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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안전보장, 건설적 답내라"…답변서 보낸 美 "공 넘어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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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해 서면답변을 보냈다. 앞서 러시아는 "건설적 답이 없으면 대응하겠다"는 취지의 엄포를 놓은 상황인데, 미국은 "이 답변에 양보안이 담기진 않았다"고 밝혔다.

2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문건 전달은 미국이 대화에 열려 있고 외교를 우선시한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벨기에 주재 러시아 대사를 통해 같은 문제에 관한 나토의 서면 답변을 전달했다.

블링컨 장관은 답변에서 "러시아가 선택할 수 있는 진지한 외교적 방법을 제시했다"며 "공은 러시아 코트에 있고 러시아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준비돼 있다"고 했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도 문서 작성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지난달 15일 미국과 나토에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국가들의 추가 나토 가입을 배제하고 인근 국가에 공격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담은 안전보장 협정을 요구하는 문건을 보낸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답변에 러시아의 우려에 관한 원칙적이고 실용적인 평가를 담았다고 했지만, 주요 요구사항에 대해 어떤 양보도 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또 기본 원칙에는 변화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양국 외무장관 간 후속 회담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머지않은 시점에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러시아 요구처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확약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또 나토의 개방정책은 러시아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하면서 군축이나 신뢰 구축, 긴장 완화 등은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블링컨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1일 스위스 제네바 회담에서 미국이 서면 답변을 전달한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한 상황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브뤼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다시 러시아에 손을 내밀어 대화의 길을 통해 정치적 해결과 긴장 완화를 시도하지만,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돼 있다"고 밝혔다.

이제 관건은 러시아의 반응이다. 후속 회담이 성사되면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남지만, 러시아가 이를 거부할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한편 러시아는 그간 자국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날은 서면 답변을 받았다는 것 외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언론보도문을 통해 "러시아 외무차관이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의 요청으로 면담했다"면서 "면담 과정에서 미국 대사가 앞서 러시아 측이 (미국 측에) 전달한 안전보장에 관한 양자 조약 초안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서면 답변을 건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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