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떨어진 공 물어왔어요, 멍멍···제주선 반려견 데리고 '티샷'

중앙일보

입력 2022.01.27 09:46

업데이트 2022.01.27 23:37

캐디가 돌보고 있는 반려견. [롯데 스카이힐]

캐디가 돌보고 있는 반려견. [롯데 스카이힐]

롯데스카이힐CC 제주 골프장은 2020년부터 반려견 동반 라운드를 허용했다.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알음알음으로 늘어, 요즘은 한 달에 10번 가까이 강아지가 페어웨이에서 뛰논다.

반려견은 골프장에서 인기 스타다. 이 골프장 영업팀 박주영 대리는 “반려견이 있으면 사람들이 다들 좋아해서 분위기가 밝아진다. 특히 여성 손님들이 귀엽다고 사진을 많이 찍는다. ‘숙소에 혼자 반려견을 남겨뒀는데 나도 데려올걸’하고 아쉬워하는 골퍼도 많다”고 말했다.

카트를 타고 있는 반려견. [롯데 스카이힐]

카트를 타고 있는 반려견. [롯데 스카이힐]

골프 코스는 반려견에게 최고의 놀이터 
무엇보다 강아지가 좋아한다. 반려견 동반 라운드를 해 본 김 모 씨는 “이런 저런 반려견 놀이 시설이 있지만, 골프장이 강아지들에게 가장 좋은 놀이 공간 아닌가 싶다. 넓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이나 반려견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뛰어논 강아지 기분이 좋아졌고, 그래서 큰 선물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골퍼가 식사하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직원들이 반려견을 케어해 준다. [롯데 스카이힐]

골퍼가 식사하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직원들이 반려견을 케어해 준다. [롯데 스카이힐]

반려견 동반 라운드는 팀당 최대 한 마리만 가능하다. 모든 반려견이 다 되는 것도 아니다. 골프장 측은 “예약 시 상담을 통해 다른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반려견은 거른다. 대형견이나 맹견류는 불가능하다. 작은 강아지라도 사납거나 너무 많이 짖으면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트에 앉아 있는 반려견. [롯데 스카이힐]

카트에 앉아 있는 반려견. [롯데 스카이힐]

애견 라운드 비용(9만원)도 있다. 대신 서비스도 있다. 골프장 측은 “강아지를 케이지에 들어 있는 상태로 손님에게 받아서, 손님이 옷을 갈아입고 나올 때까지 직원이 돌보고 있다가 라운드 직전 카트에서 전달해 드린다. 카트에 놓을 반려견 쿠션과 배변 봉투, 간식을 제공한다”고 했다.

비싸고 부킹도 잘 안돼 사람도 가기 어려운데, 굳이 반려견을 골프장에까지 데려가야 할까.

반려견도 코스에 나갈 권리가 있다
골프의 고향인 스코틀랜드를 비롯한 영국에서는 반려견를 데리고 골프를 치는 경우가 흔하다. 골프는 양치기들이 만든 스포츠이니, 양치기를 돕던 개도 골프의 시작을 함께 한 동물이고 코스에 나올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다.

스코틀랜드의 반려견들은 어릴 때부터 골프장에 다녀 골프의 에티켓을 안다. 퍼트할 때 그린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얌전히 기다리며, 숲으로 간 공을 찾아오기도 한다. 미국은 일부 코스에서만 반려견 동반을 허용한다.

클럽하우스의 반려견. [롯데 스카이힐]

클럽하우스의 반려견. [롯데 스카이힐]

반려견의 코스 내 배변 문제를 제기하는 골퍼도 있다. 그러나 아무 데서나 소변을 보는 일부 골퍼도 있으니 강아지만 탓할 수는 없다.
롯데스카이힐CC 제주는 반려견 목줄을 기본으로 하고 방치하거나 풀어두면 안 된다는 지침을 두고 있다.

박주영 대리는 “아직 반려견으로 인해 불편한 점은 없었다. 걱정과 달리 드라이버 소리에 놀라지 않는다. 개가 좋아서 18홀 내내 뛰어다니면 라운드 후 너무 힘들어 한다는 것 정도”라고 했다.

멧돼지 퇴치 맹견 키우는 골프장도 많아
2018년과 2019년, 인천 스카이 72 골프장의 파3, 9홀 코스인 드림듄스에서 유기견을 위한 자선 이벤트로 반려견 동반 라운드 대회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규 코스에서, 일상적으로 반려견과 라운드를 하는 건 한국에서 롯데스카이힐CC 제주가 처음이다.

골프장에서는 맹견을 키우는 경우가 더러 있다. 골프장 페어웨이나 그린을 훼손하는 멧돼지를 퇴치하기 위해서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골프 코스의 반려견. [롯데 스카이힐]

골프 코스의 반려견. [롯데 스카이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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