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4일 개막하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는 ‘진짜 눈’이 없을 전망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100% 인공 눈을 사용하는 최초의 겨울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 2020년 12월 장자커우 스키장에서 인공 눈을 뿌리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1/28/67806087-265a-4dee-82a3-f49be9e26286.jpg)
지난 2020년 12월 장자커우 스키장에서 인공 눈을 뿌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이터는 영국 러프버러 대학 스포츠생태학 그룹과 '우리의 겨울 보호' 캠페인 그룹이 공동 작성한 '미끄러운 슬로프' 보고서를 인용해 "이번 올림픽은 강수량 부족과 눈을 유지하기에 너무 따뜻한 기온으로 인해 거의 100% 인공 눈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기후 변화로 겨울에도 기온이 높아지면서,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역대 겨울올림픽 개최지의 2월 평균기온은 1920~50년대 영상 0.4도에서 1960~90년대에 3.1도, 21세기 들어 7.8도로 급격히 높아졌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땐 눈이 녹아버려 긴급하게 다른 지역에서 눈을 가져오느라 애를 먹었고,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선 따뜻한 날씨 탓에 소치 인근에 내린 눈을 죄다 끌어모은 뒤 빛을 반사하는 방수포로 덮어 보호했다.
최근 겨울올림픽에서 인공 눈을 쓰는 비중이 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선 인공 눈을 80% 가량 썼고,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선 인공 눈 비중이 90%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이번 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과 장자커우 지역은 이전 개최지보다 강수량이 부족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이징과 장자커우 지역은 지난 40년 동안 겨울 평균 강수량이 7.9㎜에 불과했다. 대표적인 스키 관광지인 스위스 다보스의 12월 강수량은 그보다 9배나 많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들이 지난해 2월 베이징 외곽 옌칭에 있는 알파인 스키 센터에서 인공 눈을 만들기 위해 장비 근처의 슬로프를 점검하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1/28/155314b0-102c-4092-b707-7485723c8fd2.jpg)
베이징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들이 지난해 2월 베이징 외곽 옌칭에 있는 알파인 스키 센터에서 인공 눈을 만들기 위해 장비 근처의 슬로프를 점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 기간 경기장의 스키 슬로프를 인공 눈으로 덮기 위해 100개가 넘는 제설기와 300개 이상의 눈 대포를 배치했다. 올림픽 기간 눈 덮인 스키장을 만들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물이 필요하다. 조직위는 200만㎥ 물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800개를 가득 채울 정도의 양이다.
조직위는 "장자커우의 총리(宗礼) 지역에서 소비되는 물의 10%가 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스마트 제설 시스템을 개발해 기존 방식보다 20% 적은 물을 사용해 인공 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콩 환경 단체 차이나 워터 리스크는 "최근 장자커우 지역 주민들의 절반 이상이 물 부족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인공 눈은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영국 러프버러 대학 스포츠생태학 그룹은 "녹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화학 물질이나 생물학적 첨가제를 추가하는데, 이런 눈은 녹으면서 물이 될 때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100% 인공 눈은 선수들에게도 좋지 않다. 너무 단단해서 넘어졌을 때 다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에 출전한 로라 도날드슨은 "인공 눈으로 파이프 모양의 슬로프를 만들면 벽과 바닥이 아주 단단한 얼음이 돼 부상 위험이 있고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