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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따상' 못했는데도 코스피 지각변동…시총 순위 깜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로비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시초가를 확인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로비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시초가를 확인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사원 이모(29)씨는 27일 오전 8시 30분부터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로그인해두고 대기했다. 이날 코스피에 상장하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을 팔기 위해서다. 장 시작과 동시에 청약으로 받은 1주(30만원)를 55만원에 팔았다. 이후 주가가 48만원까지 내려가자 다시 1주를 샀다. 이씨는 “조카 세뱃돈은 벌었으니, 이젠 치킨값이라도 벌면 만족”이라고 말했다.

일반 청약에서 114조원의 증거금이 몰리며 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의 기록을 세운 LG엔솔은 상장과 동시에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시총) 2위를 꿰찼다. 데뷔전은 뜨거운 기대에는 못 미쳤다. 시초가는 공모가(30만원)의 거의 두 배인 59만7000원으로 결정됐지만 ‘따상(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30%)까지 상승)’에는 실패했다.

코스피가 13개월 만에 2700선이 무너지는 등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데다 상장과 동시에 30만원에 이른 수익을 실현하려는 개인투자자의 팔자가 이어지면서다. 이날 종일LG엔솔을 둔 '눈치 게임' 2라운드는 이어졌다. 청약받은 주식으로 수익 극대화 가격을 노린 투자자와 저점 매수를 노린 이들의 공방이 계속되면서다.

27일 오전 10시 50분쯤 46만원 선까지 주가가 밀렸던 LG엔솔은 이후 48~49만원 선에서 횡보하다가 시초가보다 15.41% 하락한 50만 5000원에 장을 마쳤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1'에서 참관객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둘러보는 모습. 연합뉴스

27일 오전 10시 50분쯤 46만원 선까지 주가가 밀렸던 LG엔솔은 이후 48~49만원 선에서 횡보하다가 시초가보다 15.41% 하락한 50만 5000원에 장을 마쳤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1'에서 참관객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둘러보는 모습. 연합뉴스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46만원대까지 밀렸던 LG엔솔은 이후 48만~49만원 선에서 횡보하다가 시초가보다 15.41% 하락한 50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LG엔솔을 둘러싼 '팔자'와 '사자'가 엇갈리며 일반 청약을 진행한 증권사의 HTS(홈트레이딩시스템)·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가 멈추는 이른바 ‘먹통’ 사태도 발생했다.

특히 이날 장 초반 하이투자증권 HTS·MTS의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주식을 처분하지 못한 고객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트래픽이 과도하게 몰려 30~40분 정도 접속 지연 있었다”며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있고 손실 보상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LG엔솔의 등장에 코스피의 지각변동도 시작됐다. 이날 종가 기준 LG엔솔의 시총은 118조1700억원으로, 기존 2위였던 SK하이닉스(82조6283억원)를 밀어냈다. LG엔솔을 업은 LG그룹 시총도 120조원대에서 230조원대로 배로 늘면서 시총 기준 SK그룹(180조원대)을 제치고 2위가 됐다. 1위는 삼성그룹(670조원대)이다.

미국발 긴축 우려에 LG엔솔 효과까지 가세하며 이날 2차 전지주는 급락했다. 특히 '배터리 대장주 3사'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LG엔솔의 모회사인 LG화학 주가는 전날보다 8.31% 급락한 6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SDI(-6.15%)와 SK이노베이션(-7.11%)의 하락세도 거셌다. 이 3개사의 시총은 이날 하루 8조원가량 사라졌다.

LG엔솔을 담기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 등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기관은 LG엔솔을 3조447억원 순매수했다. 이 중 연기금은 2조216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당분간 LG엔솔의 주가는 출렁거릴 것이란 게 시장의 전망이다.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 주가도 최소 39만원(유안타증권)에서 최대 61만원(메리츠증권)으로 22만원 차이가 났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 기준 EV 배터리 1위 생산기업은 CATL이지만, 2025년을 기점으로 LG엔솔이 1위를 탈환할 전망”이라며 “테슬라와 GM, 폭스바겐 등 기업 수요가 늘며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초기 오버슈팅(과매수)이 예상되긴 하나, 시가총액이 120조원을 넘어설 경우 글로벌 배터리 생산 1위 CATL보다 비싸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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