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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기업 내세웠다…좌파 같지 않은 포르투갈 좌파 총리 3선 눈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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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포르투갈 총리인 안토니오 코스타가 조기총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이 중도우파 사회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르투갈 총리인 안토니오 코스타가 조기총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이 중도우파 사회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좌파 사회당 소속 정치인인데도 ‘우파의 상징’인 신자유주의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온 실용주의 성향의 안토니오 코스타(61) 포르투갈 총리가 3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30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조기총선을 앞두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친(親)시장 성향으로 알려진 코스타 총리의 중도좌파 사회당(PS)이 제1야당과 근소한 차이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외신들은 “선거 당일까지 치열한 접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4년마다 치러지는 포르투갈 총선은 본래 2023년 예정이었다. 2019년 총선에서 승리한 사회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극좌 성향의 좌파연합, 공산주의-녹색당연맹(공산당)과 연정을 이뤄 국정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정부가 제출한 올해 예산안을 연정 파트너인 극좌파 정당연합이 제1 야당인 중도우파 사회민주당(PSD)과 손잡고 부결시키자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시행했다. 프랑스 국제방송인 프랑스24는 “이번 조기총선의 관건은 여당의 승리(제1당 차지)가 아닌, 여당 단독 내각 구성이 가능한 과반 의석수 확보 여부”라고 전했다.

'균형예산'이 최우선 원칙…포퓰리즘에 맞서

코스타 총리는 유럽에서 ‘좌파 같지 않은 좌파’로 불린다. ‘친(親) 시장 실리파’ ‘경제 살린 좌파’ ‘반(反) 포퓰리스트’가 그의 별명이다. 그의 정책 근간은 철저한 ‘균형예산’이다. 균형예산이란 경상수입으로 정부 지출 충당해 세입과 세출이 균형을 이루는 예산을 말한다. 좌파의 상징인 평등·분배 정책도 균형예산의 원칙 아래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이에 따라 코스타는 2015년 총리로 첫 취임하며 국제통화기금(IMF)에 진 빚을 갚겠다고 공약하고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펼쳤다. 이를 위해 공무원과 공기업 임금 인상 반대, 공공지출 확대 억제책을 썼다.

그의 의지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2019년 좌파연합과 공산당이 PSD와 연합해 교사 월급을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균형예산 원칙이 무너진다”며 내각 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막아선 일이다. 당시 코스타 총리는 “교사 월급을 올리면 군·경찰 월급도 같은 조건으로 인상해야 한다"며 "여기에 소요되는 8억 유로(약 1조800억원)는 균형예산 원칙을 무너뜨린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원칙 고수에 PSD의 루이스 마르케스 전 대표는 “국가 재정을 외면한 결정을 내린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반성했다.

안토니오 코스타 총리. 연합뉴스

안토니오 코스타 총리. 연합뉴스

親기업, 규제 철폐로 투자 유치

해외 투자유치를 위한 규제 철폐에도 적극 나섰다. 법인 설립 시 투자 비용의 절반을 돌려주고, 외국인이 부동산을 사거나 현지인을 고용하면 골든비자를 발급했다. 골든비자를 받으면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별도 비자없이 여행할 수 있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 포르투갈의 친 기업 행보에 글로벌 기업 투자가 이어졌다. 구글이 연구개발(R&D)센터를, 메르세데스 벤츠가 디지털혁신센터를, BNP파리바가 유럽 총괄본부를 포르투갈에 세웠다.

코스타 정책의 효과는 각종 경제 지표를 통해 드러났다. 2014년 0.9%였던 경제성장률은 코스타 집권 후인 2016년 1.9%, 2018년 2.1%로 올라갔다. 실업률은 2014년 14%에서 2018년 6.99%로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코스타가 ‘남유럽의 돼지들(PIGS, 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로 조롱받던 포르투갈을 정치 안정과 효율적인 경제운용 정책으로 ‘유럽의 작은 희망’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대처도 호평을 받았다. 포르투갈의 백신 접종률은 94%로 세계 1위다. 지난해 유럽 전역이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며 마스크를 벗을 때도 포르투갈은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전 유럽을 휩쓰는 가운데 포르투갈의 하루 신규확진자 수는 5만 명으로, 스페인 11만 명, 이탈리아 21만 명에 비해 적은 편이다.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의 백신 예방접종센터. 사람들이 백신을 맞기 위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의 백신 예방접종센터. 사람들이 백신을 맞기 위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코스타 총리는 마지막 TV 토론에서 “코로나 대유행에 맞서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힘을 실어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PS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해 말 38.5%로 압도적 우세였으나, 최근 33.8%로 급감했다. 반면 PSD의 지지율은 28.5%에서 34.4%로 뛰어올랐다. 아델리노 말테스 리스본 대학 정치학 교수는 “코스타의 PS가 작은 우위로 결국 조기총선에선 승리하겠지만, 단독 내각 구성이 어려워 기존의 혼란상은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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