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허모(34)씨는 지난 1월 제주도에서 렌터카를 예약하다가 가슴이 철렁했다. 차를 인수할 때 보여줘야할 운전면허증을 집에 두고 온 게 생각나서다. 면허증 분실·재발급 신청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캡처해 면허 소지자임을 증명하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결국 제주공항의 자치경찰단 사무실을 찾아 확인증을 받고서야 차를 빌릴 수 있었다. A씨는 “(운전면허증은) 당연히 갖고 다녀야 하지만 종종 잊어버려서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운전면허증을 깜빡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운전면허증을 사전에 발급받아 이용할 수 있어서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27일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모바일운전면허증 개통식을 열고 “현행 플라스틱 운전면허증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 모바일운전면허증을 오늘부터 시범 발급한다”고 밝혔다.
IC카드 받으면 경찰서 안가도 ‘재발급’
모바일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선 운전면허시험장 또는 경찰서 민원실을 찾아가면 된다. 1차 시범 단계인 오는 7월까지 모바일운전면허증 발급기관은 서울서부 운전면허시험장, 대전 운전면허시험장 2곳과 전국 14개 경찰서 민원실로 한정된다. 서울은 남대문·마포·서대문·서부·중부·용산·은평·종로 경찰서 등 8곳, 대전은 중부·동부·서부·대덕·둔산·유성경찰서 등 6곳에서 발급할 수 있다.
현장에서 무료로 모바일운전면허증을 발급받거나 IC운전면허증을 수령해 스마트폰 뒷면에 접촉하는 2가지 방식이 있다. IC운전면허증을 발급해두면 휴대전화를 바꾸는 등 이유로 모바일운전면허증을 재발급해야 할 때 현장을 찾을 필요가 없다. IC카드를 휴대전화에 접촉해 계속 재발급할 수 있어서다. IC운전면허증은 스마트폰 ‘모바일 신분증’ 앱이나 인터넷에서 사전 신청한 후 현장 수령해야 한다.
검증앱으로 신분증 진위도 가려낸다
모바일운전면허증은 공공·금융기관, 렌터카·공유카 업체, 공항, 병원, 편의점, 주류판매점, 숙박시설 등 현행 운전면허증이 사용되는 모든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은행처럼 ‘신분증 사본’ 보관이 필요한 경우 사용 준비가 된 곳부터 이용 가능하다. 현재는 우리은행에서만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은행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만약 창구를 보거나 가게를 운영하면서 고객의 모바일운전면허증을 확인해야 할 경우엔 ‘모바일 신분증 검증앱’을 다운받아 확인할 수 있다. 검증 앱으로 모바일 운전면허증의 QR코드를 촬영하면 진위를 가려낼 수 있다. 이때 위변조 이미지와 구별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운전면허증 배경화면의 태극무늬와 실시간 변하는 시각 표시를 눈여겨봐야 한다.
“블록체인, 암호화 등 보안기술 적용”
“휴대전화에 신분증을 넣고 다닐 경우 개인정보 노출 위험이 걱정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직장인 나모(30)씨는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해킹당하거나 잃어버렸을 때 신분 정보가 유출될까 봐 걱정스럽다”며 “좀 더 지켜보고 발급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모바일 운전면허증 안정성 확보를 위해 블록체인, 암호화 등 다양한 보안기술을 적용했다”며 “개인정보 노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이번에 적용된 분산신원증명(DID) 기술은 우리나라가 상당히 강점을 나타내는 분야"라며 "백신접종증명 앱 쿠브(COOV)와 유사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고 보면 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6개월여의 시범 기간을 거쳐 오는 7월 모바일운전면허증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공공 웹사이트와 무인점포 등에서도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활용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방침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미성년자의 운전면허증 도용 방지 등 교통안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