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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혜수의 카운터어택

Vamos, Rafa(가자, 나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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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장혜수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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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은 개막(17일) 전부터 경기 외적 이슈로 뜨거웠다. 웬만한 대회는 ‘돈(초청비)’을 써서라도 세계 1위 선수를 ‘모시려’ 하는데, 이번 호주오픈은 세계 1위 선수의 자발적 참가마저 막았다. 호주 정부는 개막 직전 남자 단식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입국을 불허했다. 그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조코비치와 호주 정부는 두 차례나 법정 공방을 벌였다. 조코비치는 결국 로드 레이버 아레나(호주오픈 센터코트) 문 앞에도 못 가보고 호주를 떠났다.

2000년대 초 남자 테니스는 두 라이벌의 시대였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클레이의 신’ 라파엘 나달(스페인). 페더러는 2004, 2006, 2007년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우승) 달성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클레이코트 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번번이 나달에 막혔다. 나달이 이변으로 탈락한 2009년에야 페더러는 프랑스오픈 정상에 서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나달은 페더러가 지병으로 경기력이 떨어졌던 2010년 윔블던·US오픈 정상에 올라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둘 다 메이저 20승이지만, 페더러는 프랑스오픈이, 나달은 호주오픈이 1승뿐이다.

서브를 넣는 나달. [EPA=연합뉴스]

서브를 넣는 나달. [EPA=연합뉴스]

페더러·나달보다 뒤늦게 등장한 조코비치는 맹렬한 기세로 메이저 20승이 됐다. 세계 랭킹이 말하듯 그는 현 최강자다. 이번 호주오픈도 우승 0순위 후보였다. 메이저 최다승 신기록(21승) 수립도 유력했다. 그는 코트를 가리지 않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하드코트(호주오픈·US오픈) 12승, 잔디코트(윔블던) 6승, 심지어 클레이코트(프랑스오픈)도 2승이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다른 메이저 대회도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조코비치 출전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는 세계 테니스 역사마저 바꿀 변수가 됐다.

권순우 탈락 이후 호주오픈에 대한 국내 관심이 좀 시들하다. 대회 막바지다. 남자 단식은 이제 28일 준결승전과 30일 결승전만 남겨뒀다. 준결승 진출자 가운데 나달이 보인다. 조코비치에 가려 존재감이 없었는데, 이젠 남자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쓸지 스포트라이트가 쏠린다. 프랑스오픈 13승의 나달도 호주오픈은 1승뿐이다. 그는 현재 세계 5위다. 준결승전에서 7위 마테오 베레티니(이탈리아)를 잡아도, 결승전에서 2위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나 4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를 만난다. 베레티니·메드베데프가 25살, 치치파스가 23살이니, 셋 다 36살 나달보다 10살 이상 어리다.

한때 ‘코트의 노동자’로 불리며 체력전을 이끈 노장 나달이 노익장을 발휘해 팔팔한 신예를 잡고 전인미답의 21승 고지에 오를까. 자못 기대된다. Vamos, Rafa(가자, 나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