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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이 집어 삼킨 시장…코스피 2614.49, "5% 더 떨어질 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긴축 공포가 시장을 집어삼켰다."

27일 금융시장에 대한 한 증시 전문가의 말이다. 미국에서 날아든 매(통화 긴축)의 발톱이 국내 금융시장을 할퀴며 '검은 목요일'의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코스피는 3.5% 급락하며 2610선으로 주저앉았고, 코스닥 지수도 3.7% 하락했다. 원화값과 채권 가격도 동반 추락하는 등 '긴축 발작'을 겪었다.

27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와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94.75p(3.50%) 내린 2614.49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27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와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94.75p(3.50%) 내린 2614.49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5%(94.75포인트) 내린 2614.49에 장을 마쳤다. 2020년 11월 30일(2591.34) 이후 14개월 만의 최저치다. 지난 21일부터 5거래일간 하락 폭만 8.7%(248.19포인트)에 달했다.

장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개장 직후 코스피는 2722.86(0.5%)까지 오르는 등 반등을 시도했다. 하지만 개장 후 10분 만에 약세로 돌아선 뒤 힘없이 와르르 무너졌다. 코스닥 지수도 날개 없는 추락을 했다. 전날보다 3.73% 하락한 849.23에 마감했다. 2020년 11월 17일(839.47) 이후 최저다.

지수를 끌어내린 건 외국인 투자자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6300억원어치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 개인도 168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기관이 연기금(1조2200억원)을 중심으로 1조8000억원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의 주식 투매는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달러당 1202.8원으로, 전날보다 5.1원 떨어졌다(환율 상승). 2020년 7월 20일(1203.2원)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낮다.

채권 시장도 '검은 목요일'의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61%포인트 오른 연 2.217%로 마감했다. 2018년 6월 14일(2.227%) 이후 3년 7개월 만의 최고다. 국채 금리 상승은 채권값 하락을 의미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금융시장 충격이란 방아쇠를 당긴 건 미국발 긴축 공포다. 26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3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시장이 예상한 대로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올해 남은 FOMC 회의 때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정해진 게 없다"고 답한 것이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올해 예정된 7차례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하며 당초 연내 3~4회 금리 인상을 예상했던 시장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시장이 무너져 내린 건 Fed가 그동안 풀었던 돈을 회수하는 양적 긴축(QT)을 당길 수 있다는 원칙을 명시하면서다. 통화정책에 있어 긴축 발작을 앓는 증시 상황만이 아닌 금융 시장 전반을 보겠다며 파월은 시장에 강펀치를 날렸다. 이에 26일 다우존스(-0.38%) 등 미국 증시를 시작으로 일본 닛케이(-3.11%)와 중국 상하이(-1.78%)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파월의 발언은 시장 예상보다 훨씬 매파적이었다"며 "금융시장 조정은 개의치 않고 긴축 페달을 밟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 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이날 증시에 입성한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것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외국인은 LG엔솔을 1조496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날 외국인의 전체 순매도액의 91% 수준이다. 그 여파에 LG엔솔은 시초가(59만7000원)보다 15.41% 급락했다.

증권가는 "증시의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코스피가 심리적 지지선인 2800에 이어 2700까지 무너진 만큼 2600선을 밑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긴축 가속화로 시장에 두려움이 커진 상황이라 주가가 5%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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