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전문가 10명 중 7명이 올해 집값은 하락하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1년 4분기 부동산 시장 동향’에 실린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3%는 올해 주택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지난해 12월 28~30일 부동산ㆍ경제 전문가 8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은 503명이 했다.
‘보합’이란 답은 18.3%, ‘상승’은 30.4%였다. 서울, 비수도권 할 것 없이 완만하게 주택가격이 내려가겠다(0~-5%)는 응답이 제일 많았다.

올해 집값 하락을 점친 전문가 가운데 31.7%는 ‘주택매매가격 고점 인식과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을 이유로 꼽았다. 금리 인상(28.5%)과 금융 규제(19.3%)란 답도 뒤를 이었다.
KDI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효과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라며 정책 보완을 주문했다. 전문가 설문 내용을 근거로 “매매시장의 안정을 위해선 금융규제 및 세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다수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KDI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집값 상승세는 주춤했지만 전·월세 시장 불안은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전셋값과 대출금리가 오르자 반전세, 월세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어서다.

지난 2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뉴스1
지난해 주택 시장은 15년 만에 닥친 최악의 ‘불장(강세장)’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2020년 대비 9.9%로 2006년 이후 가장 높았다. 다만 4분기 들어 집값 오름세가 눈에 띄게 꺾였다. 3분기 2.8%를 기록했던 전 분기 대비 주택가격 상승률은 4분기 1.8%로 둔화했다. 주택 거래도 줄었다. 지난해 10~11월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KDI는 “최근 주택매매가격은 기준금리 인상, 대출 규제 지속, 입주 물량의 증가 등으로 인해 상승세가 둔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서울과 5대 광역시 간 주택가격 격차는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 “금리 부담에 반전세·월셋값 상승”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매매가 순서대로 한 줄로 쭉 세웠을 때 정확히 가운데 있는 아파트 가격)은 2016년 5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9억7000만원으로 85.4% 올랐다. 이 기간 경기지역 아파트 중위가격도 92% 뛰었다. 반면 5대 광역시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률은 그 절반인 42%였다. 서울과 5대 광역시 아파트 중위가격 차이는 2016년 3억1000만원에서 지난해 6억6000만원으로 크게 벌어졌다. “지역 간 자산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됐음을 시사한다”고 KDI는 분석했다.
전ㆍ월세 시장 불안도 여전하다. 신규 입주 물량이 증가한 수도권,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지난해 4분기 주택전세가격 상승 폭이 줄긴 했지만, 준월세ㆍ준전세 상승률은 오히려 확대했다. 월세이긴 하지만 보증금이 많은 준월세(보증금이 월세 12~240배) 가격 상승률은 3분기 0.7%(전기 대비)에서 4분기 0.8%로 올랐다. 전세긴 하지만 월세가 좀 있는 준전세(보증금이 월세 240배 초과) 가격 상승률도 같은 기간 1%에서 1.2%로 확대했다. 이에 대해 KDI는 “전셋값에 대한 부담,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한 데 기인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짚었다.
KDI가 부동산 보고서를 내놓은 건 2016년 중단 이후 6년 만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가격이 급등하고 시장 불안이 극에 달했을 땐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다. 금리 상승, 대출규제 등 외부 요인으로 부동산 가격이 꺾일 기미를 보이자 KDI는 뒤늦게 부동산연구팀을 신설하고 시장 동향 보고서를 다시 펴내기 시작했다. 국책연구기관이 문재인 정부 말기에야 ‘늑장, 눈치 보기’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