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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빠진 벤투호, 투톱으로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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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조규성(가운데)이 레바논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성(가운데)이 레바논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반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상대 왼쪽 측면을 파고든 황의조(30·보르도)가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날아오는 볼의 궤적을 읽은 조규성(24·김천)이 정면에서 뛰어들며 오른발을 갖다 대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최전방에서 나란히 공격을 이끌며 득점까지 합작한 두 골잡이는 뜨겁게 포옹하며 쾌감을 만끽했다.

한국축구대표팀이 중동의 난적 레바논을 꺾었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FIFA 랭킹 33위)은 27일 레바논 시돈의 사이다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95위)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차전에서 전반 추가 시간에 터진 조규성의 선제 골을 잘 지켜 1-0으로 이겼다.

한국은 최종예선 무대에서 5번째 승리(5승2무·승점 17점)를 거두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A매치 평가전까지 더하면 지난해 3월 일본전 패배(0-3) 이후 12경기 무패(10승2무)다. 레바논과 상대전적에서도 12승3무1패로 격차를 더욱 벌렸다. 이제까지 원정경기 승률이 높지 않았는데, 2승3무1패로 우위를 점했다.

조규성(오른쪽)의 득점포가 터진 직후 도움을 제공한 황의조가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성(오른쪽)의 득점포가 터진 직후 도움을 제공한 황의조가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격의 두 중심축 손흥민(30·토트넘)과 황희찬(26·울버햄턴)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벤투 감독이 꺼내든 변칙 카드가 적중했다. 평소 즐겨 쓰던 원톱 위주 포메이션 대신 두 명의 스트라이커(황의조·조규성)를 최전방에 나란히 세웠는데, 두 선수가 결승골을 합작했다.

소속팀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황의조와 최근 A매치 평가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린 조규성이 때론 협력하고 때론 개별적으로 움직여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황인범(26·루빈 카잔)·이재성(30·마인츠)·권창훈(28·김천) 등 2선 공격수들은 최전방에 활발히 볼을 공급하며 공격 지원 임무를 수행했다.

경기를 앞둔 상황은 다소 어수선했다. 대표팀은 당초 예정보다 반나절 정도 늦은 26일 오전 레바논에 입성했다. 중간 기착지 이스탄불에 폭설이 내려 공항이 폐쇄되는 돌발 변수가 발생한 탓이다. 자칫하면 경기장 잔디도 밟아보지 못한 채 경기를 치를 뻔했지만, 신속히 대체 항공편을 찾아내 야간에 이동한 덕분에 그라운드 적응 훈련을 할 수 있었다.

경기 중에는 논두렁 그라운드와 침대 축구가 벤투호 멤버들의 집중력을 흔들었다. 그라운드 곳곳이 깊이 패여 흙바닥이 드러났고, 잔디 길이는 들쭉날쭉했다. 수시로 나타나는 불규칙 바운드로 인해 패스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득점 직후 거수경례를 선보이는 조규성. [연합뉴스]

득점 직후 거수경례를 선보이는 조규성. [연합뉴스]

레바논 선수들의 비매너도 심각했다. 전반 막판 실점하기 전까지 틈만 나면 나뒹굴어 시간을 끌었다. 고의성이 엿보이는 거친 파울로 우리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장면도 자주 나왔다. 후반 중반 황의조가 상대 선수의 고의적인 가격에 코피를 흘리는 장면이 TV 중계 화면에 잡혔다.

벤투호는 지혜롭게 대처했다. 전술적 기반인 빌드업(후방에서부터 패스워크로 풀어가는 축구) 비율을 줄이고, 공중 볼 위주로 연결했다. 반 박자 빠른 볼 처리로 상대의 거친 플레이를 사전 차단했다. 레바논이 이따금씩 시도한 카운터어택은 조직적인 압박으로 적절히 차단하며 한 골 차 리드를 지켰다.

축구대표팀은 1일 오후11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쉬드 스타디움에서 시리아(FIFA랭킹 86위)를 상대로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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