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R 제한에 자가키트 대란 "하루만에 7000원→2만원 됐다"

중앙일보

입력 2022.01.27 18:34

업데이트 2022.01.27 18:45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1회 스마트 디바이스X소형가전 쇼 2021'에서 한 관람객이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검사 결과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1회 스마트 디바이스X소형가전 쇼 2021'에서 한 관람객이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검사 결과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자가검사키트를 주문했는데 하루 만에 취소됐더라고요. 진작 사놓을 걸 후회하고 있어요.”

직장인 A씨는 26일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주문했다가 하루 만에 취소 요청을 받았다. 업체 측은 “확진자 폭증으로 정부ㆍ공공기관 우선 배정방침에 따라 발송하지 못하게 됐다”라며 “향후 입고 일정도 정해지지 않아 주문 취소 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씨처럼 자가검사키트 구매에 실패한 사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감기 증상이 있어서 자가검사키트를 사놓으려 했는데 온라인에서는 전부 품절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의 이용자는 “당초 26일 도착 예정이었는데 품절돼 발송이 어렵다고 연락이 왔다”며 “마스크 대란 때처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거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사키트 물량이 부족해지자 가격도 오르고 있다. 맘 카페에는 “키트 2개가 들어있는 세트를 전날 7000원대에 샀는데 하루 만에 2만 원대로 올랐다”는 인증 글도 올라왔다. 이날 오후 한 소셜커머스에서는 자가검사키트 구매를 1인당 1개로 제한한 상품이 올라오기도 했다.

'PCR 검사 제한' 예고에 수요 폭증 

9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진열돼 있다. 뉴스1

9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진열돼 있다. 뉴스1

온라인몰 11번가는 최근 열흘(16일~25일)간 자가검사키트 거래액이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해 7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수요가 는 건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대응을 위해 기존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상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다. 당국은 지난 26일 오미크론 우세 지역 4곳(광주ㆍ전남ㆍ평택ㆍ안성)에 새로운 검사 체계를 도입한 데 이어 다음 달 3일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기존에 해왔던 PCR 검사는 ▶60세 이상 고령자 ▶역학적 관련자(밀접접촉자 등) ▶의사 소견서 보유자 ▶자가검사키트ㆍ신속항원검사 양성자 등 고위험군만 받을 수 있다.

나머지 검사 희망자는 선별진료소나 지정된 병ㆍ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집에서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해 양성이 나온 경우 병·의원에서 따로 신속항원검사를 받지 않고도 선별진료소의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자가검사키트를 미리 사두려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신속항원검사는 크게 전문가용과 일반용으로 나뉜다. 전문가용은 호흡기전담클리닉이나 선별진료소, 동네 병ㆍ의원급에서 사용하는 키트로 ‘진단’ 키트로 불린다. 이때는 비인두(코와 목 뒤쪽 점막)까지 깊게 찔러 채취한 검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구성 성분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반면 자가 ‘검사’ 키트는 일반 개인이 집에서 비강(콧속)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깊숙한 곳을 찌르지 않아 통증이 없는 대신 정확도는 더 떨어진다.

업계 "생산 물량 부족하지 않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자가검사키트. [래피젠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자가검사키트. [래피젠 제공]

다만 업계에선 '마스크 대란' 때처럼 장기적으로 수급난이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제조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월 1억개 정도 생산이 가능해 장기적으로 물량에 대한 우려는 없다”면서도 “최근 2~3일 사이에 수요가 상상 이상으로 증가한 부분이 있어서 설 명절 전에는 수급 문제가 잠깐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가격 문제와 관련해선 “제조하는 쪽에서는 가격이 올라가지 않도록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데 유통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당국 역시 공급 물량 자체가 부족하진 않다는 입장이다. 이날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생산 물량이 충분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도 이날 “자가검사키트 제조업체 3곳의 하루 최대 생산 가능량은 약 750만개로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가검사키트, 정확도 떨어져" 우려도 

오미크론 대응체계가 일부 지역에서 시행된 26일 오전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에 '자가 진단 키트' 사용법 안내 영상이 상영되는 가운데 검사자가 신속 항원 검사를 스스로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대응체계가 일부 지역에서 시행된 26일 오전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에 '자가 진단 키트' 사용법 안내 영상이 상영되는 가운데 검사자가 신속 항원 검사를 스스로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정부가 자가검사키트 활용 확대 방안을 밝히면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사의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감염을 오히려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26일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입장문을 통해 “확진자가 폭증하는 현시점에서는 자가항원검사가 아닌 PCR 검사를 더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의료인이 직접 시행하는 항원검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회 측은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가 의료인이 시행할 때 50% 미만이고 자가 검사로 시행할 경우 20% 미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속항원검사를 무증상 환자에 도입할 경우 ‘위음성’(가짜 음성)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감염을 확산할 수 있다”면서 “자가 항원검사는 80% 이상의 감염을 놓칠 수 있으므로 대비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 뒤 PCR 검사를 하는 두 단계 과정이 치료제 투여 시기 등을 지연시킬 수 있다”면서 "고위험 환자의 경우 신속항원검사가 양성이 나올 경우 PCR 확인 없이도 잠정 양성으로 진단해 경구용 치료제를 처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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