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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감만 남아"…文편지 버린 19살 소년, 尹에게 건넨 편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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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피격으로 서해상에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유가족과 김기윤 변호사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진상 규명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를 반환 및 청와대 정보공개 승소판결에 관한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뉴스1

북한군 피격으로 서해상에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유가족과 김기윤 변호사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진상 규명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를 반환 및 청와대 정보공개 승소판결에 관한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020년 9월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 이모(19)군이 2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아버지의 명예를 되찾고 가족들이 제자리로 돌아가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해달라"라며 편지를 보냈다.

이 군은 "이제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불신이 커졌지만, 무엇보다 법과 상식을 중요시하는 윤석열 후보님이라면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아버지의 명예를 되찾는 것에 함께 해주시리라 믿고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또 "대통령이 되시는 그 날 아버지 죽음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혀 개입된 모든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달라"라며 "그 책임에 설사 전직 대통령이 있다고 할지라도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해주실 것을 약속해달라"고 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에 따르면 이 군은 이날 오전 11시 직접 작성한 자필 편지를 국민의힘 당사에 전달했다.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 이모(19)군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보낸 자필 편지. 유족 측 제공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 이모(19)군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보낸 자필 편지. 유족 측 제공

이 군은 "아버지께서 북한군의 총살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듣고 1년 4개월이 지났다"며 "그렇게 처참하게 사망했다는 사람이 진짜 제 아버지인지 확인도 못 한 상태로 저와 동생은 월북자 자식, 어머니는 월북자 아내가 돼 지옥 같은 시간을 버텨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해 열여덟 살이던 제가 스무살 청년이 됐고, 여덟 살이었던 동생이 어느덧 열 살이 됐지만 대통령님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대통령께 편지부터 청와대, 국방부, 해경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청구, 청와대 앞 1인 시위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지만 남은 것은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과 상처뿐"이라고 말했다.

또 "직접 챙기고 늘 함께하겠다던 대통령님의 그 편지는 한 고등학생이 희망으로 품었던 그 시간을 승소한 재판 결과에 대한 항소로 되돌아 왔다"며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도 확인시켜 주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국가는 아버지가 혼자 살기 위해 저와 동생, 어머니를 버리고 월북했다는 말을 할 수가 있느냐"고 했다.

이 군은 "제가 알고 싶은 것은 그날의 진실이고, 원하는 것은 아버지의 명예를 찾아 드리고 이제는 제자리로 돌아가 아버지를 잃은 동생을 보듬고 어머니와 함께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며 "잘못된 권력을 휘두르는 그들에게 맞서 싸우고 있는 힘없는 제 가족에게 힘을 실어달라. 많이 바쁘신 줄 알지만 제가 직접 서울로 가서 찾아뵙고 아버지 죽음에 대한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부탁드리고 싶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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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군은 문재인 대통령이 1년 3개월여 전 자신에게 "이 사건을 직접 챙기겠다"고 보낸 위로 서한을 지난 18일 청와대에 돌려보냈다. 유족들이 숨진 이씨의 피살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해경 등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소송까지 나섰지만, 청와대와 해경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 군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문 대통령의 편지가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거짓말"이라며 이를 반납했다.

尹, 지난달 페북서 "집권하면 피살 공무원 관련 자료 공개" 

한편 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12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집권하면 서해 공무원 피살 공무원 사건 당시 관련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후보는 당시 "1심에서 군사기밀을 제외한 일부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받았는데, 청와대와 국가안보실은 이에 항소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 싶나, 정부의 무능인가, 아니면 북한의 잔혹함인가"라며 "불과 1년 전 대통령은 유가족을 직접 챙기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연락도 없고, 방문요청에는 침묵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약속’은 무엇이었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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