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포경 수술 했다고요? 이 기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1.27 18:00

업데이트 2022.01.2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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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에이즈 감염률이 높은 아프리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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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제목에서 눈치채셨겠죠. 세계에서 포경 수술을 제일 많이 받는 인류 집단입니다. 유대인과 무슬림은 종교적 이유로 어릴 때 남자 성기의 포피를 잘라내는 할례를 받습니다. 아프리카 나라들도 포경 수술을 공격적으로 시행합니다. 에이즈가 국가적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죠. 2004년 이후 2300만명 이상의 아프리카 남자들이 포경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관점에 따라 꽤 난폭한 정책이기도 합니다만, WHO 권고에 따라 포경 수술 시책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선 에이즈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포경수술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2011년 2월 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에이즈 관련 서적 출판 발표회. AP=연합뉴스

아프리카에선 에이즈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포경수술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2011년 2월 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에이즈 관련 서적 출판 발표회. AP=연합뉴스

아시다시피 한국 역시 포경 수술 비율이 높은 나라입니다. 유대교 신자와 이슬람교 신자 비율은 극히 낮으니 종교적인 이유는 당연히 아니고요. 아프리카처럼 에이즈 인구가 많지도 않죠. 그럼 왜 포경 수술을 받는 걸까요. 깨끗하게 관리하려고? 아니면 성병을 예방하니까?

현재 세계에선 포경 수술에 대해 많은 논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종교와 인권이 부딪히고 있어요, 연구 결과끼리도 충돌하죠. 이런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엊그제 포경 수술을 받고 혹시 수술 부위가 어디 닿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사람도 있겠네요. 그러고 보니 요즘 겨울방학이어서 포경 수술을 많이 받고 있겠네요.

오늘 ‘정글’에서는 포경 수술이라는 다소 민망한 주제에 대해 최근 전세계적으론 어떤 흐름이 있는지 소개할까 합니다. 포경 수술을 받을까 말까 고민한다면 참고해주세요. 이미 수술을 받으신 분께는 기사가 늦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포경 수술 ‘블록버스터급’ 연구

지난해 9월 26일 포경 수술과 관련, 최대·최장기 규모의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덴마크 국가질병연구소(Statens Serum Institut) 모르텐 프리쉬(Morten Frisch) 박사가 쓴 ‘유아와 소년기의 비치료적 남성 포경 수술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그리고 기타 성병의 위험: 덴마크의 국가적 코호트 연구’라는 긴 제목의 논문입니다. 유럽전염병학저널(Journal of European Epidemiology)에 실렸습니다.

이 연구는 덴마크 성인 중 무슬림을 제외한 성인 81만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통계적으로 균질한 집단을 놓고 비교하기 위해 무슬림을 제외했다고 합니다. 덴마크 남자 인구가 약 290만명이니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 사람을 추적한 대규모 연구입니다.

덴마크 연구진이 포경 수술의 성병 예방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전체 남성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사람들을 조사했습니다.

덴마크 연구진이 포경 수술의 성병 예방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전체 남성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사람들을 조사했습니다.

1977년생부터 2003년생까지 포경 수술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으로 나눠서 최대 36년간 추적했습니다. 연구 목표는 포경 수술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 중 누가 에이즈와 성병에 취약한지를 밝혀내는 것입니다. 포경 수술을 받은 사람은 3378명으로 전체의 0.42%였습니다.

통계적 처리를 거쳐 결과를 내보니, 포경 수술을 한 남성이 하지 않은 남성보다 성병 위험이 53% 높았습니다. 항문생식기 사마귀는 1.51배 높았고, 임질은 2.3배, 매독은 3.32배 높았습니다. 연구진은 포경 수술을 한 남성이 포피가 온전한 남성보다 위험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했습니다. 에이즈 바이러스(HIV)와 관련해서는 통계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 연구에도 한계가 있어요. 애초에 포경수술 비율이 매우 낮은 나라인 덴마크에서 이뤄졌다는 점, 사람들의 성적 습관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논문 말미에 이렇게 말합니다. “이 연구는 포경 수술과 관련해 지금까지 알려진 연구 중에서 최초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미래 예측적 연구입니다. (...) 아프리카에서 성인 남성들의 포경 수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려는 국제단체와 이해관계자들은 이 연구 결과를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포경 수술’ 작전

왜 논문은 “아프리카에서 포경 수술 프로그램을 확장하려는 국제단체와 이해관계자들은 이 연구 결과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을까요. 덴마크의 거대 포경 수술 연구가 탄생한 계기가 바로 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포경 수술 때문이어서 그렇습니다.

1980년대부터 아프리카 대륙에서 에이즈 연구를 해오던 한 프랑스 의사가 2005년 놀라운 논문을 발표합니다. 인류와 에이즈의 전쟁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연구였죠. 프랑스 앙브루아즈 파레 병원의 의사 베르트랑 오베르(Bertran Auvert)가 남아공 연구진과 함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위험 감소를 위한 남성 포경 수술의 무작위 통제 개입 시험’이라는 논문을 냅니다.

