었다”며 “B씨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인 사진을 꾸준히 캡처해 가지고 있던 셈”이라고 주장했다.

“일상생활 불가”라는데…처벌 못 한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셔터스톡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셔터스톡

피해자들은 불면증 등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피해자도 있지만, B씨는 최근 대기업에 취업하는 등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B씨에 대한 처벌이 가능할까.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020년 5월 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2항은 처벌 대상을 “반포 등을 할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 등을 대상자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반포’라는 행위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이다. B씨는 경찰에 “합성사진은 유포 목적이 아니라 자기 위로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건 수사 중이라 밝힐 수 없다”면서도 “처벌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고 말했다. “피의자가 본인만 봤다고 주장하고 있고, 유포했다는 증거가 아직까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에 대한 딥 페이크(불법 합성사진)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허위 음란물 단순 제작이나 소지한 이를 처벌할 수 없다는 현실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포 목적이 없더라도 허위영상물을 만들거나 가진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면서다.

성범죄 사건을 다수 다룬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애초 딥 페이크 영상물 처벌 조항의 입법 취지가 악의적인 합성을 통해 성적 수치심을 주지 말라는 뜻이라 법 적용에 있어 배포와 유통을 처벌하겠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이유로 배포나 유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촬영물 처벌이 어렵다”며 “헌법상 양심과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 등과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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