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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의 ‘형용모순’

중앙일보

입력 2022.01.2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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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박성훈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특파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겨울올림픽이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베이징은 스산하다. 지난 25일 오후 천안문에서 북쪽으로 8㎞가량 떨어진 올림픽주경기장을 찾았다. 철로 엮은 구조물이 새 둥지 모양을 띠고 있어 ‘냐오챠오(鳥巢)’라고 불리는 주경기장의 주변엔 긴 철제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멀찌감치 떨어져 길을 지나는 시민들은 창살 같은 펜스 너머로 경기장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간간이 밖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오히려 을씨년스러웠다.

주경기장 옆에 있는 컬링 경기장 슈리팡(水立方·워터큐브)도 ‘그림의 떡’이다. 외부 관람객에 대한 입장권 판매가 없기 때문이다. 인근 건물들도 일찌감치 봉쇄돼 경기장 주변 주요 호텔들은 해외 외빈이나 중국 내 초청객 등 일부 인원만 진입이 허용된다. 선수단을 내국인과 분리하는 이른바 ‘폐쇄루프’ 정책으로 베이징은 안전을 얻었지만 분위기를 잃었다.

다음달 4일 개막식이 열릴 예정인 베이징 올림픽주경기장 입구. 보안요원에 봉쇄 된 가운데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음달 4일 개막식이 열릴 예정인 베이징 올림픽주경기장 입구. 보안요원에 봉쇄 된 가운데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림픽이 열린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건 도심 도로에 걸린 올림픽 전용도로 표지판 정도다. 중앙 양쪽 1차선을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올림픽 관련 차량만 다니도록 통제한 건데 정작 지나는 차가 없어 텅 빈 두 차선이 기이하게만 느껴진다. 중국 CCTV 올림픽 전용 채널은 24시간 방송되고 있지만 과거 중국팀이 승리를 거둔 영상만 반복해서 나온다. 선수단이 들어오는 유일한 관문인 베이징 셔우두(首都)공항에서도 선수들을 보는 건 불가능하다. 전용기로 들어와 별도 방역시설을 거친 뒤 곧장 숙소로 향하고 경기장 외엔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정작 코로나는 코앞에 있다. 베이징 누적 확진자는 60여 명이지만 통제 강도는 2019년 코로나 첫 발생 당시 못지않다. 일례로 베이징 인근 싼허시(三河市)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이틀째 출근을 못 하고 있다. 시 인근에 확진자 3명이 나오자 아파트 주민 전체의 출입을 막아버렸다.

기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선 느닷없이 전 주민 핵산검사 동원령이 떨어졌다. 밀접접촉자 한 명이 거주하고 있어 전 주민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24시간 간격으로 이틀 연속 정상 판정을 확인받아야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요즘 베이징에선 감기약을 사는 데도 핵산검사 결과서가 필요하다.

경기가 시작되면 달라질까. 시진핑 주석은 지난 17일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베이징 겨울올림픽의 목표를 ‘간략·안전·다채’ 여섯 글자로 제시했다. 분명하고 압축적인 지시는 이번 올림픽에 대한 중국의 기조를 이해하는 키워드다. 그런데 간단하고 안전하면서도, 다채로운 올림픽은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베이징 올림픽 ‘형용모순’ 정책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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