이 논문은 포경 수술을 한 남성은 여성에 의해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60% 낮아진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획기적인 결과였습니다. 이때부터 세계보건기구(WHO)는 2006년부터 에이즈 감염이 높은 아프리카 국가에 포경 수술 시행을 적극 권고합니다. 이후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 포경 수술이 대규모로 이뤄졌죠.

2006년 11월 촬영된 한 아프리카 여성 에이즈 환자입니다. 2005년 아프리카에선 에이즈로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포경 수술이 여성으로부터 남성으로 에이즈 바이러스 전파를 낮춰준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이 무렵부터 아프리카에서 포경 수술이 엄청나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EPA=연합뉴스

2006년 11월 촬영된 한 아프리카 여성 에이즈 환자입니다. 2005년 아프리카에선 에이즈로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포경 수술이 여성으로부터 남성으로 에이즈 바이러스 전파를 낮춰준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이 무렵부터 아프리카에서 포경 수술이 엄청나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EPA=연합뉴스

한마디로 아프리카에서 포경 수술은 일종의 질병 퇴치 작전 같은 거죠. WHO는 에이즈라는 인류적 재앙과 맞서는 효과적 무기로 포경 수술을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쥐잡듯이 모든 남자의 성기 포피를 다 잘라내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최근 들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WHO의 강력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남성들은 포경 수술을 받기를 꺼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포경 수술은 주로 유아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죠. 이 때문에 덴마크 연구진이 과연 유아와 아동의 포경 수술이 에이즈 예방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지니게 됐고, 이번 연구 결과로 이어지게 된 겁니다.

실제로 아프리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포경수술 연구 결과들은 이후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덴마크 연구진은 논문에서 “최근의 우간다 연구는 에이즈 예방 약물을 썼냐 아니냐가 에이즈 감염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데, 이를 조정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아프리카의 포경 수술은 에이즈 퇴치가 주목적이어서 수많은 부작용은 외면하기도 했죠. 덴마크 연구진은 심각한 성기의 손상이나 요도 피부 누공, 수술 합병증이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포경 수술, 해야 할까

유럽에선 포경 수술을 법적으로 금지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2013년 유럽평의회는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포경 수술은 아동 신체에 대한 ‘폭력’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덴마크와 아이슬란드 의회에선 최근까지도 미성년자에 대한 ‘비치료적’ 포경 수술을 금지하기 위한 법률안을 논의하기도 했죠. 세계적으로 많은 소년이 잘못된 포경 수술로 목숨을 잃거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거든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부 부족들은 성인식 의례로 포경 수술을 하는데 1995년부터 최근까지 11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남아공에선 성인식 의례로 사망한 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해달라는 청원도 올라온다고 하죠.

하지만 유럽 국가들의 노력은 번번이 종교계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종교에 대한 자유를 침해하고 인종적 편견을 강화한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아직 유럽에서 포경 수술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대신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등 일부 국가 의료계에서 미성년자가 비치료적 포경 수술을 받지 말도록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죠. 물론 포경 수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의 소아과학회는 여전히 포경 수술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습니다.

유대교에선 신의 명에 따라 태어난 지 8일째 되는 날 할례를 받습니다. 위키피디아

유대교에선 신의 명에 따라 태어난 지 8일째 되는 날 할례를 받습니다. 위키피디아

우리도 한때는 남자라면 누구나 포경 수술을 받는 것 같은 분위기였죠. 2000년 17~19세 남자를 조사한 논문을 보면 95.2%가 포경 수술을 받았어요. 당시 고등학교 취학률보다 많은 수치죠. 하지만 2011년엔 이 비율이 74.4%로 줄어듭니다. 아마 지금은 이보다 더 줄어들지 않았을까요.

우리나라가 포경 수술이 마치 남성의 ‘의무’인 것마냥 광범위하게 시행된 건 미국의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포경수술바로알기연구회 회장인 김대식 울산과학기술원 특훈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유대인의 영향력과 의료계의 잘못된 주장으로 포경수술이 널리 시행된 미국의 문화가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으로 넘어왔습니다. 이후 의료계의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남자 청소년의 ‘통과의례’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그동안 포경 수술은 포피에 끼는 이물질을 깨끗이 관리할 수 있고, 자궁경부암이나 음경암 위험을 낮춰주며, 성병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대한비뇨의학회 홍보이사를 맡은 백민기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포경수술은 포피에 끼는 분비물과 관련한 병원균은 4분의 1로 줄여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유두종바이러스의 위험을 절반으로 감소시키고 신생아의 요로감염도 10분의 1로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포경 수술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은 전문의가 집도하지 않는 개발도상국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로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간 한국 의료계에선 포경수술의 장점만을 강조해온 분위기도 있다고 합니다. 포경수술 반대 활동가인 노석 마취통증전문의는 “위생의 문제는 자주 씻으면 해결되는 간단하고 사소한 문제"라며 "음경암도 10만명당 1명 정도 걸리는 드문 질병"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호주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어린 시절 포경 수술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는 비율이 10~50%에 이른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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