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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출전권 동료에게 선물… 그리고 다시 돌아온 출전권

중앙일보

입력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브리타니 보. [AP=연합뉴스]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브리타니 보. [AP=연합뉴스]

올림픽 티켓을 메달 기대주에게 양보한 선수에게 행운의 출전권이 돌아왔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나서는 미국 국가대표 브리타니 보(34)와 에린 잭슨(30)의 이야기다.

미국 스피드 국가대표 브리나티 보 #랭킹 1위 에린 잭슨에게 티켓 건네 #예비 출전권 다시 받아 함께 경쟁

보는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간판 스케이터다. 세계선수권에선 금메달 4개(1000m 3개, 1500m 1개)를 따냈고, 2018 평창 올림픽에선 팀 추월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6 콜롬나 세계선수권에선 은퇴한 이상화에 이어 500m 은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보는 지난 8일(한국시간) 열린 베이징 올림픽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500m 2위에 올랐다. 주종목인 1000m와 1500m까지 총 세 종목의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보는 500m 티켓을 반납했다. 동료인 잭슨을 위해서다.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에린 잭슨. [AP=연합뉴스]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에린 잭슨. [AP=연합뉴스]

잭슨은 월드컵 시리즈에서 랭킹 1위에 올랐던 잭슨의 탈락은 충격적이었다. 흔치 않은 흑인 여성 스케이터인 잭슨은 타임지에서 주목할 선수로 꼽히기도 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남자 1000m 금메달리스트 샤니 데이비스 이후 12년 만에 흑인 금메달을 걸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그러나 잭슨은 선발전에선 뼈아픈 실수를 저질렀다. 직선 주로로 진입하기 전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걸려 주춤했다. 결국 3위에 머물러 미국에 배정된 2장의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보의 양보로 올림픽 메달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두 사람은 플로리다주 오칼라에서 함께 자라며 인라인 스케이팅을 함께 하기도 한 사이다. 보가 먼저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성공을 거뒀다. 인라인 세계선수권에서 12개의 메달을 딴 잭슨은 2017년 뒤늦게 빙상으로 전향해 평창에서 첫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이후 성장을 거듭한 잭슨은 단거리 강자로 우뚝 섰다. 2021~22 월드컵 시리즈에선 평창 금메달리스트 고다이라 나오(일본)를 제치고 무려 네 번이나 금메달을 따냈다.

8일 열린 2022 베이징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500m 2위에 오른 보(왼쪽)과 3위 잭슨. 보는 잭슨에게 출전권을 양보했다. 가운데는 1위 키미 고에츠. [로이터=연합뉴스]

8일 열린 2022 베이징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500m 2위에 오른 보(왼쪽)과 3위 잭슨. 보는 잭슨에게 출전권을 양보했다. 가운데는 1위 키미 고에츠. [로이터=연합뉴스]

보는 "에린은 세계 1위다. 에린보다 미국 대표팀에 메달을 안겨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선수는 없다. 에린에게 기회를 줄 수 있어 영광"이라고 설명했다. 잭슨은 "경기가 끝난 날 밤, 보가 전화를 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감사하다는 말로도 부족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NBC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으며 끌어안았다.

하지만 보 역시 베이징에서 500m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선수들이 올림픽 쿼터를 포기함에 따라 미국에 추가 출전권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동료이자 경쟁자로서 함께 올림픽을 치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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