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검사키트를 주문했는데 하루 만에 취소됐더라고요. 진작 사놓을 걸 후회하고 있어요.”
직장인 A씨는 26일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주문했다가 하루 만에 취소 요청을 받았다. 업체 측은 “확진자 폭증으로 정부ㆍ공공기관 우선 배정방침에 따라 발송하지 못하게 됐다”라며 “향후 입고 일정도 정해지지 않아 주문 취소 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씨처럼 자가검사키트 구매에 실패한 사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감기 증상이 있어서 자가검사키트를 사놓으려 했는데 온라인에서는 전부 품절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의 이용자는 “당초 26일 도착 예정이었는데 품절돼 발송이 어렵다고 연락이 왔다”며 “마스크 대란 때처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거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사키트 물량이 부족해지자 가격도 오르고 있다. 맘 카페에는 “키트 2개가 들어있는 세트를 전날 7000원대에 샀는데 하루 만에 2만 원대로 올랐다”는 인증 글도 올라왔다. 이날 오후 한 소셜커머스에서는 자가검사키트 구매를 1인당 1개로 제한한 상품이 올라오기도 했다.
'PCR 검사 제한' 예고에 수요 폭증
온라인몰 11번가는 최근 열흘(16일~25일)간 자가검사키트 거래액이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해 7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수요가 는 건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대응을 위해 기존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상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다. 당국은 지난 26일 오미크론 우세 지역 4곳(광주ㆍ전남ㆍ평택ㆍ안성)에 새로운 검사 체계를 도입한 데 이어 다음 달 3일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기존에 해왔던 PCR 검사는 ▶60세 이상 고령자 ▶역학적 관련자(밀접접촉자 등) ▶의사 소견서 보유자 ▶자가검사키트ㆍ신속항원검사 양성자 등 고위험군만 받을 수 있다.
나머지 검사 희망자는 선별진료소나 지정된 병ㆍ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집에서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해 양성이 나온 경우 병·의원에서 따로 신속항원검사를 받지 않고도 선별진료소의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자가검사키트를 미리 사두려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신속항원검사는 크게 전문가용과 일반용으로 나뉜다. 전문가용은 호흡기전담클리닉이나 선별진료소, 동네 병ㆍ의원급에서 사용하는 키트로 ‘진단’ 키트로 불린다. 이때는 비인두(코와 목 뒤쪽 점막)까지 깊게 찔러 채취한 검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구성 성분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반면 자가 ‘검사’ 키트는 일반 개인이 집에서 비강(콧속)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깊숙한 곳을 찌르지 않아 통증이 없는 대신 정확도는 더 떨어진다.
업계 "생산 물량 부족하지 않아"
다만 업계에선 '마스크 대란' 때처럼 장기적으로 수급난이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제조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월 1억개 정도 생산이 가능해 장기적으로 물량에 대한 우려는 없다”면서도 “최근 2~3일 사이에 수요가 상상 이상으로 증가한 부분이 있어서 설 명절 전에는 수급 문제가 잠깐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가격 문제와 관련해선 “제조하는 쪽에서는 가격이 올라가지 않도록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데 유통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당국 역시 공급 물량 자체가 부족하진 않다는 입장이다. 이날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생산 물량이 충분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도 이날 “자가검사키트 제조업체 3곳의 하루 최대 생산 가능량은 약 750만개로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가검사키트, 정확도 떨어져" 우려도
한편, 정부가 자가검사키트 활용 확대 방안을 밝히면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사의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감염을 오히려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26일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입장문을 통해 “확진자가 폭증하는 현시점에서는 자가항원검사가 아닌 PCR 검사를 더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의료인이 직접 시행하는 항원검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회 측은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가 의료인이 시행할 때 50% 미만이고 자가 검사로 시행할 경우 20% 미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속항원검사를 무증상 환자에 도입할 경우 ‘위음성’(가짜 음성)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감염을 확산할 수 있다”면서 “자가 항원검사는 80% 이상의 감염을 놓칠 수 있으므로 대비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 뒤 PCR 검사를 하는 두 단계 과정이 치료제 투여 시기 등을 지연시킬 수 있다”면서 "고위험 환자의 경우 신속항원검사가 양성이 나올 경우 PCR 확인 없이도 잠정 양성으로 진단해 경구용 치료제를 처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